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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클래스는 확연하게 달랐다.


'클래스' 자체가 달랐다. 괜히 '에이스', '탈아시아 선수'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어놓을 만큼 손흥민의 영향력은 상당했으며, 대한민국에 이런 자랑스러운 선수가 있다는 거에 감사할 정도로 대단했다.

사실 손흥민이 선발명단에 포함됐을 때만 해도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불과 이틀 전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맨유전에서 풀타임을 뛰었고, 아랍에미리트에 도착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는 거칠고 난폭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만큼 혹여나 부상이라도 당할까 많은 염려가 되었다. 다행히 경기가 끝이 났을 때 손흥민의 몸 상태는 괜찮았고,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투입은 대한민국의 승리를 가져왔으며 조 1위 16강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얻었다.


손흥민의 존재로 대표팀의 경기력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어제 열린 중국과의 경기는 1, 2차전과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경기 템포, 공격의 무게감이 살아났고 패스 미스도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안정된 빌드업을 선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국내 팬들이 애타게 찾던 우리만의 축구를 다시 찾게 된 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손흥민이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 대표팀은 손흥민의 효과를 톡톡히 봤고 손흥민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경기력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손흥민이 들어오고 나서 대표팀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자.


㉮ 공간 창출


중앙을 두텁게 가져가면서 손흥민을 집중적으로 견제한 중국의 수비


손흥민이 들어오고 나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공간 창출이다. 우리 대표팀의 이전 두 경기를 살펴보면 알다시피, 공격에서 상대 밀집 수비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1-0 스코어로 간신히 승리를 거두었다. 상대 수비수를 끌어내거나, 밀집 수비를 깰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보니 공간이 나오지 않았고, 답답한 공격만 보여준 것이다. 물론 영리한 플레이를 통해 공격을 전개해준 이청용이나 저돌적인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를 고전하게 만든 황희찬, 2선까지 내려와서 움직임을 가져가 준 황의조 등 나름의 공격자원들이 상대 수비수들을 힘들게 만들긴 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고, 손흥민이 들어오면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손흥민은 기본적으로 스피드와 발기술이 좋아 탈압박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다. 또한, 공을 잡게 되면 패스, 크로스, 슈팅, 돌파 등 어떤 움직임을 가져갈지 예측하기 힘든 유형의 선수이다. 이런 손흥민을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당연히 가만히 놔둘 수 없는 노릇이었고, 무리해서라도 손흥민에게 많은 수비 숫자를 붙여서 집중적으로 마크를 해야만 했다. 결국 그에 따라서 중국의 수비라인은 간격이 벌어지거나 한쪽으로 치우쳐서 손흥민 외에 공격수들을 놓치는 등 위험요소들이 계속 노출되었다. 특히 어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 된 손흥민을 막다 보니 측면이 완전히 열리기도 했다. 우리 대표팀의 좌, 우 윙 포워드와 풀백들이 순조롭게 공격에 임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손흥민 한 명으로 인해 공격에서 공간이 생겼고, 중국의 수비는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드리블 돌파


이날 손흥민은 최다 드리블 돌파를 기록했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선수들도 저렇게 드리블 돌파를 성공하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왜 못하냐?"


1, 2차전이 끝나고 많은 국내 축구팬들이 내놓은 의견 중 하나이다. 실제로 우리 대표팀은 1:1 상황에서 자신 있게 드리블 돌파를 하지 못했고, 공을 뒤로 돌리기 바빴다. 물론 상대의 밀집 수비가 부담되고, 무리하게 돌파하다가 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함이었지만 객관 전력상 우위에 있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 있는 돌파 장면이 없다 보니 팬들은 답답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손흥민이 존재했고, 중국전은 달랐다. 손흥민은 빼앗기더라도 과감하게 상대 수비와 맞섰고, 공을 잡고 있을 때면 자신 있게 드리블을 돌파하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손흥민은 5번의 드리블 시도 중 3회를 성공시켰다. 이는 중국전 최다 기록이며, 3경기 통틀어 가장 많은 기록이었다. 게다가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를 무너뜨리다 보니 이청용, 황희찬 그리고 좌, 우 풀백들까지 적극적으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손흥민이 '나비효과'를 불러온 셈이 되었다.


㉰ 키패스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의 골을 어시스트한 손흥민


앞선 1, 2차전에서 대표팀은 결정적인 찬스를 몇 차례 만들지 못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공간이 창출되지 않았고, 과감한 돌파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잦은 패스 미스로 빈번하게 끊긴 공격흐름도 한몫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투입으로 공격 전개에 있어서 달라졌다. 손흥민은 이날 페널티박스를 자주 넘나들기보다는 밑에서 공격을 풀어주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다.


스탯에서도 말해주듯 손흥민은 이날 슈팅이 1개밖에 없었지만, 키패스는 무려 6개를 기록했다. 아시안컵 들어서 대표팀 한 경기 최다 키패스 기록이다. 또한,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의 골을 어시스트 하면서 두 골에 모두 관여했다. 뿐만 아니라 7번의 크로스를 시도해 6번을 성공시키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플레이메이커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 주장의 품격


손흥민이 주장을 달고나서부터 대표팀은 승승장구 중이다.


우리 대표팀은 손흥민이 주장을 달고나서부터 무패(중국전까지 4승 2무)를 기록 중이다. 손흥민의 훌륭한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팀을 한데로 뭉치고 이끌어나가는 리더십 또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손흥민은 주장을 달고나서부터 이타적인 플레이가 많이 늘었다. 충분히 본인의 능력을 뽐낼 수 있고, 더 멋진 활약을 펼칠 수 있음에도 팀 동료들을 위해 양보하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번 중국전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무리해서 페널티킥을 차지 않고 황의조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직접 슈팅을 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공을 빼앗기면 곧바로 달려가 빼앗으려는 모습 등 헌신적인 장면도 보여주었다. 팀 동료들은 자연스럽게 주장이 양보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니, 믿고 따라오게 되고 원 팀이 되도록 스스로 더 노력하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경기력도 당연히 향상되게 되었다. 손흥민이 투입되면서 우리 대표팀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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