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 동안 7골을 실점하면서 불안했던 첼시 수비
첼시가 3라운드 노리치 시티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이번 시즌 개막 이후 첫 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첼시의 고민은 아직까지도 깊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성적이 좋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내용적으로 놓고 봤을 때 고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비에서 고민이 크다.
첼시는 지난 3라운드 동안 총 7골을 실점했다. 개막전 맨유에게 4골을 허용하면서 패배했고, 2라운드 레스터 시티와는 1-1 무승부, 3라운드는 노리치 시티에게는 3골을 넣는 대신 2골을 내주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개막 이후 최다 실점 2위(1위는 8실점의 노리치 시티이다)에 오를 만큼 부진한 내용이다. 더욱이나 몇 년 전만 해도 무리뉴 감독, 콘테 감독 시절 수비를 철저하게 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축구를 보여주었던 첼시였기에 현재 램파드 감독의 축구가 더욱더 걱정되는 바이다.
이에 램파드 감독은 “현재 팀의 수비가 불안한 건 맞지만, 수비의 불안을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 하루빨리 안정감을 찾아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겠다.”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지만, 아직은 램파드 감독의 말이 신뢰가 가지 않을뿐더러 첼시의 수비진을 믿기는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높은 라인을 유지하면서 강한 압박을 추구하는 램파드 감독의 전술
램파드 감독은 강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는 전술적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높은 위치, 상대 진영까지 선수들을 올려서 상대 선수를 압박하도록 지시한다. 그리고 여기서 공격수, 미드필더들은 물론이고 수비수들까지 전방 압박을 수행하기 위해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높은 수비라인이 유지된다. 물론 라인을 높게 올리면서 압박에 성공하면 곧바로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그 즉시 상대에게 뒷공간을 내주면서 역습을 허용하게 된다. 역습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만큼 상당히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전술이다.
실제 맨유전 실점 장면들을 보면 높은 수비 라인 속에서 역습을 허용한 장면들이 연출되는데, 특히 세 번째 골 당시 래시포드의 침투를 보면 첼시의 취약한 수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물론 맨유의 빠른 역습이 좋았던 점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는 첼시가 수비라인을 높게 유지하다 보니 상대가 역습하기에 편하고, 수월했던 점이 실점으로 이어지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더군다나 조우마와 크리스텐센이 스피드가 빠른 선수도 아니다 보니 상대 역습 상황에서는 더욱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노리치 시티전 첼시 라인업(왼쪽), 경기에서 나타나는 첼시의 높은 라인(오른쪽)
그뿐만 아니라 램파드 감독의 전술은 팀 전체가 압박하기보다는 개개인이 압박을 가하는 형태가 더 많다. 기본적으로 압박은 팀으로 움직이면서 동시에 행해질 때 그 위력이 더해진다. 하지만 램파드 감독의 전술에서는 개개인이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압박은 압박대로 위력이 덜하고, 최전방과 2선, 2선과 3선의 간격은 벌어지면서 상대가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수비진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까지 초래한다.
다시 말해, 압박 실패 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3선에 위치하는 조르지뉴와 코바시치는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며, 수비 시에 안정감을 더해주지 못한다. 스피드 역시 빠른 편이 아니기에 상대의 역습에 대처하기에도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캉테가 있긴 하지만, 몸 상태가 100%가 아니고 램파드 감독이 아직은 캉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에 수비에서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9월에 복귀할 예정인 뤼디거
첼시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첼시 수비의 핵심이자, 램파드 감독의 전술에서 중용 받을 뤼디거가 곧 복귀한다는 점이다. 뤼디거의 복귀로 첼시는 수비에 안정감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뤼디거는 높은 라인을 유지하더라도 스피드를 갖추고 있는 만큼 뒷공간 커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사리 감독체제에서도 높은 라인 속에서 뒷공간은 뤼디거가 책임졌다. 램파드 감독이 수비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뤼디거가 복귀하면서 안정감을 찾고, 여기에 캉테의 몸 상태마저 100%로 돌아오면서 램파드 감독이 캉테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분명 수비 밸런스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높은 라인을 지양하고 수비 전술에 변화를 주면서 안정감을 찾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다.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안정감을 찾기에는 가장 효율적인 셈이다. 물론 전술에 변화를 주면서 색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으며,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첼시를 보면 높은 라인을 유지한다고 공격이 위협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득점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수비에 불안만 초래할 뿐이다. 차라리 현재의 공격력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수비의 안정감을 살려서 실점을 줄이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싸움, 더욱이나 빅 6팀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비를 개선해야만 한다. 수비에서 제대로 된 보완이 없다면 객관적인 전력이 낮은 팀들을 상대로 몇 경기 승리를 거둘지는 몰라도 시즌이 최종적으로 끝났을 때 결코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램파드 감독의 전술이 공격적이며 상대를 위협하는 만큼 팬들을 열광시키고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맞지만, 공격에만 치중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비도 함께 해야만 한다. 앞으로의 한 달 혹은 두 달이 첼시에게 어쩌면 올 시즌을 좌우할 수 있을 중대한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램파드 감독에게는 첼시에서 감독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가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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