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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트레이드 된 박준재(왼쪽), 인천으로 트레이드 된 김호남(오른쪽)


지난 4일 인천과 제주가 선수 트레이드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인천의 주장 남준재와 제주의 공격수인 김호남이 트레이드 대상이었다.


두 선수의 트레이드가 얼마나 큰 반전을 만들어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강등권에 놓인 두 팀의 트레이드는 사실 의문이 먼저 들었다. 두 선수 모두 원치 않았던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에 불만을 표출했고, 선수협에서도 구단의 독단적인 트레이드는 선수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양 팀 팬들 역시 거세게 불만을 표출하면서 트레이드에 대한 의문과 구단에 대한 불신은 더욱더 커졌다. 아무래도 남준재의 경우는 현재 인천의 주장이고 지난 시즌 인천이 잔류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했으며, "인천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인터뷰까지 하면서 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왔고, 김호남 역시 2016년에 제주를 5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로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운 뒤 군 입대했고, 제대 이후에도 제주로 돌아와서 좋은 활약을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김호남은 이번 시즌 팀이 부진에 빠지자 머리를 짧게 삭발하면서 팬들에게 승리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연이 있는 두 선수가 갑작스럽게 트레이드가 됐으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인가. 사실상 구단 간의 절박했던 트레이드 속에서 이적 당사자인 두 선수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에서 인천으로 이적한 김호남


그렇다면 당사자도 불만을 표출하고, 팬들 역시 납득하지 못한 이번 트레이드는 어떻게 해서 가능했던 걸까?


정답은 간단하다. K리그에는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 존재한다. [프로축구연맹 규정 2장 선수 - 제 23조 선수 계약의 양도]에 따르면 '선수는 현재 소속된 클럽에서의 계약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될 경우, 거부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만약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경우 팀은 임의탈퇴 공시까지 가능하다. 다시 말해 계약 조건, 즉 연봉이 조금이라도 상승한다면 선수는 거부할 권리조차 없이 팀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트레이드에서도 두 선수는 급여가 소폭 상승하는 조건으로 서로 팀을 옮겼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규정을 뒤로하고,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협상 과정이다. 선수와 에이전트는 협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오로지 협상 결과만 통보 받았다. 실제 김호남은 "트레이드가 확정된 당일에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준재 역시 별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양측 구단이 현재 계속 이어지고 있는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필요한 전력을 서로 트레이드한다고는 하지만 선수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전혀 없는 규정은 정말이지 잘못되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협상 그리고 계약은 선수에게 프로 무대에서 축구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정말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제대로 명시해주지 않고 협상이 다 끝난 뒤에서야 이적에 대한 상황을 알려주는 건 사실상 강제 협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인천에서 제주로 이적한 남준재


구단은 아무리 선수의 연봉을 책임지고 있고, 계약 조건에 따라 그 선수를 트레이드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선수를 결코 사고 팔 수 있는 재산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선수의 가치를 존중해주고, 그에 대한 합당한 권리를 부여해야만 한다. 선수들이 존재하기에 K리그가 존재한다는 걸 잊지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라도 선수들의 프로 생활을 존중할 수 있는 규정으로 바꿔나가야만 한다.


또한 K리그를 찾아주는 팬들을 생각한다면 선수들의 가치를 존중하는 일은 더욱더 신중하고 중요해져야 한다. 팬들은 선수 한명 한명의 말과 행동 그리고 경기력을 보면서 팀을 응원하고, K리그를 찾아간다. 선수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웃고, 선수들이 좌절하는 모습에 같이 울면서 매 경기마다 함께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수들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결여된다면 팬들은 불만을 가득 표출할 뿐더러 경기를 보러 찾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구단은 현재의 위기, 즉 강등만 면하면 된다가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만 한다. 결국 K리그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선수와 팬들을 위해 변화하는 K리그를 보고 싶다. 그게 우리들이 바라는 첫 번째 변화이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UTD 공식 홈페이지, 인천 UTD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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