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 상주전을 승리로 선두로 올라선 서울
시즌 초반부터 선두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서울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 라운드까지만 해도 2승 1무로 2위에 올라있던 서울은 어제 경기에서 선두 상무를 잡아냈고, 순위표 맨 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이로써 서울은 사실상 남은 4라운드 일정에 상관없이 1위로 3월 모든 일정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사실 이런 서울은 지난 시즌만 해도 성적 부진으로 황선홍 감독이 경질되고, 이을용 감독대행마저 부진을 겪으면서 최용수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았지만, 강등을 걱정해야 했었다. 실제 서울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간 끝에 극적으로 1부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겨울 캠프를 완벽하게 준비하면서 이번 시즌 반전을 일궈내는 데 성공했고, 색다른 모습을 통해 초반부터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또한, 매번 ‘슬로우 스타터’라는 별칭까지 들었던 서울이지만 이제는 초반부터 승리하면서 확실하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팀으로 돌변했다. 이번 시즌 달라진 서울, 과연 그들의 여정은 어떻게 끝날지 기대가 모아진다.
최용수 감독이 팀을 변화시켰다.
이번 시즌 서울이 지난 시즌의 아픔을 이겨내면서 반전을 일궈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은 최용수 감독이다. 물론 최용수 감독도 지난해 10월, 다시 K리그로 복귀해 곧바로 서울을 반등시킨 건 아니다. 최용수 감독도 남은 7경기에서 1승(2무 4패)밖에 하지 못했고,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었다. 하지만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최용수 매직이 발동하면서 서울은 잔류에 성공해냈다. 이후 겨울 캠프 때부터 본격적으로 팀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최용수 감독의 서울은 이번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아직 초반이기에 섣부르게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놓고봤을 때 충분히 우승에 도전 해볼만한 팀으로 돌변했다.
최용수 감독이 오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선수단의 기강이다. 사실 황선홍 감독과 이을용 감독대행체제에서 서울의 팀 기강은 많이 무너졌었다. 지난 시즌 서울의 팀 내 기강 문제는 성적 부진과 직결될 정도로 서울 선수단에는 문제가 많았다. 실제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에서 제멋대로 행동했다. 불필요한 경고를 받으면서 중요한 경기에 결장을 자초하는가 하면, 주장 고요한은 중요한 순간에 퇴장을 당하면서 팀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또한, 박주영은 황선홍 감독과 갈등으로 매번 이슈를 만들었고, 이을용 감독체제에서도 부정적인 상황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최용수 감독체제에서 서울의 팀 기강은 다시 일어남과 동시에 선수단이 한 데로 뭉치면서 지난 시즌과는 상반되는 팀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과거 서울의 지휘봉을 잡을 당시 보여주었던 강인하고 냉철한 리더십이 다시 발휘되면서 선수단이 달라진 셈이다. 실제 최용수 감독은 독재자 가까운 지도자로 유명하다. 선수단뿐만 아니라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본인의 주장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성격이다. 물론 당시 어느 정도의 비난을 받긴 했지만, 결과로서 증명해냈기에 현재로서는 최용수 감독에게 반발하는 이는 없을 정도이다. 팀의 기강을 확실하게 잡은 최용수 감독이 있었기에 서울은 달라질 수 있었다.
서울 선수들의 압박할 때의 움직임(왼쪽), 서울의 수비 시 대형(오른쪽)
최용수 감독의 매직은 전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시즌 서울은 4라운드까지 계속해서 스리백을 활용하고 있다. 사실 최용수 감독이 스리백을 사용하는 데는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영입이 없었고 측면 수비가 부족한 탓이 크기도 했지만, 과거 서울을 이끌 당시 스리백이 주 전술이기도 했다.
과거 최용수 감독은 스리백 중 양쪽에 있는 중앙 수비수들에게 빌드업을 많이 주문해왔었다. 후방에서부터 천천히 만들어나가면서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사뭇 다르다. 측면 수비 자원이 부족하고, 불안감이 나타나자 양쪽에 위치한 중앙 수비수들이 빌드업보다는 측면 커버를 중심으로 수비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스리백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이번에는 중앙이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최용수 감독은 '전방압박' 전술을 꺼내 들었고, 이를 통해 시즌 초반 서울을 이끌면서 승점을 따내고 있다. 최용수 감독의 전방압박은 상대가 롱볼을 통해 측면 뒷공간을 계속 노리자, 패스를 아예 차단하기 위해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통해 수비하는 방식이다. 실제 투톱으로 나서는 박주영과 박동진(페시치)은 상대가 후방에서부터 공을 잡으면 곧바로 달려들었고, 상대가 측면으로 공을 연결하고자 하면 고광민과 알리바예프 혹은 윤종규와 고요한이 달라 붙어 공을 탈취해냈다. 이후 압박을 통해 공을 가로채면 곧바로 역습을 통해 공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까지 성공했다.
서울의 효율적인 역습은 완전히 내려앉은 수비시에도 자주 보여졌다. 서울은 상대가 공을 잡고 올라오면 사실상 5백 혹은 6백이 될 정도로 수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수비에 성공하면 고요한, 알리바예프, 박주영, 박동진(페시치)에게 공이 연결되고 곧바로 상대 골문을 노리는 패턴이다. 실제 어제 상주전에서 서울은 수비 후 역습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이번 시즌 수비적인 스리백과 전방압박으로 효율적인 공격을 전개하는 서울, 최용수 감독의 스리백 전술이 빛이 나고 있는 셈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빛이나는 서울 선수단
서울은 최용수 감독의 매직으로 반전을 일궈냈지만, 선수 개개인들의 활약도 빛이 났다. 특히 현재 4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서울은 유일한 무실점 팀으로 기록될 만큼 수비라인이 견고하다. 물론 최용수 감독의 전술적인 영향도 있지만, 매 경기 슈퍼 세이브를 보여주는 유상훈과 안정적인 스리백을 구축하고 있는 황현수, 김원균, 이웅희의 활약은 엄청나다. 포항, 성남, 제주, 상주 등 위협적인 공격을 보여준 팀들을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은 서울의 수비라인을 우선적으로 칭찬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고광민, 윤종규, 정현철, 알리바예프, 고요한으로 이루어진 5명의 미드필더진의 능력도 대단하다. 고광민과 윤종규는 서울의 약점으로 꼽히는 측면을 잘 막아내고 있고,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는 정현철은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뭐하나 빠지지 않고 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고 있다. 그리고 팀의 주장 고요한과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외국인 용병 알리바예프 두 선수의 활약도 뛰어나다. 앞서 말했지만, 두 선수의 전방 압박 능력과 역습 시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은 이번 시즌 서울 전술의 핵심 키로 꼽힐 정도이다. 수비 가담뿐만 아니라 볼 전개, 탈압박, 슈팅 등 공격적인 재능까지 더한 두 선수의 능력이 서울을 더 위협적인 팀으로 만들어냈다.
최전방에 위치한 박주영과 박동진도 빼놓을 수 없다. 박주영은 최용수 감독체제에서 부활하면서 맏형으로서 팀의 공격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특히 박주영 특유의 넓은 반경의 움직임은 서울이 공격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주고, 공격의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박동진은 공격 시에 제공권 우위를 가져옴과 동시에 상대 수비수와 경합을 벌이면서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두 선수의 공격조합은 서울이 새로운 공격,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는 데 일조했다. 아직 부상여파로 아직 한 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전방에서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 가담은 물론 공격에서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해낸 페시치의 활약도 있다.
최용수 감독의 팀 운영 방식 및 전술적 능력 그리고 서울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합쳐지면서 올 시즌 서울은 반전을 통해 선두로 올라서게 되었다. 지난 시즌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을 기대하게 만든 서울, 앞으로 그들이 보다 재미있고, 신선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이번 시즌 K리그가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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