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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6시즌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레스터 시티


지난 시즌 창단 132년 만에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는 '사막여우 돌풍'을 일으켰다. 그것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지 2시즌 만에 해낸 우승이다. 레스터 시티는 1884년에 창단한 이내로 팀 역사상 최고 성적은 1928-29시즌에 달성한 1부 리그 준우승이었다. 이후로 1부 리그보다는 2부, 3부리그에 속한 적이 많았다. 실제로 8년 전만 하더라도 3부 리그에 속했던 팀이다.


레스터 시티는 2013-14시즌 챔피언십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했다. 승격하고 첫 시즌은 강등권을 전전하면서 11승 8무 19패로 1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한 시즌 만에 팀이 완전히 바뀌었고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이었다. 당시 베팅업체가 예상한 레스터 시티의 우승 확률은 5000분의 1로 정말 희박한 확률이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한 편의 영화 같다."며 경이로움을 표했다. 성적도 23승 12무 3패로 2위 아스날과 승점 10점 차이로 우승했다. 단 3패밖에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팬들과 전문가들은 놀랐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은 동화 같은 우승 후 한 시즌 만에 추락했다. 25라운드까지 펼쳐진 현재 5승 6무 14패로 17위에 올라있다. 18위 헐 시티와 승점 차는 불과 1점 차이다. 자칫하면 강등을 당할 수도 있는 위기이다. 더군다나 최근 5연패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어있는 상황이다. 라니에리 감독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추락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레스터 시티가 이렇게 무너진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 전술의 무변화


전술적으로 변화 없이 시즌에 돌입한 레스터 시티는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레스터 시티가 한 시즌 만에 다시 강등권으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전술적으로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라니에리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두 줄 수비로 막아내다가 빠른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리는 축구가 주요 전술이었다. 마레즈를 활용하여 측면에서 크로스를 통해 골을 노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내 다른 팀들은 레스터 시티의 전술에 예상치 못하게 당했다. 레스터 시티가 준비를 잘해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점도 있지만 상대 팀들이 생각보다 고전한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휴식 기간과 프리시즌에 레스터 시티의 전술을 분석하여 대책을 마련했고 해결책을 찾아냈다. 결국, 변화 없이 같은 전술을 갖고 나온 레스터 시티는 전술을 간파당하면서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됐다. 라니에리 감독이 전술적으로 유연성을 갖지 못하고, 같은 패턴만 사용한 게 올 시즌 레스터 시티가 무너지게 된 이유인 셈이다. 물론 라니에리 감독이 완전히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은 건 아니지만, 기존 전술에 익숙해 있던 선수들이 적응을 잘 못 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졌고, 위협적이지 못했다. 결국, 전술적인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레스터 시티는 현재 17위로 초라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 캉테의 공백


첼시로 떠난 은골로 캉테와 새로 영입된 낭팔리스 멘디


지난 시즌 우승의 숨은 공신을 뽑자면 당연 은골로 캉테다. 캉테는 지난 시즌 리그 37경기에 출장하여 1골 4도움을 기록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별로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비 스탯 부분에서는 압도적이었다. 인터셉트 156회, 태클 175회, 걷어내기 57회를 성공시켰다. 그야말로 중원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고,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살림꾼이었다. 레스터 시티는 캉테의 수비 가담과 연결고리 역할이 없었다면 우승이 힘들 정도로 캉테의 존재는 상당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캉테는 빅 클럽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결국 첼시로 이적을 하게 되었다. 레스터 시티는 캉테가 빠진 자리를 채우고자 멘디를 영입했지만 2라운드 아스날전에서 장기 부상을 입게 되면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라니에리 감독은 멘디 이외에 다른 선수들을 실험해봤지만, 캉테 만큼의 효과를 내기에는 모두 역부족이었다. 다행히도 멘디가 오랜 부상을 회복하고 지난 20라운드 미들즈브러전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부상 복귀 후 적응력 문제와 기량 문제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캉테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레스터 시티는 중원에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전체적인 팀 밸런스를 잡지 못하면서 무너지게 되었다. 캉테의 공백이 레스터 시티의 부진과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 공격수들의 부진


레스터 시티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 마레즈와 바디


현재 25라운드까지 치른 가운데, 레스터 시티의 득점은 24골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미들즈브러, 헐 시티에 이어서 최저 득점이다. 다시 말해, 공격수들의 저조한 활약이 레스터 시티의 부진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팀의 주포 바디의 활약은 온데간데없다. 바디는 현재까지 5골밖에 기록하지 못하며 저조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24골과 비교했을 때 상반된 활약이다. 라니에리 감독의 전술에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바디 스스로도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바디와 함께 공격에서 맹활약한 마레즈 또한 지난 시즌 공격포인트에 반도 못 미치고 있다. 1차적으로 마레즈의 공격패턴이 분석되면서 본인의 장기였던 드리블 돌파 후 슈팅은 이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격에 있어서 마레즈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자연스레 부담감은 증가하고, 상대 수비가 마레즈를 전담 마크하게 되면서 빈번히 막히고 있다. 결국 두 에이스의 활약의 감소로 인해 공격력은 약화되고, 팀 득점력도 줄어들면서 부진에 빠지게 된 거다.


뿐만 아니라 새로 영입된 공격수 부진도 빼놓을 수 없다. 무사는 한화 250억 가까이 되는 이적료를 주고 데려왔지만, 현재 리그에서 고작 2골만을 기록했다. 모스크바 시절 빠른 발과 현란한 드리블을 통한 돌파를 통해 득점을 자주 넣었지만, 현재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슬리마니의 경우 데뷔 전부터 멀티 골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쌓았지만,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참여하고 나서부터는 체력적으로 지치는 등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클럽 레코드(한화 약 400억의 이적료)를 갱신하면서 데려온 공격수치고는 임팩트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기존 선수들의 부진 속에서 이적생들의 활약을 기대했던 라니에리 감독에게는 뼈아플 수밖에 없게 되었다.


㉱ 챔피언스리그 병행


챔피언스리그 출전하면서 오히려 독이 된 레스터 시티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레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 우승 자격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되면서 기뻐했다. 하지만 리그, FA컵, 리그 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까지 소화하려고 하니 주전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드러났고, 이는 곧바로 리그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나타났다그렇다고 로테이션을 돌리기에는 선수가 넉넉지 않고 주전 선수들과 실력 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독이 돼버린 셈이다.


사실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 시티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라니에리 감독으로서는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팀을 정비해서 강등권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어려운 과정이 반복되겠지만,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를 우승시킨 장본인 아니겠는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번 시즌도 다시 한번 기적 같은 동화를 보여주는 레스터 시티가 됐으면 좋겠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레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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