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이끄는 안드레 감독
올 시즌 대구의 열풍은 상당하다. 정말이지 뜨겁다 못해 데일 것 같은 그런 폭발적인 열기로 가득하다. 실제 대구는 개막 이후 홈 4경기 모두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팬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다. 성적도 6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2승 3무 1패로 5위에 올라있다. 초반이지만 팬들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성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뜨거운 대구가 탄생하게 된 중심에는 안드레 감독이 있다. 이번 시즌 대구를 이끄는 안드레 감독의 축구 철학은 명확하다. ‘선 수비 후 역습’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한 다음, 빠르고 화끈한 역습을 통해 상대의 골문을 노리는 전술이다. 실제 대구는 지금까지 9골을 넣으면서 5골을 실점했는데, 이는 팀 득점 3위, 팀 실점 3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확실한 팀컬러가 장착되면서 더욱더 무서워진 대구이다.
대구는 지난 5라운드 인천전에서 무려 3골을 넣으면서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갔다. 올 시즌 대구가 보여준 최고의 경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면서 K리그의 신바람을 불러오는 대구, 그들은 어떻게 인천을 잡아냈는지 살펴보자.
㉮ 철저한 수비 그리고 5백
수비 시 5백으로 전환하는 대구의 움직임 (vs 5라운드 인천전)
이번 시즌 대구는 줄곧 3-4-1-2 포메이션을 활용해 오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3-4-3 형태로 보일 때도 있는데, 대형을 떠나 안드레 감독이 우선적으로 택한 건 스리백이다.
안드레 감독은 스리백을 바탕으로 후방에 무게 중심을 많이 두면서 전반적으로 수비를 우선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그리고 수비 시에 스리백을 중심으로 양측 윙백까지 후방으로 내려오게끔 하여 5백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패턴이다. 이때, 양측 윙백은 측면으로 내려와 5백을 만들기도 하지만, 종종 중앙으로 들어와 스리백 앞에서 저지선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황순민-츠바사-정승원-김준엽으로 이루어진 수비대형이 갖춰지는 셈이다. 이는 안드레 감독이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서 좀 더 우위를 점하면서 동시에 스리백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인천을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한 인천보다 수적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또한, 안드레 감독은 전방에 배치된 김대원, 김진혁에게 높은 위치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가하면서 최대한 상대 빌드업을 저지하도록 주문한다. 특히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끝까지 붙어주는 김대원의 끈기와 원래 포지션이 수비수였던 김진혁의 수비력이 더해지면서 압박의 효과는 배가 되었다.
상대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지 않고, 철저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안드레 감독은 수비적 균형을 중요시하는 전술을 활용하면서 승리를 챙겨냈다.
㉯ 세징야를 중심으로 한 역습
대구의 역습을 전개하는 세징야
이렇게 5백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면 대구는 곧바로 역습을 펼쳐나간다. 대구가 공을 빼앗으면 우선적으로 공을 연결하는 곳은 세징야다. 원래 대구는 역습시 신체 조건이 좋은 에드가의 포스트 플레이(에드가가 상대 수비와의 경합에서 이겨내 동료에게 공을 연결해주는 공격 전술)를 통해 역습을 전개했었다. 하지만 현재 에드가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전반적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면서 풀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세징야에게 공이 집중되고 있다.
세징야는 수비 시에 하프라인 밑선까지 내려가기보다는 그 위에서 계속 머무르다가 팀이 수비에 성공하면 곧바로 공을 잡을 수 있도록 자리를 잡는다. 이후 공을 잡으면 간결한 패스를 통해 위협적인 찬스를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특히나 전방에 위치한 김진혁과 김대원이 침투해 들어가면 적재적소의 패스를 공급해주고,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으로 올라가는 황순민과 김준엽에게도 넓게 벌려주면서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슈팅까지 가져가면서 역습 시에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를 지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 인천전에서 세징야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슈팅(9회)과 유효슈팅(5회)을 기록했다.
안드레 감독이 자유로움을 부여하면서 공격에서 빛을 본 세징야가 대구의 역습을 더욱더 완벽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냈다.
㉰ 황순민과 김준엽, 완벽했던 윙백
이번 시즌 윙백 역할을 잘 수행해주는 황순민
스리백의 핵심은 양 측면 윙백이다. 확실한 윙백이 없다면 스리백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보면 되겠다. 윙백은 수비능력은 기본이며 공격적인 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
지난 3일 인천을 상대로 대구의 역습이 완벽하고 효율적일 수 있었던 건 윙백 역할을 잘 수행해준 두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안드레 감독이 선택한 측면 공략도 빼놓을 수는 없다. 안드레 감독은 인천이 최근 측면 수비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약점이 드러난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해냈다. 하지만 그보다는 윙백으로 나선 황순민과 김준엽이 공격과 수비에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냈기에 대구의 공격이 더 빛이 날 수 있었다.
대구는 공격 시 위협적인 찬스를 측면에서 자주 만들어냈는데, 황순민과 김준엽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사실상 윙어처럼 뛰었다. 두 선수는 각각 4번과 6번의 크로스를 시도하면서 기회를 만들고자 했고, 크로스의 질 역시 상당히 날카로웠다. 실제 전반 45분 황순민의 예리한 크로스를 받은 김진혁이 팀의 두 번째 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반 8분 대구의 역습 장면에서 김준엽이 폭발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올라가 크로스를 올린 장면과 전반 37분 황순민이 돌파를 통해 찔러준 킬 패스 장면은 이날 양측 윙백들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는지 말해줄 수 있다.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 황순민과 김준엽 그리고 약점을 공략해 낸 안드레 감독의 측면 공략이 효과를 보면서 인천을 제압해 낸 셈이다.
이처럼 올 시즌 대구는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K리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만큼 안드레식 역습 축구는 계속해서 무서워지고 있다. 이번 시즌 대구의 역습 전술이 얼마나 더 강해질지,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흥미로운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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