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던 무리뉴 감독
감독이라면 누구든지 매 경기 승리를 거두고자 한다. 사실 감독뿐 아니라 승리를 원하는 건 선수, 팬, 구단 모두 마찬가지다. 물론 매 경기 승리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감독은 승리를 일궈내기 위해서 포메이션부터 선발 라인업, 개인 지침, 상대 맞춤 대응 등 전술적인 부분을 세세하게 신경 쓴다. 이 밖에 경기 외적인 부분도 최대한 완벽하게 준비하면서 승리를 따내고자 한다. 그것이 감독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은 기본적인 임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욕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잘 싸웠다는 모습만 연출하고, 승리보다는 승점 1점만 가져가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경기 운영을 보여주었다. 무리뉴 감독의 이러한 선택에 있어서 존중, 이해보다는 의구심이 먼저 드는 건 그래서였다.
토트넘이 지난 22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진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첼시와의 맞대결에서 1-2로 패배했다. 단순히 결과적인 부분만 놓고 보면 토트넘이 치열한 승부 끝에 패배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토트넘은 후반 막바지 운 좋게 들어간 상대 자책골 덕에 영패를 면했고,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형편없기 짝이 없었다. 패배해도 마땅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 경기였다.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
토트넘은 ‘에이스’ 손흥민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첼시전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이나 주중에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를 치렀기에 토트넘 입장에서 어려움은 배가됐다. 무리뉴 감독도 경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총알 없는 총으로 싸우는 상황이다. 우리는 험난한 일정 속에 어려운 경기를 치르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토트넘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실제 이날 무리뉴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 현실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승리보다는 원정 경기에서 승점 1점이라도 벌어가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벤 데이비스, 베르통언, 알더베이럴트, 산체스, 탕강가까지 5명의 수비벽을 세우고, 앞선에는 모우라, 윙크스, 은돔벨레, 로 셀소 4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면서 완전히 걸어 잠그는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들고나왔다.
무리뉴 감독의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토트넘은 전반 15분 다소 이른 시간에 실점을 내주긴 했으나 전반전 동안 유효슈팅 3번밖에 내주지 않았고, 오히려 2번의 유효슈팅을 연결하면서 공격 찬스 때마다 높은 순도를 유지하는 등 생각 외로 잘 버텨냈다. 첼시가 최근 경기력이 좋지 못한 걸 고려하더라도, 원정 경기에다 체력적인 부담감을 생각하면 토트넘 입장에선 더 큰 어려움을 예상했던 것 치고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다.
후반전에도 전술의 변화를 가져가지 못했던 무리뉴 감독
하지만 문제는 후반전부터였다. 사실 전반전 내용이 나쁘지 않은 흐름이긴 했어도 어느 정도의 전술적인 변화가 필요했던 토트넘이었다. 야심 차게 들고나온 5백 전술이 실점을 허용하게 되면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기에 공격 숫자를 늘리고, 득점으로 상황을 반전시켜 승점을 확보하는 식으로 변화를 꾀해야 했다. 더욱이나 첼시가 후반 시작과 동시에 3분 만에 알론소의 득점으로 격차를 더 벌렸기에 토트넘은 더 이른 시간에 변화가 나타났어야만 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예상과는 다르게 ‘변화’가 아닌 ‘유지’였다. 물론 무리뉴 감독으로선 마땅한 공격자원이 없었고, 경기의 흐름을 좀 더 지켜본다는 명목하에 변화를 쉽게 가져가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2-0으로 뒤처진 상황에서 끝까지 후방 수비 숫자를 고집하려는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승리하려는 생각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판단이었다.
뒤늦게 라멜라, 알리, 오리에 등의 투입을 시도하긴 했으나 후반 18분 라멜라의 투입은 사실 냉정하게 말해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 카드였다. 후반 33분 알리와 오리에 투입 역시 이미 승패가 확실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반전을 기대하긴 늦었다.
후반 막판까지 아쉬운 태도를 내비친 무리뉴 감독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 자책골로 한 골 차 승부가 되었고, 마지막까지 어떻게서든 동점을 만들고자 스리백 중 한 명을 최전방에 위치시킨 다던지, 적극적으로 라인을 올리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도 무리뉴 감독이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물론 시간상으로 봤을 때 동점 가능성은 적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선전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에서 말이다. 더욱이나 선수들과 팬들은 끝까지 싸우고자 했지만, 무기력하게 벤치에 앉아 있는 무리뉴 감독의 태도는 감독으로서 옳지 못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와 선수들을 독려하고, 승리욕을 끌어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분명 잘못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무리뉴 감독은 주중에 열렸던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 이어 이번 리그 경기에서도 무기력함 속에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박빙의 승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보여주고 패배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떨어지지 않았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토트넘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다음 라운드 울버햄튼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무리뉴 감독으로선 변화가 절실하다. 손흥민의 부상으로 급격하게 팀이 흔들렸다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무기력함 속에 승리를 가져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팬들은 승리도 승리지만, 무엇보다 승리를 간절하게 원하는 의지와 태도를 보고 싶어 한다. 무리뉴 감독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고, 더 나아진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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