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승 신바람을 달리는 전북
K리그가 9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팀은 당연히 전북이다. 물론 당연하다는 말을 갖다 붙이기에 K리그 다른 클럽들에게 자존심이 상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5시즌 동안 4차례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이기에 어느 정도 와 닿는 말이다.
올 시즌 전북은 최강희 감독체제에서 모라이스 감독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실 어느 정도 걱정이 앞섰었다. 무려 14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최강희 감독이 떠나면서, K리그 경험이 없는 새로운 외국인 감독이 왔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은 개막전 무승부를 시작으로, 3라운드 강원을 상대로 패배하면서 출발이 좋지 못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태국의 부리람을 상대로 패배하는 등 예상외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북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란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라는 걸 전북은 다시 한번 더 증명해냈다. 이번 시즌도 전북은 역시나 막강하며 리그 우승을 향해서 달려나가고 있다.
시즌 초반 흐름이 좋지 못했던 전북
시즌 개막 후 5경기까지만 해도 전북의 흐름은 좋지만은 않았다. 사실 흐름이 좋지 못했다기보다는 지난 5시즌과 비교했을 때 출발이 생각보다 더뎠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지난 5시즌 동안 전북은 개막 이후 5경기 동안 1위 아니면 2위를 계속 유지해왔다. 아무리 부진해도 3위까지는 성적을 유지해왔다. 초반부터 3승은 꼭 해내면서 선두싸움을 가져갔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전북이 올 시즌은 조금 달랐다. 모라이스 감독체제에서 전북은 개막 후 5경기 동안 2승 2무 1패로 4위에 순위표를 올렸다. 물론 4위라는 성적이 결코 나쁜 건 아니지만, 그동안 보여주었던 막강한 전북의 모습에 비해서 사뭇 어울리지 않았다. 더욱이나 외국인 감독으로 교체되면서 동시에 문선민, 한승규, 이범영, 김민혁, 최영준 등 스쿼드 보강을 알차게 해낸 전북이었기에 시즌 초반 실망스러운 전북의 모습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전북은 6라운드 인천전 승리를 시작으로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후 제주, 상주 그리고 서울까지 잡아내면서 4연승을 기록하면서 단번에 1위로 올라섰다. 그야말로 초반 잠깐의 부진을 씻어내고 완벽하게 탈바꿈을 이뤄낸 셈이다. 특히 인천과 제주는 올 시즌 부진이 계속되면서 승점을 따내는데 조금이나마 수월했다고는 하지만, 이번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주와 우승권 경쟁을 함께하는 서울은 전북에게 까다로운 상대였다. 하지만 전북은 이들을 상대로도 매서운 공격,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보여주면서 승리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전북 전술의 변화. 지난 3라운드 강원전(왼쪽), 9라운드 서울전(오른쪽)
사실 모라이스 감독은 부임 이후 전북의 선수들을 체력과 기동력보다는 기술적으로 높게 보면서 기존의 전북 전술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전술을 가동했었다. 하지만 전북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선수들의 장점을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전술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고, 모라이스 감독의 변화를 시작으로 전북은 달라졌다. 다시 말해, 전북의 4연승 신바람은 전북과 K리그에 적응을 끝마친 모라이스 감독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됐다는 뜻이다.
전북은 시즌 초반 4-2-3-1 포메이션을 들고나오면서 공, 수 균형을 맞추고, 개개인의 기술을 활용한 세밀한 축구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는 전북에게 맞지 않은 옷이었다. 전북의 선수들은 그동안 최강희 감독 밑에서 지도받으면서 기동력과 스피드, 체력은 상당히 뛰어났지만, 세밀함과 기술, 마무리 부분에서는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결국 전술의 변화를 택했고, 4-2-3-1 대형에서 4-1-4-1 대형으로 변화를 가져가면서 전북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축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4-1-4-1 대형으로 바꾼 이후 모든 대회에서 패배는 없었고, 무승부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전북의 4-1-4-1 대형은 최전방 공격수와 2선에 배치된 4명의 미드필더까지 5명의 선수가 공격을 풀어내는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이다. 여기에 풀백들의 오버래핑까지 더해진다면 사실상 후방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2명만 남는 만큼 전북의 전술은 공격축구 그 자체이다. 실제 전북은 리그 6경기 동안 13골을 넣으면서 경기당 2골 이상의 득점력을 뽑아냈다.
물론 이런 전북의 축구는 위험부담도 따랐다. 아무래도 전방에 숫자가 많은 공격적인 축구는 후방에 적은 숫자로 인해 수비 부담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라이스 감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북 선수들의 우수한 체력과 스피드를 활용한 전방 압박 플레이를 구상해냈고, 이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최전방 공격수를 비롯하여 2선 미드필더 자원들은 공격을 진행함과 동시에 공격진영에서 공을 빼앗기면 곧바로 상대 선수들에게 달려들어서 강한 압박을 통해 공을 탈취했다. 전방에 5명의 선수가 협력해서 압박을 해오니 상대 팀으로서는 롱볼 전개가 아닌 이상 풀어내오기 힘들게 되었다. 결국 전북의 4-1-4-1 대형은 공격은 공격대로 완벽했고,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찾으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올 시즌 달라진 김신욱
전북의 4연승 신바람은 모라이스 감독의 공도 컸지만, 김신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인상 깊었다. 올 시즌 김신욱은 모라이스 감독체제에서 사뭇 달라졌다. 사실 김신욱은 그동안 전방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해주면서 공을 따내 주는 역할에서만 빛을 봤다. 아무래도 K리그에서만큼은 피지컬적으로 김신욱의 적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점을 주로 활용했기 때문에 당연했다. 하지만 올 시즌 모라이스 감독은 김신욱을 다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모라이스 감독은 김신욱을 전방에서 가만히 있게 하지 않고 좌, 우 폭넓게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상대 중앙수비가 후방에서 공을 잡을 때 강한 압박을 하도록 지시하고, 앞뒤로도 움직이면서 2선 자원들과 연계플레이를 통한 공격 전개를 지시했다. 그리고 실제 김신욱은 모라이스 감독의 지시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습을 연출해내면서 달라졌다. 그동안 최전방에서 헤딩을 따내는 역할에만 주요했던 선수가 2선 자원들과의 유기적인 연계플레이, 전방 압박 등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활용도가 극대화된 셈이다.
실제 김신욱은 9라운드까지 4골 2도움을 올리면서 지난 시즌 같은 라운드(3골)와 비교했을 때 1골하고도 2도움이 더 많았다. 공격포인트가 2배나 증가했는데, 이는 더 이상 득점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앞서 말했듯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도움적인 측면에서도 활용 가치를 보여주었다.
결국 모라이스 감독체제에서 새로운 역할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김신욱이 전북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도 김신욱은 계속해서 색다른 모습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된다. 앞으로 공격축구의 끝을 보여주는 전북경기를 보면서 동시에 김신욱의 플레이도 유심히 지켜본다면 더 흥미롭고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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