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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공격수 아브라함


축구에는 골키퍼부터 공격수까지 어느 특정 포지션이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축구의 궁극적인 목적에는 '상대방보다 더 많이 득점하고 적게 실점한다는 데 있다.'라는 부분을 고려할 때, 최전방에서 플레이하며 득점을 임무로 하는 공격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공격수가 갖춰야 할 조건은 다른 포지션 선수보다도 많이 존재하기도 한다. 현대에 있어 전술의 다양성에 따라 공격수는 골을 넣기 위한 위치선정, 뛰어난 감각, 예리한 판단력, 민첩성, 침착성, 집중력, 과감성, 창의성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손을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를 활용하여 골을 넣을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첼시 팬들이 최근 몇 년 가장 근심했던 것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첼시는 공격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과거 ‘드록바’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팀의 득점을 책임지고 떠난 이후 첼시의 전방은 고민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토레스, 에투, 뎀바 바 시절부터 시작해서 파투, 팔카오, 모라타, 바추아이, 지루, 이구아인 등 수많은 공격수가 첼시에서 실패를 맛봤다. 그나마 코스타가 드록바 이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콘테 감독과의 불화로 3년 만에 팀을 떠나면서 첼시의 최전방은 다시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이번 여름 임대 복귀한 아브라함은 그런 점에서 첼시에겐 구세주와 같다. 더불어 첼시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아브라함은 첼시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제대로 밟는 게 처음인데도 빠르게 적응하면서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아브라함은 올 시즌 첼시의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7골로 득점 2위에 올라있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408분 동안 넣은 득점 기록(90분당 1.54골)임을 생각하면 대단한 득점력이다.



7골을 넣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한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전혀 긴장하는 내색 없이, 주눅 들지 않고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사실 그동안 첼시는 “공격수 무덤”이라고 불려왔기에 이것만으로도 아브라함은 부담감이 따른다. 헌데 여기에 램파드 감독이 시즌 전부터 아브라함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겠다는 인터뷰까지 하면서 아브라함의 부담감은 배가되었다. 지루, 바추아이 등 동료 공격수가 있는데도 아브라함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면서 리그 최고의 공격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골에 대한 집념, 집중력은 물론이고 탁월한 위치선정과 침착성을 바탕으로 골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큰 키에 비해 유연성을 갖고 있으며 순간 스피드와 발기술 역시 뛰어나다. 실제 지난 5라운드 울버햄튼 전에서 수비수 코디를 제치고 터트린 골을 보면 알 수 있다. 신체 밸런스가 좋아 마른 체격에도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 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 부분도 큰 장점이다.


첼시에게 이와 같은 아브라함의 대활약은 그 의미가 더하다. 이번 시즌 램파드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첼시는 이전과는 다르게 수비적인 성향보다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지난 시즌 사리 감독체제에서도 공격에 무게를 두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공격에 더욱더 치중되어있다. 공격에 무게감을 많이 둔 만큼 득점이 계속해서 나와야지 전술적인 부분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마운트, 윌리안, 페드로, 풀리시치, 바클리 등 2선 자원들의 공격적인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첼시로서는 최전방에서 마무리를 지어줄 공격수의 존재감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브라함의 빠른 적응과 뛰어난 활약이 첼시로선 무엇보다 반가운 이유다.


아브라함이 전술적으로 램파드 감독체제에서 그 존재감을 더하는 건 움직임이 좋기 때문이다. 램파드 감독은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중요시한다. 특히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의 연계와 움직임에 많은 신경을 쓴다. 아브라함은 골 결정력 못지않게 연계와 움직임에서도 뛰어나다. 동료 공격수 지루 역시 연계와 움직임이 상당히 뛰어난데도 아브라함을 계속해서 중용하는 걸 비교하면 아브라함의 능력을 알 수가 있다.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공한 아브라함 그리고 마운트


아브라함이 아직 21세밖에 되지 않았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 역시 가치를 더하는 요소다. 아브라함은 2016년 브리스톨 시티로 임대 갔을 당시 가치가 한화로 13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 아브라함은 무려 한화 약 420억 원으로 무려 30배 이상 폭등했을 만큼 존재감과 가치가 급팽창했다. 현대 축구에서 필요로 하는 공격수들의 능력을 골고루 지니고 있고 나이까지 어리다고 하니 이렇게까지 평가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하고 뛰어난 모습 이면에는 아브라함의 절실함과 노력이 존재했다. 첼시는 그동안 뛰어난 유망주들을 영입해놓고 매번 임대만 보내고, 1군 스쿼드는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채워나갔었다. 아브라함 역시 마찬가지였다. 브리스톨 시티, 스완지 시티, 아스톤 빌라 등 그동안 임대만 전전하면서 사실상 첼시 소속이 아닌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 년에 첼시가 이적 금지 징계를 받으면서 영입을 할 수 없게 되자 아브라함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그동안 갈고닦은 노력을 비로소 선보이며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첼시가 공들여온 유소년 시스템을 빛나게 만들었다. 첼시 역시 그토록 힘들게 시스템을 체계화해오면서 기다려온 유소년 시스템에서 나온 선수이기에 아브라함의 활약이 더욱더 기쁘게 된 것이다.


첼시는 2000년대 중후반, 2010년대 초반 유럽 무대에서 명성을 떨쳤을 당시에 뛰어난 공격수들과 함께했다. 드록바, 아넬카, 코스타와 같은 공격수들이 첼시의 역사와 함께했다. 첼시 팬들이 아브라함에게 바라는 것과 연결된 기억이다. 공격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동안 첼시가 ‘공격수 무덤’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브라함에게 더 많은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볼 수 있을 것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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