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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전 경기 시작 전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


59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라서려는 대표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조별예선 2경기 모두 1-0 스코어로 어렵게 승리를 거두었다. 1차전 상대 필리핀과 2차전 상대 키르기스스탄 모두 객관 전력에서 대표팀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표팀의 경기력은 너무 아쉬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뒤 열렸던 강호들과의 평가전과 11월 호주에서 열린 두 차례 평가전에서 좋은 인상을 보여주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이나 그렇다.

특히 패스 미스와 골 결정력 부분에 있어서 국내 축구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지난 9월부터 총 6차례 A매치에서 상대가 어떻게 나오던지, 무엇을 들고나오던지 상관없이 우리만의 축구를 소신껏 펼쳐나갔던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제 2경기를 치렀고 결승까지 내다본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표팀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체력과 컨디션

체력과 컨디션 난조로 부진한 경기력을 선보인 대표팀


현재 대표팀의 문제점에 있어서 가장 크게 손꼽히는 건 누가 뭐라 해도 체력과 컨디션 문제이다. 유럽파들을 제외한 K리그, J리그,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몸 상태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 아무래도 12월 초에 시즌이 끝난 뒤 개인적으로 휴식을 가졌고 별도의 팀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대표팀이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대비를 위해 동계 훈련을 소집해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조금이나마 끌어올리려고 했고, 피지컬 코치를 추가적으로 데려오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선수들의 부상이 늘어나는 등 좋지 못한 상황만 계속 나타났다.


결국 체력과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조별리그에 돌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연이어서 나온 패스 미스는 국내 팬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을 정도였다. 공격진영은 물론 수비진영에서 패스 미스는 계속 나왔다. 심지어 상대의 압박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끼리 사인이 안 맞고 급하게 공을 운반하려다가 미스가 나오는 경우도 잦았다. 골 결정력도 심각했다. 키르기스스탄전 전반 35분 골대 위로 쏘아 올린 이청용의 슈팅과 후반 30분 골대를 맞춘 황희찬의 슈팅이 대표적인 예시다. 완벽한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한 대표팀은 골 결정력에 있어서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힘들게 승리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 홈과 원정 경기

지난해 10월에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채운 모습


대표팀 선수들의 부진한 경기력의 이유는 홈과 원정 차이에도 있다. 우리 대표팀은 벤투 감독 부임 후 6차례 평가전 중 4경기를 국내에서 치렀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수많은 팬들의 응원과 관심으로 가득 채워진 경기장에서 뜨거운 응원을 받으면서 뛰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 기후, 시차 등에서 상대 팀 보다 이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심리적, 체력적인 요소에서 우위에 있었고, 그에 따라서 우리만의 플레이를 침착하게 펼쳐 나갈 수 있었다. 한편 아시안컵이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에는 상대적으로 국내 팬들의 수가 적고 상대 팀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팬들이 오기 때문에 부담감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시차 적응, 환경 그리고 기후도 다르기 때문에 대표팀 선수들은 새로운 곳에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마음만 조급해지고 경기력은 저하됐다고 볼 수 있다.

㉰ 상대 팀에 대한 대응

벤투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의 대처가 아쉬웠던 1, 2차전 경기


세 번째로 상대 팀 전술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1차전, 2차전 모두 상대는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나왔다. 4-4-2 포메이션을 들고나온 필리핀은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90분 내내 완전히 잠그는 모습을 보였고, 3-5-2 포메이션을 쓴 키르기스스탄은 사실상 5백으로 수비에 무게를 두고 경기에 임했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나오는 강팀들만 상대하다 보니 거기에 적응돼있던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생각보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빠르게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고 90분 내내 상대 밀집 수비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우리 대표팀 수비수들은 상대 공격수들을 쉽게 생각하여 먼저 달려드는 수비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기본적으로 수비수들은 수비할 때, 먼저 달려들기보다는 계속 뒤로 물러나면서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게 기본적인 수비방식이다. 괜히 쉽사리 덤벼들었다가는 순식간에 제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 수비수들은 상대 선수들을 쉽게 여기고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제쳐지는 장면이 여러 번 노출되었다. 특히 개인 기량이 좋은 필리핀 선수들에게 측면에서 자주 뚫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명백하게 수비수들의 자만심이 위기상황을 초래한 꼴이 된 것이다.

㉱ 손흥민의 부재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


마지막으로 손흥민의 부재이다. 우리 대표팀은 사실 어느 순간부터 손흥민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대표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에이스' 선수이기에 당연했다. 드리블 돌파, 슈팅, 패스 뭐하나 빠지지 않고 개인 기량이 뛰어난 손흥민은 공격에서 가장 날카로운 움직임을 매번 보여주었고, 대표팀은 이런 손흥민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해왔다. 손흥민이 공격에서 중심이 되다보니 상대 팀은 두 명 이상의 수비수를 손흥민에게 붙이면서 집중적으로 견제해야 했고, 대표팀은 손흥민 쪽으로 쏠려있는 시선을 활용해 반대쪽에 생긴 빈틈을 노려 공격을 가져갔다. 하지만 손흥민이 뒤늦게 합류하는 조건 때문에 대표팀은 1, 2차전에서 손흥민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렇다 보니 공격에서 활로를 열어줄 선수가 없었고, 공격에서 빈틈이 생기지 않게 되면서 답답한 경기운영을 보여주게 된 거다.


이렇게 대표팀의 문제점을 분석해봤을 때, 선수들의 몸 상태부터 현지 적응, 전술적 대응, 수비수들의 움직임 그리고 손흥민에게 치우친 의존도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이외에도 세부적으로 봤을 때는 몇몇 문제들이 더 있을 수 있다. 아직 대표팀에게는 조금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하고 16일에 있을 중국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는 대표팀이 더 좋은 모습만 보여주었으면 하고, 59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라서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축구팬으로서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거둘 수 있도록 응원한다. 대한민국 대표팀 화이팅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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