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
지난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한 뒤 첼시는 5차례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새로운 시대를 알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5번의 FA컵 우승과 3번의 리그컵 우승은 2000년대 이후 첼시가 잉글랜드 내에서 얼마나 막강했는지를 더했다. 그뿐만 아니라 1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2번의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일궈내면서 첼시는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까지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첼시의 이런 영광스러운 기쁨과 우승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그동안 로만 구단주 체제에서 얼마나 잔혹하고 과도한 통치를 보여주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안타까움이 우선적으로 든다. 첼시는 2003년 로만 구단주가 구단을 인수한 이후 무려 12번(감독대행은 제외)의 사령탑 교체를 거행했는데, 수치로 놓고 보면 16년간 평균 감독 임기가 437일에 불과했다. 실제 무리뉴 감독부터 시작해서 스콜라리, 히딩크, 안첼로티, 빌라스-보아스, 디 마테오, 베니테즈, 콘테 감독까지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명장들이 왔지만, 그 누구도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 혹은 자진 사임했다. 그리고 이런 첼시가 이제는 13번째 사령탑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7일 첼시가 한화 약 75억원의 위약금을 받고 사리 감독을 유벤투스로 떠나보냈다는 공식기사가 보도됐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4위를 기록하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사리 감독은 결국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지난 시즌 공격적인 팀컬러로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사리 감독
첼시는 떠나는 사리 감독을 대체할 감독으로 몇몇 후보를 올려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팀 레전드이자 현재 더비 카운티 지휘봉을 잡고 있는 램파드부터 울버햄튼 감독을 맡고있는 에스피리투 산투, 왓포드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라시아, 유벤투스 지휘봉을 내려놓은 알레그리 등이 그 후보들 중 일부이다. 첼시로서는 새로운 감독을 데려오면서 지난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고 새롭게 우승 도전에 나서겠다는 모습이다.
차기 첼시 감독으로 유력한 램파드
이런 부분에 있어서 변화를 꾀하려는 모습인지는 몰라도 첼시는 현재 램파드를 차기 감독으로 가장 선호하고 있다. 아무래도 불과 5년 전까지 첼시에서 13년을 뛰며 첼시의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선수들의 우상이 되는 팀 레전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램파드의 선임으로 얻어지는 올바르게 잡힐 팀의 기강, 보다 확실해질 팀컬러 등을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다만 앞서 말했지만, 램파드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느냐가 관건이다. 사실 현재 첼시 감독자리는 영입금지 징계로 선수 영입도 어려운 상태에다가 언제, 어떻게 내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쉽게 오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독이 든 성배인 셈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램파드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게 마땅하다.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한 성적이 나올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그에 합당한 책임이 따르는 게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램파드를 믿고 3년 혹은 그 이상을 동행하는게 맞다. 첼시에서 13년 동안 헌신한 팀 레전드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 어느 구단도 팀 레전드를 쉽게 내치고 무시하는 행동은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팬들 역시 혹여나 램파드 감독이 부임 이후 저조한 성적을 냈다고 곧바로 비난을 쏟아붓기보다는 믿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사리 감독을 향해 온갖 비난을 퍼부었던 행동들은 결코 두 번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며, 램파드 감독을 지지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감독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치므로 각별히 주의하고 신중을 가해야 한다.
첼시는 또 다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램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 얼마나 램파드를 지지하고, 그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주어지느냐에 따라 첼시의 운명이 달렸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으로 첼시가 그동안 보여왔던 잔혹하고 과도한 통치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했으면 하고, 변화를 일궈내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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