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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이 나고 고개를 떨구는 대표팀의 모습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 시각으로 어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 대한민국이 카타르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59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려는 대표팀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축구 팬들의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모았지만, 결국 8강에서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사실 이번 대회를 놓고 봤을 때,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5경기 모두 힘들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공격 또한 제대로 안 되면서 6골밖에 넣지 못했다. 이 중 페널티킥 한 골과 연장전에 터진 골을 제외하면 450분 동안 4골을 기록셈이다. 우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강팀으로서 면모를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고 정말 초라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대표팀이 무너지고, 과거와 같은 악몽이 되풀이되는 건 시간문제다. 대표팀은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달라져야만 한다.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소원은 투지 있는 경기력이다.


예전부터 우리 축구 대표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투혼'이었다. 매 경기 이 악물고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최선을 다해 싸우는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불과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 3차전 독일과의 경기만 떠올려도 우리 대표팀의 투혼은 대단했다. 1, 2차전을 보고 온갖 비난을 하며 대표팀을 무시했던 팬들마저 응원하게끔 만들 정도로 그때 당시 대표팀 선수들의 투혼은 잊을 수 없었다. 이후로도 칠레, 코스타리카, 우루과이 등 강호와의 평가전에서도 대표팀 선수들은 투혼을 발휘하면서 인상 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은 많이 달랐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어제 8강전까지 승리를 위해서 필사적으로 뛰는 선수들은 몇 명 보이지도 않을 만큼 대표팀의 투혼은 온간데없었다. 오히려 무기력한 경기력, 패스 미스가 남발하는 가운데 상대를 쉽게 생각한 나머지 수비를 할 때 쉽게 제쳐지는 장면도 여러 번 노출할 만큼 실망스러운 경기력만 보여주었다.


사실 축구팬들은 대표팀이 매 경기 승리하고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주기를 원하는 건 맞지만,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혹은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투지를 보여주면 그거에 만족한다. 일명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처럼 경기에서 지더라도 경기력이 좋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으면 팬들은 그거에 만족하고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해주기 마련이다.


불과 이틀 전에 열린 8강전 일본과 베트남 경기만 봐도 알 수 있다. 베트남 팬들은 경기에서 졌어도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었고 온 힘을 다해주었기 때문에 비난하지 않고 선수단에게 격려와 칭찬이 섞인 응원을 보내주었다. 최소한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 만큼이라도 투지를 보여주는 게 정상적이고 올바른 행동이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고 팬들은 대표팀 선수들의 투혼을 느낄 수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팬들이 대표팀을 응원하는 게 더 이상은 힘들고, 대표팀을 믿고 기다리는 것도 어려워진다. 팬들이 없다면 대표팀 선수들의 존재도 무의미한 게 아닐까 싶다. 대표팀 선수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앞으로는 사명감을 갖고 매 경기마다 투혼을 불사 지르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변화가 없으면 벤투 감독도 오래 살아남기는 힘들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팬들이 실망한 부분은 선수들의 저조한 경기력도 있었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과 선수기용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대회 5경기만 놓고 봐도 벤투 감독이 꺼내 든 전술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대회뿐만 아니라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표팀은 4-2-3-1 포메이션을 계속 유지하면서 점유율 축구를 구사해왔다. 물론 칠레,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등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팀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생긴 빈틈을 공략하면서 전술이 잘 통한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 컵에서는 달랐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 바레인 모두 수비적으로 나오면서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벤투 감독은 대회 전, 인터뷰에서 "나는 아시아 팀들이 우리를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오는 걸 알고 있다. 분석을 통해 잘 대처해내겠다."라고 말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대표팀은 상대의 밀집 수비 전술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추구해왔 빌드업 축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고 똑같은 패턴만 계속 밀어붙였고, 결국 상대 팀들은 우리 전술을 완벽하게 파악하면서 우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조별리그와 16강전은 객관 전력에서 위에 있어서 승리를 거두었지 경기 내용이나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완벽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또한, 선수 기용 부분에서도 상당히 아쉬웠는데, 대표팀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거의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그대로 나왔고 교체 카드도 거의 똑같았다. 사실상 뒤늦게 합류한 손흥민과 부상으로 빠진 기성용, 이재성을 제외하면 풀백만 바뀌었지 나머지는 변화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토너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체력 안배'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한 것이다. 16강부터 결승까지 일정을 고려했다면 적어도 중국전에서는 일부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줘야 했지만 벤투 감독은 베스트 라인업을 그대로 내보냈다. 조 1위로 통과해야 추후 일정이 편하고 이란과 일본을 피할 수 있었던 건 맞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패착이 되고 말았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도 우리를 상대할 때 로테이션을 가동했는데, 벤투 감독은 승리를 위해서 무리하게 선수들을 기용했다. 특히 리그에서 풀타임을 뛰고, 도착한 지 불과 하루밖에 안 된 손흥민을 곧바로 투입시킨 건 큰 실수였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지 이제 6개월이 되었고, 첫 패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판하기에 이르지만, 짚고 넘어갈 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지 앞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벤투 감독은 앞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변화 없이 계속해서 고집대로 밀고 간다면 이번과 같은 실수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플랜 A가 아니라 플랜 B, C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나가야만 한다. 벤투 감독의 철학, 전술 모두 존중하지만,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서 본인의 고집만 내세우는 행동은 줄였으면 한다. 이번 아시안컵의 탈락을 기점으로 대표팀이 한층 더 발전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축구팬으로서 대표팀의 밝은 미래를 응원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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