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간 김남일 감독
지난 5일 성남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기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10라운드 포항전에서 무려 4골이나 실점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것도 홈에서 패배라 충격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성남이 포항에 어려운 승부가 이어질 거라는 예측은 많았어도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무너질 줄은 생각지도 못한 분위기다. 성남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고, 리그만 놓고 봤을 때 6경기 무승 행진을 탈출하지 못한 만큼 분위기도 추스르기 어려워졌다.
이날 성남의 대패 원인으로 선수 개개인의 역할 수행능력 부족,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팀 분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김남일 감독의 전술적 승부수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데서부터 비롯됐다. 포항을 상대로 나름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는 '연제운 시프트'가 오히려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포항전 성남의 선발 라인업(왼쪽), 실제 선수들의 위치(오른쪽)
성남은 이날 3-4-3 대형으로 나섰으나, 실질적으로는 포백을 바탕으로 4-3-3 대형으로 움직임을 가져갔다. 지난 라운드 이창용, 최지묵의 퇴장으로 인해 수비 대형에 변화를 가져가야 했고, 무엇보다도 포항의 측면 공격이 강한 만큼 이를 막아내기 위해 전술적 변화를 꾀한 셈이다.
특히 이날 김남일 감독은 연제운을 중앙 수비가 아닌 왼쪽 풀백으로 돌리는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이는 의도가 분명했다. 현재 성남의 왼쪽 풀백에서 수비에 무게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마땅히 없었으며 포항의 팔라시오스를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연제운이 발이 빠르며, 몸싸움이 강하고 영리한 수비를 보여주는 만큼 저돌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팔라시오스를 막아낼 수 있겠다는 김남일 감독의 생각이었다.
실제 경기 초반 연제운은 팔라시오스를 철저하게 묶어냈다. 전반 20분까지 팔라시오스는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성남은 포항에 주도권을 내주더니 실점을 허용하면서 무너졌고, 이 과정에서 팔라시오스가 살아나자 '연제운 시프트'도 함께 실패로 이어졌다.
연제운 포항전 히트맵
우선 연제운이 여느 때처럼 중앙에서 수비 중심을 잡아주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밸런스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연제운은 팀의 중앙 수비 밸런스가 흔들리자 측면보단 안쪽으로 들어오는 횟수가 잦아졌고, 결국 성남의 왼쪽 측면은 공간이 계속 생기면서 팔라시오스에게 자유로운 움직임을 허용하며 기회를 내줬다.
연제운은 뒤늦게 왼쪽 측면에서 수비의 안정화를 되찾으려고 했으나, 이미 자신감이 붙은 팔라시오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막아내기는 어려웠다. 결국 팔라시오스에게 위협적인 찬스를 몇 차례 내주더니, 후반 21분 실점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연제운 시프트' 자체가 측면 수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고 내세운 김남일 감독의 계획이었으나, 다른 곳에서 흔들리면서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 셈이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연제운 시프트'
더불어 수비 중심적인 전술적 변화라 공격에서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연제운은 오버래핑을 많이 시도하지도 않았으나, 본래 풀백 포지션이 아니다 보니 오버래핑 때마다 효과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때문에 왼쪽 측면에 위치한 서보민 혼자서 공격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에 부딪히면서 측면 공격이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연제운은 후반에 측면보단 중앙에서 더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다른 형태로 공격에 가담했으나 이때도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상대에게 측면 공간만 계속 내주면서 위협적인 장면만 노출했다.
결과적으로 김남일 감독이 포항을 상대로 철저한 계산 속에서 꺼내든 '연제운 시프트' 승부수였으나, 오히려 승부수가 전술적 패착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이 성남의 빈틈을 잘 파고든 부분도 좋았지만, 그보단 전체적으로 전술 변화가 이상적이지 못했으며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재빠르게 플랜B를 가동하지 못한 성남이 스스로 무너진 경기였다.
글=강동훈
사진=성남FC, 한국프로축구연맹, SofaS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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