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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상태는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밟아보면 잔디 상태가 어떠한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만큼 그라운드 상태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모든 구단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잔디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어제 새벽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토트넘과 맨시티의 경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볼 수 없는 최악의 그라운드 상태에서 열렸고 양 팀 모두 힘들고 어려운 경기를 해야만 했다. 특히 패배한 홈팀 토트넘으로서는 더욱더 슬프고 한 맺힌 경기가 되어버렸다.



이날 경기가 열리기 전, 웸블리 스타디움의 그라운드 상태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은 전 세계적으로 얄려져있을만큼 유명한 경기장이다. 9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으며 잉글랜드 대표팀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장으로 사용된 적이 있고 잉글랜드 FA컵 및 리그컵 결승전 그리고 커뮤니티 실드가 매년 이곳에서 열린다. 뿐만 아니라 각종 콘서트 및 공연, NFL 경기 등 중요한 대회가 이 곳에서 열리기도 한다. 2016년부터는 토트넘이 홈구장을 새로 건축하게 되면서 웸블리 스타디움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웸블리 스타디움은 잉글랜드 내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구장이다.


하지만 어제 경기가 펼쳐진 웸블리 스타디움은 최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형편없는 모습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날 경기가 펼쳐지기 하루 전 NFL(내셔널 풋볼 리그-미국의 프로 미식축구) 경기가 열린 뒤 뒷수습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위에는 NFL 마크가 선명하게 남아있었고 피치 곳곳에는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라인과 숫자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특히 가장 심각했던 부분은 양쪽 사이드라인과 피치 중간 부분의 잔디 상태였다. 이 부분은 선수들이 뛸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부상 당할만큼 위험한 상태였다. 양 팀 선수들도 이날 경기에서는 심하게 훼손되어 있는 부분을 최대한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시 말해, 어제의 웸블리 스타디움은 축구 경기가 열려서는 안 되는 그라운드였고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최악으로 꼽을만한 그라운드 상태였다.


라멜라는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뒤, 땅을 치며 한탄했다.


과거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은 잔디를 짧게 깎고 경기 시작 전에 물을 뿌리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이는 공이 더 빨리 굴러가게 하여 역습에 유리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잔디의 상태는 경기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잔디가 길고 말라 있으면 공이 굴러가는 속도는 느리고, 반대로 짧고 수분이 있으면 공의 속도가 빨라진다. 더불어 공이 튀어 오르는 반발력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난다. 다시 말해 잔디의 상태에 따라서 공의 속도가 달라지고 선수들의 스피드와 움직임, 경기의 템포도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세밀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냐 혹은 단순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냐도 잔디의 상태에 따라 나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구단들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잔디를 관리하며 감독들의 전술 및 지시에 따라 잔디 상태를 다르게 하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잔디의 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에는 부상을 당할 확률도 그만큼 증가한다. 특히 어제 경기가 열린 웸블리 스타디움의 잔디 같은 상태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기본적으로 잔디는 최대한 평평하고 고르게 배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NFL 경기, 콘서트 및 공연 등이 열리면 평평했던 잔디에 흠이 생기고 움푹 파여지는 등 손상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상태의 잔디에서 경기를 갖게 되면 선수들은 쉽게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또한, 동료에게 보낸 패스가 정확하게 넘어가지 않고 슈팅을 시도할 때도 부정확하게 된다. 실제로 이날 경기 후반 34분경에 그에 부합하는 장면이 나왔다. 알리에게 공을 이어받은 라멜라는 사실상 일대일 찬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히 열린 오픈 찬스에서 시도한 슛이 골문 위로 날아갔다. 포체티노 감독과 팀 동료들 그리고 팬들은 많이 아쉬워했다. 하지만 슈팅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이 넘어오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공의 바운드가 불규칙하게 튀어 오르면서 라멜라가 발에 정확하게 갖다 대지 못했다. 양 팀 감독들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라멜라가 놓친 건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해서이다."라고 말을 모았다. 결국 토트넘은 본인들의 미숙한 운영에 아쉬운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새로 신축되는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


그렇다면 이날 최악의 그라운드 상태에서 경기가 열릴 수밖에 없었던 건 누구의 책임일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건 아니지만, 이번 문제만큼은 토트넘의 책임이 크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인터뷰에서 "토트넘에게 많은 의문이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 초청받아서 온 팀이지만, 이곳은 축구를 할 환경이 아니다. 나는 이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하며 토트넘을 향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원래대로라면 토트넘의 신축 구장은 9월 15일에 개장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10라운드 경기는 당연히 신축 경기장에서 열리는 게 맞다. 하지만 공사가 계속 미뤄진 데다가 경기장 내 전력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발생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혹여나 웸블리 스타디움 측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사전에 29일 날 NFL 경기가 잡혀있었고 토트넘이 30일 날 경기장을 쓰는 건 예정에 없었다. 토트넘의 신축 구장 완공이 늦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웸블리 스타디움을 추가적으로 빌리게 된 것이다.


더욱더 씁쓸한 건 토트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콘서트 및 NFL 경기로 인해서 웸블리 스타디움을 못 쓰게 되자, 9월 왓포드와의 리그컵 3라운드 경기를 4부 리그 팀 MK돈스의 홈구장을 빌려서 개최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4일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은 콘서트를 치르고 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렀다. 당시에도 잔디는 상당 부분이 손상되었고, 팬들과 언론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토트넘은 이번에도 이렇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미숙한 운영만 드러냈다. 결국 신축 구장을 제 기간 내에 완공시키지 못한 점, 최악의 그라운드 상태를 재빠르게 수습하지 못한 점을 고려했을 때, 토트넘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토트넘은 어제를 빌미로 더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고 하루빨리 신축구장 완성에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앞으로 더 나은 토트넘을 기대하는 바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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