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사리 감독이 보여준 전술 및 용병술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현대 축구에서 감독의 전술적 역량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기술들이 도입되면서 모든 팀들이 동등한 조건 아래 전술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그 중요성은 더해졌다.
감독들은 선수단을 장악하는 리더십, 경기 외적으로 팀이 불안할 때 해결할 수 있는 대처능력 등도 필요하지만, 전술적인 능력과 용병술을 우선적으로 갖추고 있지 못한다면 성적을 내는 건 물론이고 감독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어려운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전술,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전술을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오늘 새벽 전술에 대한 적절성을 놓고 많은 의견이 나온 가운데, 전술적인 능력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을 품게 만든 감독이 있다. 바로 첼시의 사리 감독이다. 이번 시즌 첼시 감독직에 앉은 사리 감독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첼시를 선두로 이끈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후 전술이 낱낱이 분석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무너져 갔고, 큰 변화 없이 매 경기 똑같은 전술을 보여주면서 승리와는 멀어져갔다. 그리고 지난 새벽 리버풀전에서도 패배하면서 4경기가 남은 가운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수성에도 위태로워졌다.
지난 새벽 사리 감독은 아자르 제로톱을 꺼내든 걸 비롯하여 적절치 못한 교체와 전술 변화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날 첼시의 패배는 사리 감독에게 책임을 물어도 무방하지 않다는 뜻이다. 꼭 그랬어야만 했는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안됐는지, 그저 아쉬움만 남는다.
제로톱으로 나선 아자르는 홀로 분투했다.
아자르 제로톱을 우선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올 시즌 첼시는 최전방 공격수들의 부진이 이어졌고, 이에 사리 감독은 이를 대처하고자 아자르 제로톱을 꺼내 들었다. 이는 사리 감독이 올 시즌 고집을 버리고 선택한 유일한 전술적 변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첼시는 아자르 제로톱을 처음 꺼내든 당시에는 괜찮았다. 최대한의 자유를 부여받은 아자르가 양 측면에 위치한 윌리안, 페드로와 함께 보여준 호흡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자르 제로톱이 분석되기 시작하면서 이 또한 점점 무뎌져갔다. 상대 팀으로서는 아자르가 중앙에 위치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중앙 수비수 두 명이 커버가 가능하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수비적인 역할의 미드필더까지 집중견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신체 조건상 아자르는 상대 중앙 수비와 경합 싸움에서도 불리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자르는 반 다이크와 마팁으로 구성된 리버풀의 중앙 수비에 빈번히 막혔고, 파비뉴 또한 아자르를 따라다니면서 집중 마크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물론 전체적으로 첼시가 라인을 밑으로 많이 내리면서 공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도 있고, 첼시 공격이 아자르에게만 집중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날 아자르 제로톱은 결코 효율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에 이구아인 투입되면서 측면으로 이동한 아자르가 좀 더 자유롭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아자르와 좋은 호흡을 보여온 지루
이런 아자르 제로톱 대신 지루 카드는 어땠을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아쉬움도 남는다. 올 시즌 지루는 사실 득점 부분 있어서 부족하다. 물론 생각만큼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했지만, 공격수는 골로 답해야 하는 만큼 골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루가 골이 부족하다고, 공격수 역할을 못 한 건 아니다. 지루는 부족한 득점력 대신 팀 동료와 연계플레이를 통해 도와주는 역할, 상대 수비와 끊임없이 경합해주면서 공을 따내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실제 지루는 올 시즌 모든 대회 통틀어 6도움을 올렸고, 평균 3번의 찬스 메이킹에 성공했다. 또한, 평균 2.9번의 공중볼 경합 싸움에서 승리를 따냈다.
이런 지루를 지난 새벽 리버풀전에서 내세웠다면 반 다이크, 마팁과 끊임없이 싸워주면서 공격에서 좀 더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아자르가 좀 더 자유롭게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올 시즌 반 다이크를 중심으로 한 리버풀의 수비는 상당히 견고하기에 절대적으로 지루가 투입된다고 첼시 공격이 확 바뀐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신체조건이 좋고, 상대 수비에게 까다로운 지루가 투입됐더라면 첼시의 공격이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바클리의 투입은 의아했다.
오늘 경기에서 사리 감독을 가장 비판하고 싶은 건 앞서 말한 것을 떠나 바클리 교체 투입이다. 감독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용병술을 통해 팀을 승리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나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어제 경기가 바로 그랬다.
첼시는 지난 새벽 후반에 두 골을 내리 내주면서 뒤지고 있었다. 사리 감독으로서는 이미 실점이 일어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변화를 일궈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승부수를 띄어서 어떻게 해서든 따라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사리 감독은 그러지 못했다. 첫 번째 실점이 일어난 이후에도 사리 감독의 변화는 없었고, 이후 두 번째 실점까지 허용한 상황에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미 리버풀이 두 골을 넣었고, 경기의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온 상황이었기에 상당히 늦은교체였다. 사리 감독의 대처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분위기를 빼앗기지 않고, 팽팽한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두 번째 실점이 일어나고 22분 뒤에 꺼대는 사리 감독의 교체 카드였다. 로프스터-치크 대신 바클리의 투입은 사리 감독이 승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교체였다. 팀이 2골 차로 지고 있고, 역전을 하려면 공격수를 투입해 과감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미드필더, 그것도 같은 위치의 선수 교체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바클리 투입으로 첼시의 중원이 활력을 받은 것도 아니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것도 아니다. 실제 바클리는 15분간 뛰면서 5번의 볼 터치밖에 하지 못하면서 존재감은 없었고, 팬들에게 왜 교체로 들어갔는지에 대한 의문점만 심어주었다.
차라리 앞서 말했지만, 지루가 선발이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투입되면서 이구아인과 함께 투톱으로 리버풀의 골문을 노려봤으면 어땠을까 한다. 사리 감독의 철학과 전술을 존중하지만,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전술적인 문제를 비롯하여 이해할 수 없는 용병술 등으로 팀의 패배를 자초한 사리 감독, 앞으로 첼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4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내면서 동시에 변화를 일궈내면서 전술적 능력을 반드시 증명해내야만 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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