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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


선수의 선발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최종적인 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전술 변화와 교체 카드 활용 역시 감독의 권한에 해당한다. 중간중간 코치들의 견해가 들어갈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최종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우리는 이런 감독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호주전 승리에 대한 기쁨을 뒤로하고, 한 가지 아쉬움을 전하고 싶다. 바로 벤투 감독의 선수기용 측면에서 말이다. 물론 선수기용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어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고, 절대적으로 뭐가 정답이고 아니고는 단정 짓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지난 저녁에 열린 경기에서 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평가전의 혁신을 불러일으킨 뢰브 감독


사실 '평가전'이라 하면 1차적인 의미로 봤을 때 본 대회에 앞서 대표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호흡을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이다. 대부분 평가전은 양 국가가 서로의 스파링 파트너로서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개최된다. 물론 꼭 그렇지만 않을 때도 있다. 자국보다 강한 상대를 초청하여 냉정한 평가를 받기 위한 자리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감독마다 철학과 지도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국가마다 평가전을 진행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가전의 트렌드가 많이 바뀌는 추세이다. 말 그대로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을 평가만 하는 경기, 승리를 통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경기보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토대로 그동안 대표팀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을 활용해보고, 다양한 전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아마 지난 몇 년간 독일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뢰브 감독은 독일 대표팀을 이끌면서 1군, 2군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선수들을 발탁했고, 여러가지의 다양한 전술을 실험해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물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조별 리그 탈락을 하면서 디펜딩 챔피언의 불명예를 얻었지만, 뢰브 감독이 그동안 평가전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변화들은 갇혀있던 틀을 깨면서 동시에 혁신을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 대표팀에서는 이러한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벤투 감독은 지난 8월 부임 이후 지금까지 기용하는 베스트 11은 거의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표팀을 알아가는 단계이고, 그동안 좌절을 거듭했던 대표팀에 승리를 안겨주겠다고 말한 벤투 감독의 의견은 존중한다. 하지만 지난 3월 콜롬비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한 달밖에 안 된 케이로스 감독이 우리 대표팀을 상대로 보여준 다양한 실험을 생각해 본다면 벤투 감독의 의견은 모순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어김없이 라인업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은 벤투 감독


또한 그동안 평가전에서 맞붙었던 상대 팀 대부분이 1군 전력을 제대로 갖춰나온 적이 없는걸 감안하면 벤투 감독의 선택은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어제 맞대결을 펼친 호주만 해도 사실상 2군으로 구성됐다. 평가전인 만큼 어린 선수들을 실험해보고,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겠다는 아놀드 감독의 의도였다.


물론 평가전에서 매번 베스트 11을 가동하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본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이 어땠는지 다시 돌이켜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평가전에서 매번 같은 라인업에 같은 전술만 활용하다 보니 막상 본 대회에서 전술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때는 어떤 전술이 효율적이고 어떤 선수들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당장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도전정신을 갖고 먼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한다. 우리 대표팀은 여러가지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무너진 대표팀


대표팀에게 실험이 필요한 이유는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절실하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형편없기 짝이 없었다. 특히 예전부터 우리 대표팀의 원동력이었던 '투지 혹은 투혼'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벤투 감독이 변화 없이 매번 같은 전술, 라인업을 사용하면서 나온 폐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상당히 중요하다. 동기부여가 있고, 없고는 경기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조금의 동기부여라도 생긴다면 선수들의 경기력은 올라갈 것이며, 자연스레 팀 전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주전 선수들이 매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다 보니 자연스레 본인이 선발임을 확신하고 동기부여가 떨어지면서 동시에 경기력마저 떨어지는 현상을 초래했다. 물론 절대적으로 모든 선수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팀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은 상당히 저조했다. 아시안컵에 돌입하기 이전 벤투 감독이 조금이라도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했더라면 이러한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벤투 감독의 고집스러운 행동이 결국 아시안컵 8강 탈락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봤을 때 평가전에서만큼은 베스트 11을 정해놓기보다는 여러 선수들을 활용하면서 선수들을 경쟁시키는 게 동기부여를 생기게 하면서 동시에 경기력도 같이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대표팀에 불려왔지만 출전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선수들에게 한 번쯤은 선발 출전 기회를 준다면 선수 개인은 강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주전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팀 전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에도 A대표 데뷔전이 무산된 백승호


비주전 선수들의 선발 출전에 대한 위험부담이 따른다면 교체로라도 기회를 주는 걸 생각해볼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선발로 내세우라는 건 아니다. 교체를 통해 시간을 늘려간 다음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그때 가서 선발로 내세워도 된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교체 투입을 통해 조금이라도 기회를 주자는 뜻이다.


평가전은 최대 6장의 교체 카드가 주어진다.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고 여러 선수들을 실험해보라는 의도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교체 카드 역시 별로 활용하지 않는다. 어제 열린 호주전에서도 벤투 감독은 3장의 교체 카드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전반적인 경기의 흐름을 고려해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3장밖에 사용하지 않은 건 아쉬움이 따른다. 더욱이나 호주는 교체 카드 6장을 모두 활용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배가 된다. (벤투 감독은 앞선 3월 A매치에서도 볼리비아전은 4장, 콜롬비아전은 3장의 교체 카드만 활용했다)


물론 소집된 선수 전부가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고, 데뷔전을 기다리는 선수도 많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냐고 따지고자 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모험적인 승부수를 통해 그동안 대표팀에 불려왔지만, 기회를 별로 얻지 못한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에게 교체를 통해 기회를 부여해도 좋지 않았냐는 거다. 대표팀에 뽑혀 기대감을 안고 합류한 젊은 선수들에게 친선전인만큼 조금이라도 기회를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어김없이 선발 풀타임을 뛴 손흥민


그동안 대표팀에 불려와 거의 매 경기를 풀타임을 뛴 손흥민에게도 휴식을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지난 주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르고 한국으로 건너온 선수를 굳이 무리해서 풀타임을 뛰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다. 승리도 중요하고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도 필요하지만, 이건 평가전이다. 평가전에서만큼은 교체를 통해 체력적인 안배를 해주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이제 6월 평가전은 11일에 열리는 이란전이 남았다. 이란을 상대로 벤투 감독은 어떠한 전술, 라인업을 들고나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하나만큼은 알아줬으면 한다. 축구 팬들은 승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말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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