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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의 변화를 통해 팀을 승리로 이끈 포체티노 감독


팀이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감독에게는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 팀이 실점이 많다면 수비 전술을 바꾸고, 득점이 저조하다면 공격 전술을 바꿔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이외에도 팀이 부진 하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을 찾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면서 변화를 일궈내야 한다. 물론 상대의 전술, 분위기, 홈과 원정 그리고 1차전 결과 등에 따라서도 그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기도 하다.

 

최근 토트넘은 리그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3경기 동안 승리 없이 12패를 기록 중이었다. 그 안에 첼시, 아스날 등 라이벌 팀들이 있었지만, 경기력 자체가 좋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부진에 빠진 팀에 변화가 필요했고, 안정적으로 4위권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반등을 일궈내야만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열린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변화를 통해 승리를 만들어냈고, 팀 분위기도 바꾸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이미 1차전에서 도르트문트에 3-0 승리를 거두면서 당연히 8강에 진출할 거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이번 시즌 모든 대회 통틀어 홈에서 1패밖에 하지 않은 도르트문트의 홈 기세는 상당했기 때문에 토트넘에게도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도르트문트 팬들의 열성과 응원 문화는 최고로 손꼽힐 만큼 도르트문트의 홈구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는 많은 원정팀들이 꺼려하는 경기장이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과 토트넘 선수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완벽한 변화를 통해 승리를 거두었다. 근래 들어 토트넘의 가장 좋은 경기력이었지 않나 싶다.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왼쪽), 전술적으로 변화한 대형(오른쪽)


오늘 새벽 포체티노 감독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꺼내든 전술은 3-4-1-2 대형이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케인과 원톱으로서 능력을 증명한 손흥민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수비밸런스까지 유지하기 위한 최근 포체티노 감독의 활용한 전술이었다.

 

반대로 그동안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해 공, 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많은 골을 넣은 도르트문트는 이날 4-1-4-1 대형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1차전에서 내준 3골을 만회하기 위한 공격적인 수였다. 특히 파브레 감독은 부상에서 복귀한 로이스와 제로톱으로 많이 뛰었던 괴체를 2선 중앙에 놓으면서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또한, 이번 시즌 주전 오른쪽 풀백 피스첵이 부상으로 아웃된 가운데 파브레 감독은 볼프를 내세웠다. 원래 우측 윙어 혹은 포워드로 뛰던 볼프를 오른쪽 풀백으로 놓으면서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적으로 나서도록 지시했다. 실제 공격적인 4-1-4-1 대형으로 나선 도르트문트는 초반부터 토트넘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전반전에 도르트문트가 때려낸 슈팅 숫자는 무려 10개였고, 이 중 5개가 유효슈팅으로 기록될 정도였다. 반면 토트넘은 슈팅 1번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도르트문트가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로 나오자 포체티노 감독은 대처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전반 28분경 손흥민을 따로 불러서 전술 변화에 따른 새로운 움직임을 지시했고, 곧바로 토트넘의 전술적 대형에는 변화가 생겼다. 바로 3-4-1-2 대형에서 5-4-1 대형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총 스코어에서 3골 차로 앞서있는 데다, 원정 경기 그리고 공격적인 도르트문트를 고려한 포체티노 감독의 수비적인 전술 변화였다. 아무래도 무리해서 공격을 강행하는 것보다 차라리 실점하지 않고 무승부만 거두어도 토트넘으로서는 8강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토트넘의 이러한 5-4-1 전술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고,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온 도르트문트가 한 골도 넣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오히려 역습상황에서 케인이 득점에 성공하면서 토트넘이 앞서나갔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오늘 새벽은 포체티노 감독이 택한 전술적 변화가 빛을 보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순간이었다. 


전반 28분경 손흥민에게 전술적 변화에 따른 움직임에 대해 지시하는 포체티노 감독 


사실 이번 경기에서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한 포체티노 감독의 판단은 적절했고, 상당히 좋았다. 근래 들어 포체티노 감독의 색다른 전술 변화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던 찰나에 나온 완벽한 전술적 변화였다. 물론 최근 부상자가 많고,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에게 변화를 가져가기란 어려운 일이긴 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오늘 포체티노 감독이 꺼내든 변화 중에서도 손흥민을 톱에서 윙으로 옮긴 전술은 완벽하게 주요했다. 손흥민이 왼쪽 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2차 저지선이 생겼고, 그에 따라 볼프의 오버래핑을 막을 수 있었다. 또한, 공격 시에도 손흥민이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를 통해 공격에 활기도 불어 넣어주었다. 그동안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와 안쪽으로 접어 들어오면서 가져가는 강력한 슈팅을 주로 선보인 손흥민은 확실히 측면에서 뛰는 게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토대로 토트넘은 확실히 투톱보다는 원톱일 때, 그리고 손흥민이 전방보다 측면에서 더 자유롭게 움직일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손흥민은 케인이 없는 동안 원톱 혹은 요렌테와 투톱으로 나와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케인이 돌아온 이후에 케인과 손흥민의 투톱 조합은 사실상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케인과의 투톱에서 손흥민은 자유로움을 얻기보다는, 동선이 자주 겹치는 모습만 나타났고, 스프린트는 줄었고 슈팅 역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 손흥민을 최전방이 아닌 측면에다 놓고, 케인 원톱 전술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톱보다는 원톱으로 손흥민은 윙 포워드로 배치하는 게 현재 토트넘으로서는 가장 좋아 보인다.


케인의 결승 골로 승리를 거둔 토트넘


토트넘은 오늘 승리로 8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8강 상대는 조별리그와 16강을 거쳐서 살아남은 팀들인 만큼 어느 팀을 만나든 강팀이고, 쉽지 않을 거다. 앞으로가 토트넘에게는 더욱더 중요하다. 게다가 프리미어리그 일정도 빡빡하기 때문에 얇은 선수층을 보유한 토트넘으로서는 힘든 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오늘같이 포체티노 감독의 과감한 전술적인 변화와 선수단이 한데로 뭉친다면 토트넘도 충분히 4강 그리고 결승까지 바라볼 수 있다.


다만 리그 우승이 멀어진 가운데 챔피언스리그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얼마나 잘 이겨내느냐의 싸움이다. 포체티노 감독과 선수들 모두 충분히 능력 있고, 분위기를 반전시켰기 때문에 분명 앞으로 펼쳐질 토트넘의 경기들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경기에서 변화를 토대로 승리한 토트넘이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 더 다양한 변화를 통해 승리하는 장면을 많이 연출했으면 한다. 앞으로 승승장구하는 토트넘이 되기를 기대하며 응원한다.


글=강동훈

사진=UEF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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