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우루과이전 당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팬들이 보여준 카드섹션
최근 들어 축구 대표팀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축구팬들이 대표팀에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러시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이후 뜨거운 축구 열기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는 중이다.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 대표팀의 인기는 지금이 가장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된다.
12일에 열린 우루과이전에 약 6만 5천 명의 팬들이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하면서 만석을 채웠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만석을 채운 건 2013년 브라질과 친선경기 이후 5년 만이다. 그리고 어제 열린 파나마전에는 약 2만 5천 명의 팬들이 천안 종합운동장을 방문했다. 이 역시 만석을 채웠다. 지난달 두 차례의 친선전에 이어 이번에도 모두 매진을 기록하면서 국내 축구에 따뜻한 봄바람이 다시 불어오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으며 기적을 이뤄냈던 한국 대표팀
6월 12일, 축구대표팀은 많은 응원과 기대 속에 러시아에 입성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맛보고 다시 4년을 기다린 월드컵이기 때문에 수많은 축구팬들은 한자리에 모여 대표팀을 응원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와 달리 1차전 스웨덴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대표팀은 팬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팬들의 실망감은 2차전 멕시코에게 또다시 패하면서 더욱더 커져만 갔다. 많은 축구팬들은 2패를 기록한 대표팀에 온갖 비난을 쏟아부었고 마지막 남은 독일전에는 희망이 없다며 뒤돌아섰다. 현실적으로 디펜딩챔피언이자 피파랭킹 1위 독일을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반전을 보여주었고 독일을 상대로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며 2-0으로 누르고, 1승 2패 조 3위로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아쉽게도 조별예선에서는 탈락했지만, 대표팀은 독일전에서 모든 걸 쏟아부었고 팬들은 대표팀의 투혼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결국 비난을 쏟아부었던 팬들은 다시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고 뒤돌아섰던 팬들도 하나둘씩 돌아와 대표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도 팬들의 축구를 향한 열기는 계속 이어졌다. 중간에 말레이시아에게 패하면서 비난을 받기는 했지만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팬들은 대표팀에게 찬사를 보냈다. 특히 결승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격파했기 때문에 축구팬들은 대표팀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팀 벤투호가 오면서 한국 대표팀이 변화하고 있다.
대표팀이 이렇게 다시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전성기를 맞게 된 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의 투혼,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도 있지만 새로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벤투 감독은 부임한 지 2개월도 채 안 됐지만, 한국 축구를 확실히 변화시켜나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표팀은 소집 기간이 짧기 때문에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벤투 감독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표팀에 헌신하고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자신의 철학을 대표팀에 전달했다. 벤투 감독과 함께 온 코칭스태프들도 선수 개개인에 맞춘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 빠른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데 일조했다.
결국 대표팀은 급속하게 많은 부분이 변화한 게 놀라울 정도로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강팀을 상대해도 우리만의 축구를 해나갔고 심지어 더 월등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지난달 열린 두 차례 평가전과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서 확연하게 나타났다. 우리보다 피파랭킹이 높은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를 잡아냈고 칠레와는 무승부를 거두었다. 결과만 좋았던 게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대표팀은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제 열린 파나마전은 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무승부를 기록하긴 했지만, 아직 변화해가는 과정인만큼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나아질 수 있고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대표팀이 될 수 있는 게 분명하다.
K리그에 더 흥행을 위해서 협회와 연맹은 더 노력하고 팬들도 많이 찾아주어야 한다.
기성용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표팀 분위기도 좋고 팬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좋다. 근데 K리그 경기장에도 팬들이 많이 찾아주면 선수들이 뛸 맛도 날 텐데 그렇지 않아 좀 아쉽다. K리그를 떠난 지 10년이 돼가는데 크게 발전하지 않은 것 같다. 모두 조금씩 노력하면 좋을 텐데, 발전해야 할 게 너무 많다."라고 말하며 K리그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맞는 말이다. 최근 대표팀은 팬들에게 많은 지지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봄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하지만 정작 K리그는 대표팀의 흥행과 분위기를 이어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독일전과 아시안게임 이후 K리그 관중 수는 시즌 초반보다 확실히 늘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K리그 경기를 찾는 팬들의 수는 아직도 부족하다.
K리그는 한국 축구가 앞으로 발전해나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무대이다. 한마디로 K리그는 한국 축구의 뿌리 같은 존재이다. K리그 선수들이 있기에 대표팀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선시 생각되어야 하는 건 국내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가까이 있는 것도 못 보면서 멀리 내다보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두고 응원을 해야지 리그도 발전하고 대표팀도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 나라의 축구 시스템, 문화, 환경 등을 파악하려면 그 나라의 리그를 살펴보는 게 먼저이다. 그만큼 자국 리그가 중요하다. 자국리그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는 이상 그 나라의 대표팀은 발전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K리그는 변해야만 한다. 팬들이 더 많이 찾아주고 구단들과 연맹, 협회도 달라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K리그는 이번 시즌도 전북 현대가 조기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근 5시즌(이번 시즌 포함) 동안 전북이 우승한 횟수는 4번이다. 일부 팬들이 말하기를 "K리그는 망한 리그이다.", "앞으로 리그 수준이 더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팬들의 말이 틀리지 않다. 확실히 예전보다 경쟁력이 떨어졌고 전북 이외에 팀들은 우승에 도전하려고 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 수원, 울산 등 과거 명성이 높았던 팀들은 우승에 실패해도 더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리그가 다시 흥행하고 경쟁력 있는 무대로 성장하려면 구단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투자와 색다른 방안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리그는 더욱 바닥으로 내려앉을 것이다.
리그의 부흥을 도모하지 못하는 건 구단뿐만 아니라 연맹의 책임도 있다. 연맹은 그동안 K리그가 이렇게까지 추락할 때까지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안타깝다. 물론 연맹이 노력을 안 했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K리그의 문제점은 너무나도 많다. 앞으로 리그의 시스템 및 환경 등을 새롭게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단과 팬들만 탓할 게 아니라 직접 발 벗고 나서줬으면 한다. 특히 A매치의 열기를 살려 리그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이외에도 리그의 부흥을 가져올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이 국내 축구를 살리고 부활시킬 수 있는 적기이다. 팬들이 발걸음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축구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며 K리그가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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