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일궈낸 리버풀
말이 안 나올 정도다. 그저 경이롭고,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대단했다. 정말이지 이런 승부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 있어서 감탄이 절로 나오며, 리버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아마 지난 새벽 안필드에서 보여준 리버풀의 뜨거웠던 경기력을 본 모든 축구 팬들 역시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웠을 것이고, 그 놀라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거다.
리버풀이 거짓말 같은 대역전승을 일궈내면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이번 경기만큼은 역사에 기록되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리버풀의 대역전승은 대단했다. 과거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스탄불의 기적이 다시 떠오를 정도이며 그 이상으로 대단함을 보여주었다.
리버풀은 무려 1차전 0-3 대패를 뒤집었다. 2차전을 3-0으로 이겨서 연장으로 가거나 4골을 넣어서 승리를 거두어야 하는 불가능할 것 같은 승부를 뒤집어낸 거다. 혹여나 1골이라도 실점하면 2골을 더 넣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리버풀은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냈다. 더욱이나 지난 1차전에서 대패한 리버풀은 사실상 결승 진출의 꿈은 절반 포기한 상황이었고, 실제 현지에서도 리버풀의 결승 진출 가능성은 6%로 준결승에 오른 4팀 중 가장 낮게 봤다. 게다가 살라와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제외되면서 그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하지만 리버풀은 기적의 스토리를 써 내려갔고, 1, 2차전 합계 4-3의 믿기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리버풀은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올라서게 되었고, 클롭 감독과 리버풀 선수들은 안필드에서 서로를 감싸 안아주며 환호와 기쁨을 나누었다.
공, 수에서 맹활약을 선보인 샤키리와 오리기
리버풀은 모두가 힘들 거라는 0-3 스코어를 어떻게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일까. 다시 생각해봐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무리 올 시즌 리버풀이 리그(팀 득점 87골로 2위)와 챔피언스리그(팀 득점 18골로 6위)에서 보여주는 화력이 상당할지라도 상대는 바르셀로나이다. 더욱이나 지난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뚫지 못하면서 무득점으로 캄프누를 빠져나와야했다.
물론 올 시즌 리버풀이 안필드에서 절대적으로 막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해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6실점밖에 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리버풀이 4골을 기록한다는 건 더더욱 쉽지 않았다. 또한, 리버풀은 살라와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제외되면서 전력적인 부분에서 큰 손실을 안고 2차전에 돌입해야 했고, 맨시티와의 리그 우승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주말에 열리는 리그 마지막 라운드를 생각하면 챔피언스리그에 모든 걸 쏟아붓기에 다소 위험부담도 있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클롭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승부수를 띄어야했고, 클롭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샤키리와 오리기였다. 공격자원에서 별다른 카드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지난 1차전 때 피르미누가 선발명단에 들지 못했을 당시 바이날둠을 내세우면서 4명의 미드필더를 활용했던 전술과는 다르게 클롭 감독은 샤키리와 오리기를 투입하면서 마네와 함께 공격라인을 구축했다.
지난 1차전 리버풀 공격 라인업(왼쪽), 2차전 리버풀 공격 라인업(오른쪽)
이는 샤키리와 오리기를 투입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공격을 하면서 동시에 많은 활동량으로 팀의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클롭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클롭 감독의 의도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오리기와 샤키리는 시작과 동시에 공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바르셀로나 골문을 노렸고, 전반 7분 만에 오리기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경기에 불을 지폈다. 이후 샤키리는 후반 9분 바이날둠의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공격을 이끌어나갔고, 후반 34분 오리기는 멀티 골이자 팀의 4번째 골을 넣으면서 리버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샤키리와 오리기는 공격에서만 활약을 이어가지 않고,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그라운드 곳곳을 뛰어다니면서 수비 가담은 물론 팀의 전체적인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도했다. 결국 살라와 피르미누가 빠진 가운데 샤키리와 오리기로 대체하면서 오히려 더 폭발적인 공격을 보여준 리버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싸워라'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클롭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가 리버풀을 결승으로 이끈 셈이다.
놀라운 선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알리송
리버풀을 결승으로 이끈 건 최후방에서 골문을 철벽같이 지켜낸 알리송도 있었다. 올 시즌 알리송은 리버풀의 No.1으로서 매 경기마다 뛰어난 선방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지난 1차전에서 3실점을 하면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날 알리송은 인상적인 활약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리버풀이 4골을 뽑아내면서 대역전승을 일궈낼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알리송의 슈퍼세이브를 바탕으로 실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전승의 발판을 좀 더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난 새벽 알리송이 보여준 세이브는 대단했다. 메시, 수아레즈, 쿠티뉴로 이루어진 바르셀로나 공격진이 때려낸 슈팅들을 막아내면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총 8개의 슈팅을 때려냈고, 그중 5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에서 맹공을 퍼부었는데, 알리송은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반 다이크와 마팁의 빛나는 수비력도 존재했지만, 그보다는 슈퍼 세이브를 보여준 알리송이 있었기에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특히 전반 13분 메시의 슈팅, 전반 17분 쿠티뉴의 슈팅, 전반 막바지에 나온 알바의 슈팅 그리고 후반 6분 수아레즈의 슈팅을 막아낸 장면은 알리송의 기가 막힌 세이브 능력을 다시 한번 더 증명했다. 사실상 득점에 가까운 슈팅들을 막아낸 알리송, 그가 리버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나로 뭉친 리버풀
이날 바르셀로나는 공격을 풀어 나가고 할 때 우선적으로 찾은 건 메시였다. 메시가 공을 잡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공격이 전개됐다. 실제 메시는 이날 63번의 볼 터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양 팀 공격진들 통틀어 가장 많은 볼 터치 횟수였고, 일부 미드필더보다도 더 많은 수치였다. 물론 메시의 개인능력은 굳이 말하지않아도 모든 이들이 알고 있을정도이고, 매 경기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이끄는 선수이기에 당연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리버풀은 그 반대였다. 리버풀은 팀 자체가 움직이면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했다. 이날 리버풀이 인상적이었고,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리버풀은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기보다는 팀 전체가 한 데로 뭉쳤고, 이는 더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다. 실제 리버풀은 이날 바르셀로나보다 약 6km를 더 뛰면서 팀 전체가 승리에 대한 강한의지, 집념을 보여주었고, 선수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끝까지 싸워주는 모습을 통해 승리를 만들어냈다.
개인보다는 팀으로 움직인 리버풀,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과 의지를 드러낸 리버풀, 어쩌면 그들의 승리는 당연한 결과물이었을 수도 있겠다.
올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리버풀은 기적을 연출하면서 다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섰다. 이제는 남은 결승전에서 그들이 보여줄 모습이 더욱이나 기대가 되는 바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아약스와 토트넘 두 팀 중 누가 올라와도 리버풀은 본인들의 막강함을 또다시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안필드의 기적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적같은 스토리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EFA 공식 홈페이지,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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