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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더비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첼시


한국 시각으로 20일 새벽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빅매치 아스날과 첼시의 런던 더비에서 첼시가 2골을 실점하면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라이벌 간의 경기였고 순위싸움이 한참 치열했기 때문에 첼시의 이번 패배는 뼈아플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실제로 첼시는 이번 라운드 패배로 5위 아스날과 6위 맨유와의 격차가 승점 3점밖에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았지만, 만약 토트넘이 승점 3점을 획득한다면 3위 토트넘과 승점 4점 차로 벌어지게 된다.


첼시는 올 시즌 사리 감독 부임 이후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승승장구하다가 후반기 들어서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다. 첫 시즌인 만큼 아직은 더 기다려줄 수는 있다고 하지만, 이대로라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서 벗어나는건 시간문제이다. 더군다나 첼시는 기다려주는 클럽이 아니다. 빠른 시일내에 좋은 성적을 요구하는 구단인만큼 사리 감독은 최대한 빨리 팀을 재정비해서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날 첼시는 아스날과 중원 싸움에서 압도당했다.


이번 아스날전은 최근 첼시 중원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 경기였다. 후반기 들어서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첼시는 이날도 역시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들고나온 전술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스날은 이날 4-4-2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는데, 사실상 4-3-1-2 혹은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에 가까웠다. 첼시의 중원을 강하게 압박하고 패스의 활로를 차단하기 위해 중원을 두텁게 가져간 것이다. 아스날의 자카, 토레이라, 귀엥두지, 램지 4명의 미드필더는 조직적으로 함께 움직이면서 첼시의 미드필더진을 압박했다. 실제로 올 시즌 리그에서 평균 85.3개의 패스를 성공한 조르지뉴는 이날 69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으며, 패스 성공률 또한 85.2%밖에 되지 않았다.

조르지뉴 뿐만 아니라 캉테와 코바시치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올 시즌 상당히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캉테는 슈팅은 물론 키 패스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또한 6번이나 공을 빼앗기면서 팀의 흐름을 계속 끊는 등 좋지 못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강한 압박에 시달린 코바시치도 마찬가지였다. 코바시치는 키 패스 두번이 전부였고, 경기 내용 면에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적으로 지치면서 63분에 교체아웃되었다. 코바시치 대신 들어온 바클리 또한 앞서 말한 두 선수와 별다를 게 없었다.

결국 첼시는 전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중원을 장악당하자 패스공급이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공격 전개도 잘 안됐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커버가 늦으면서 위협적인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특히나 최근 자주 비판을 받는 조르지뉴의 부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사리 감독의 고민은 더욱더 커지게 되었다. 사리 감독으로서는 얼마 전 AS 모나코로 떠난 파브레가스가 그리운 경기가 되었다.

최전방에서 홀로 분투한 아자르


시는 최근 아자르를 계속 톱으로 기용하면서 이른바 '제로톱'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들의 활약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모라타는 리그에서 5골밖에 넣지 못했고, 지루는 1골이 전부이다. 물론 두 선수 모두 잦은 로테이션과 부족한 출전 시간을 고려한다면 나쁜 기록은 아니지만, 출전했을 때 이렇다 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건 사실이다. 결국 모라타, 지루 두 선수를 믿지 못하면서 아자르를 최전방에 세우는 제로톱을 가동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리 감독은 과거 나폴리 시절 정통 공격수 밀리크 대신 메르텐스를 제로톱으로 사용하면서 많은 재미를 봤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세리에와는 다르게 강한 피지컬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제로톱' 전술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아스날전도 마찬가지였다. 아자르가 중앙에서 공격을 전개해나가고자 했지만, 아스날의 두터운 중원을 뚫기는 어려웠고 매번 가로막혔다. 또한, 아스날 수비수들은 아자르가 페널티 박스로 들어오면 2~3명이 한꺼번에 둘러싸면서 철처하게 마크해냈다. 아자르는 1~2명의 수비수들은 쉽게 벗겨낼 수 있는 기술을 가졌지만,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아무리 아자르라도 어려운 건 마찬가. 게다가 피지컬이 좋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 중앙 수비수와 경합을 이겨내기도 쉽지 않다. 아자르는 어쩔 수 없이 중앙보다는 계속해서 측면으로 나와서 움직임을 가져갔고, 지루가 들어온 이후로는 줄곧 왼쪽 측면에서만 머물렀다.

결국 최전방 공격수들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자르에게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첼시의 공격은 계속해서 무뎌지면서 득점력도 같이 저조한 상태이다. 첼시로서는 하루빨리 공격수 영입을 통해 공격진을 새롭게 꾸려나가는 게 최우선이다. 특히 가장 최근에 흘러나오는 AC 밀란의 이구아인 임대 영입이 현재로서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사리 감독은 계속해서 플랜 A만 고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 어느 리그를 가도 하나의 전술만 고집하는 팀은 살아남기가 어렵다. 물론 생각이외로 잘 먹혀들어 갈 수도 있다. 가장 최근 콘테 감독의 첼시가 그랬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잘 활용이 안 된 스리백을 사용하면서 콘테 감독은 첼시를 이끌고 첫 시즌 만에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콘테 감독도 거기까지였다. 결국 다음 시즌 첼시의 스리백은 상대 팀들에게 철저하게 분석 당하면서 더 이상 빛을 바라지 못했다. 이와같이 한 가지로만 계속 밀고 나가는 건 위험하고 경쟁력에서 뒤처지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감독들은 2~3가지 이상의 전술들을 머릿속에 두고 경기를 운영해 나가는 게 맞다. 상대 팀의 전술과 최근 분위기 그리고 홈과 원정경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전술을 꺼내 들어야 한다. 하지만 사리 감독은 그런 대처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리 감독은 현재 한 가지 전술로만 계속 팀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영국 언론에서 사리 감독을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플랜 A는 명확하지만, 플랜 A를 대체할 플랜 B가 없다는 게 현재 첼시이다. 실제로 첼시는 올 시즌 줄곧 4-3-3 포메이션만을 사용해오고 있다. 선발 라인업도 리그에서는 한, 두 명의 선수를 제외하면 매번 그대로이다. 또한 교체로 투입되는 자원도 거의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상대 팀들은 사리 감독의 전술을 어느 정도 간파했고, 충분히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사리 감독의 고집이 첼시가 우승경쟁 레이스를 하는 데 있어서 뒤처지는 이유가 된 거다. 사리 감독은 이제부터라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한 가지의 전술로살아남기 힘들다. 프리미어리그는 냉혹한 승부 세계이다. 또한, 더는 구단과 첼시 팬들이 기다려줄 여유도 없고, 기다려주지도 않을 거다. 구단과 팬들은 승리를 원하고 우승을 원한다. 사리 감독은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새로운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첼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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