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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전에서 헤딩으로 골을 성공시키는 델리 알리의 모습


한국시간으로 5일 새벽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첼시와 토트넘이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맞대결을 가졌다. 선두 첼시와 5위 토트넘의 승점 차는 10점 차로 상당한 격차가 벌어져 있는 가운데 첼시는 13연승을 달리면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첼시는 이번 토트넘전을 승리하게 되면 14연승으로 아스날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되는 상황인 만큼 상당히 중요한 경기였다. 반면 토트넘도 4연승을 달리면서 팀 분위기가 좋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3위 맨시티와 승점 차이가 3점밖에 나지 않아 첼시전을 승리로 가져가게 되면 골 득실에서 앞서게 되면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난 시즌 두 번의 맞대결에서 1승 1무로 첼시가 앞섰고 이번 시즌 전반기 맞대결에서도 첼시가 홈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첼시와 토트넘은 이번 박싱데이를 치르면서 앞선 경기를 모두 승리한 상태였다. 첼시는 본머스와 스토크시티를 상대로 승리를 기록했고 토트넘은 사우샘프턴과 왓포드를 상대로 승점 6점을 획득했다. 박싱데이 3연전에서 앞선 경기를 모두 승리한 상태에서 만난만큼 경기전부터 두 팀 모두 열기는 뜨거웠고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가득찼다. 여론도 두 팀의 승리를 예측하기 힘들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경기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토트넘이 예상외로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는 부분이다. 최근 스리백을 종종 사용해온 토트넘이었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전에서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지는 몰랐다. 첼시의 스리백을 상대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첼시를 상대로 멀티 골을 터트린 알리


위에서도 말했듯, 스리백을 들고 나온 양 팀은 초반부터 선수들이 부딪히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포메이션이 같고 비슷한 활동반경을 가져가다 보니 충돌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전반 시작부터 첼시와 토트넘은 모두 수비라인을 높게 올리면서 강한 압박을 선보였다. 전반 45분 동안 유효슈팅이 양 팀 통틀어 하나일 정도로 치열하고 박빙의 승부였다. 하지만 전반 추가시간에 골이 나오면서 흐름은 토트넘으로 먼저 기울었다. 에릭센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알리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면서 헤딩으로 골망을 갈랐다. 첼시는 수비하는 과정에서 연이어 실수가 나왔다. 첼시 선수들은 에릭센이 프리한 상태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는 동안 제대로 달라붙지 못하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알리가 침투해서 헤딩을 하는 장면에서도 아스필리쿠에타와 모제스는 알리를 놓치면서 자유롭게 헤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제대로 집중을 못 한 첼시 선수들이 실수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0:1로 끌려가는 첼시는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아자르, 코스타, 페드로 공격라인은 맹공을 퍼부었지만 요리스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오히려 골은 토트넘에서 또 나왔다. 오른쪽에서 워커의 패스를 이어받은 에릭센은 케이힐과 알론소를 앞에 두고 크로스를 올렸고 알리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고 헤딩으로 밀어 넣으면서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전반전과 비슷한 양상의 골이었다. 이번에도 에릭센과 알리의 호흡으로 골을 넣은 토트넘은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게 되었다. 이번에도 첼시 수비에서 실수가 나오면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에릭센은 첼시 선수들이 본인에게 가하는 압박이 느슨해지자 자유로운 상태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 케이힐과 알론소는 뒤늦게 에릭센에게 붙으려고 했지만 이미 크로스는 올라가고 난 뒤였다. 아스필리쿠에타와 모제스는 이번에도 알리를 놓치면서 골을 헌납했다. 비슷한 패턴으로 두 골을 헌납한 첼시 선수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좀만 더 집중해서 제대로 수비를 했더라면 두 골 다 안 먹힐 수 있는 골이었기 때문이다.


두 골을 내준 첼시는 후반 25분에 윌리안, 34분에 파브레가스, 40분에 바추아이 카드를 꺼내 들면서 경기 막판까지 상당히 공격적으로 플레이했지만 토트넘의 스리백은 어느 때보다 단단했고 요리스를 뚫을 수는 없었다. 결국,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토트넘이 첼시를 상대로 홈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이로써 토트넘은 5연승을 이어나가게 됐으며 맨시티와 아스날을 누르고 3위로 올라서게 됐다. 또한, 이번 박싱데이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반면 첼시는 이번 패배로 길었던 13연승 행진이 마감됐다. 선두자리는 계속 수성하고 있지만 2위 리버풀과 승점 차가 5점으로 좁혀지게 되었다.


하프 스페이스의 지역, 알리와 에릭센이 첼시전에서 많이 움직인 공간


첼시의 스리백과 토트넘의 스리백은 포메이션만 놓고 봤을 때는 같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먼저 첼시의 공격라인을 보면 아자르, 코스타, 페드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코스타가 중앙수비수들과 끊임없이 경합을 펼치면 좌, 우측에 있던 아자르와 페드로가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득점을 가져가는 패턴이다. 한마디로 측면 드리블 돌파에 좀 더 집중한 첼시였다.


반면 토트넘의 공격라인은 케인, 에릭센, 알리가 나왔다. 에릭센과 알리는 전형적인 측면 윙 포워드 자원이 아니다. 그동안 중앙에서 많이 뛰면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포체티노 감독은 에릭센과 알리에게 측면 돌파보다는 중앙에서 패스와 볼 점유를 가져오게끔 지시했고 이로 인해 토트넘은 전반 내내 첼시보다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했다. 전반전 점유율은 토트넘이 55%, 첼시가 45%를 기록했다. 에릭센과 알리가 중앙으로 내려와서 뎀벨레, 완야마와 같이 중원을 장악하면 첼시의 중원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캉테와 마티치가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많이 뛴다고 해도 숫자에서 열세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다고 토트넘이 측면공격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에릭센과 알리가 종종 측면에서 움직임을 가져갔고 윙백으로 나온 로즈와 워커를 활용해 측면공격을 시도했다.


첼시는 그동안 13연승을 기록할 만큼 스리백에 자신 있었지만 이번 경기만큼은 그동안 보여준 첼시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첼시는 중원에서 캉테와 마티치가 상대 공격을 끊어내면 곧바로 코스타, 아자르, 페드로에게 공을 넘겨준 뒤 역습하는 형태를 많이 보여줘왔다. 아자르와 페드로가 안쪽으로 파고들면 알론소와 모제스가 측면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중원 싸움에서 밀린 첼시는 볼 소유가 전혀 안 되면서 역습을 진행하기 어려웠고 알론소와 모제스는 로즈와 워커에게 완전히 밀리면서 측면을 내주고 말았다. 또한, 첼시의 공격진 세 명은 토트넘의 스리백에게 대인마크를 당하게 되면서 공격을 제대로 시도할 수 없었다. 수비수에서도 첼시는 많이 흔들렸다. 그동안 집중력 높은 수비, 단단한 수비를 보여줬던 첼시 수비수들은 이번 경기만큼은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고 잦은 실수가 나오면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는 토트넘 선수들을 놓치는 장면이 자주 나왔고 루이스는 오히려 너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실수를 연달아 보여주었다.


최근 포백과 스리백을 중요하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 전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에릭센과 알리는 이번 경기에서도 본인들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에릭센과 알리는 중앙과 측면 사이의 공간에서 자주 움직임을 보여주었는데 일명 '하프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공간이다. 토트넘의 두 골은 에릭센이 하프 스페이스에서 움직이면서 만들어냈다. 전, 후반 모두 에릭센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공간에서 자유롭게 크로스를 올렸고 왼쪽 하프 스페이스 공간에서 침투하는 알리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하프 스페이스는 최근에 전술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지역이다. 그라운드를 세로로 5등분으로 나누었을 때 왼쪽 윙, 왼쪽 하프 스페이스, 센터, 오른쪽 하프, 오른쪽 윙으로 나뉘게 된다. 이 중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는 알리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는 에릭센이 주로 움직이면서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프 스페이스는 중앙과 측면에서 공을 잡았을 때보다 더 넓은 시야를 통해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특히 공격의 가변성이 뛰어나 다양한 공격 옵션을 만들어낸다. 윙, 중앙으로 쉽게 공을 전달할 수 있으며 반대편으로 전환하는 패스도 쉽게 보낼 수 있다. 이런 토트넘은 확실히 첼시보다 빌드업 측면에서 우세했고 패스의 다양화를 통해 여러 공격 루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경기 중에 충돌하는 두 팀의 선수들


20라운드까지 경기가 치러진 가운데 박싱데이도 끝이 났지만, 주말부터 FA컵 일정이 시작된다. 토트넘은 아스톤 빌라를 만나게 된다. 토트넘은 박싱데이 3연전을 갖으면서 주전 선수들이 휴식을 갖지 못했다. 특히 케인은 이번 시즌 거의 매 경기를 선발로 나오면서 득점을 올리고 있긴 하나 중간중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면서 득점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까지 얀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포체티노 감독도 고민이 많겠지만 이번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토트넘은 FA컵 이후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과 맞대결을 갖는다. 현재 8위에 올라있는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은 2연승을 달리면서 좋은 경기력을 뽑내고 있다. 전반기 맞대결에서 두 팀은 무승부를 거두면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다행히 토트넘은 홈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게 조금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토트넘은 2위 리버풀과 승점 차가 2점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순위를 뒤집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토트넘이 승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 팀 모두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만큼 남은 일정을 소화하는 데 있어서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남은 경기의 결과에 따라 우승이 좌우되는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는데 기대가 많이 되는 바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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