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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케인의 공존에는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팀에 리그 내 최고 공격수가 있는 건 감독 입장에서 좋은 카드다. 팀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언제든지 나서서 해결을 지어줄 수 있고, 공격을 이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선수 하나 때문에 팀의 전술과 동료와의 호흡 그리고 팀 분위기가 떨어진다면 감독으로서도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축구는 단체 스포츠이다. 어찌 됐든 간에 그라운드에 뛰는 11명의 선수가 한데로 뭉치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모으는 팀이 승리하는데 유리하다. 흔히들 많이 쓰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잘 짜인 팀워크 앞에서는 초라해지는 거다.

토트넘의 주포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했다. 어젯밤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토트넘과 번리전에서 케인이 선발로 나섰다. 생각보다 빠른 복귀였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3월이 지나야 모습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빠른 회복력으로 부상에서 복귀했다. 하지만 케인의 복귀가 토트넘에게는 마냥 좋지만은 않게 되었다. 케인이라는 최고의 공격수가 있어 개개인의 능력은 플러스가 됐지만, 팀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토트넘의 공격은 케인이 없는 동안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상반됐고, 1골밖에 넣지 못하면서 두 골을 기록한 번리에게 무너졌다. 우승 레이스가 한참인 가운데, 부상에서 복귀한 케인과 손흥민의 공존 그리고 토트넘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케인에게 지나치게 치우치는 토트넘 공격


그동안 토트넘은 공격하는 데 있어서 케인에게 지나치게 치우쳐 왔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을 거의 매 경기 풀타임 뛰게 하면서 케인 중심의 전술을 들고나왔다. 명실상부 케인은 토트넘의 핵심 공격수였고, 잉글랜드 출신임을 고려하면 현지에서 케인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물론 케인도 감독의 믿음과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올 시즌 부상으로 한 달이 넘게 못 나왔지만 모든 대회 통틀어 20골 6도움을 기록했고, 지난 4시즌 동안 케인은 리그에서 모두 20골을 넘겼다.

토트넘 동료들도 자연스레 경기에 들어서면 케인에게 패스를 끊임없이 공급하면서 밀어주었다. 케인의 결정력은 리그 내 최고로 손꼽히며,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기 때문이다. 실제 어제도 케인은 동료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받으면서 4번의 슈팅을 통해 3번의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이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였다. 토트넘의 유일한 한 골도 케인이 넣은 골이다. 그만큼 케인은 토트넘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은 확실하다. 케인의 복귀로 토트넘 공격의 화력은 증가하고, 임팩트가 더해진 셈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케인이 들어오면서 마이너스 요소가 더 많아졌다. 그동안 토트넘은 손흥민, 요렌테, 모우라, 라멜라, 에릭센 등이 다양한 공격패턴을 가져갔다. 하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부상 복귀한 케인에게 공이 집중되면서 공격이 단조로워졌다. 당연히 상대 팀은 토트넘의 공격을 막아내기 수월했다. 번리가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수비를 철저하게 한 것도 있지만, 공이 케인에게 집중되면서 번리로서는 토트넘의 공격을 막아내기 편한 입장이었다.

케인을 제외한 선수들의 움직임과 활약도 제약받아야 했다. 최근 4경기 연속골을 넣은 손흥민은 이날 한 차례의 슈팅밖에 하지 못했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터치 횟수도 4번이 전부였다. 케인에게 집중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에릭센 또한 창의적인 패스와 움직임을 가져가기보다는 케인에게 공을 공급해주기 급급했다. 결국 그동안 원팀으로 뭉쳤던 토트넘이 케인 한 명 때문에 공격의 조화가 깨지게 된 셈이다. 물론 그동안 케인이 골을 넣으면서 승리를 해온 경기가 많고, 이날 한 경기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건 맞지만 확실한 건 케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토트넘 공격에는 차이가 분명하다고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케인에게 집중된 공격은 분명 토트넘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손흥민과 케인의 공존은 어려워 보인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두 선수의 공존은 많이 힘들어 보인다. 두 선수 모두 골을 넣으면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포체티노 감독이 케인 중심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케인 또한 혼자서 마무리 지으려는 욕심을 계속 보여준다면 더욱더 그렇다.

손흥민은 케인이 없는 동안 본인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고, 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또한, 케인처럼 혼자서만 단독적으로 득점하려는 움직임보다는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를 꾸준하게 이어나가면서 기회도 많이 만들어주었다. 이런 손흥민도 이제는 날개를 달고 올라서야 하지 않나 싶다. 언제까지 조력자 역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명 손흥민은 재능과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정말 최후의 선택이 온다면,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 더 좋은 클럽으로 이적했으면 한다.

물론 손흥민과 케인이 투톱으로 나서면서 호흡을 맞춘 적은 10경기도 채 안 되기 때문에 두 선수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고, 믿고 기다려 주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지에서 강한 신뢰를 받는 케인이 골에 대한 집착을 쉽게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결국 두 선수의 공존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될 가능성이 적고, 둘 중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전술적인 부분을 바꾸면서 변화를 준다고 해도 분명 한계가 있을 거다. 더군다나 우승 레이스가 한참 진행 중인 가운데, 더 이상 실험을 진행하는 건 포체티노 감독에게는 부담이다.

토트넘으로서는 그동안 좋았던 공격 흐름이 깨진 걸 생각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겠지만, 손흥민을 계속 믿고 가던지, 그냥 원래대로 케인 중심의 전술을 활용하던지 선택해야 한다. 분명한 건 둘 중 한 명만이 주연이 될 수밖에 없다. 두 선수의 공존은 많이 힘들어 보이지 않나 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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