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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린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불과 한 시즌 전만 해도 리그 우승을 시킨 감독이 경질을 당했다. 그것도 1부리그로 승격한 지 2시즌밖에 안 된 팀을 우승시킨 감독이었다. 모두들 동화 같은 기적을 써 내렸다면서 축하와 찬사를 보냈지만, 결국 동화의 마지막은 새드엔딩이 되고 말았다.


한국시간으로 24일 레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는 라니에리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라니에리 감독은 레스터 시티 구단 최초로 1부 리그 우승을 달성지만 이번 시즌 저조한 성적 문제로 팀과 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부진에 허덕이거나 하위권 팀들을 리빌딩해서 승격시키거나 상위권으로 발돋움하는데 일가견이 있어 '리빌딩의 귀재'라고 불렸던 라니에리 감독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레스터 시티의 이번 판단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택이다. 후에 라니에리 감독을 분명 그리워할 것이다.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실 프리미어리그는 그 어느 리그보다 치열하고 냉정한 승부 세계다. 우승과 강등에 있어서만큼은 더욱더 그렇다. 특히 강등을 놓고 봤을 때, 구단 입장에서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 사이에서 수익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1부 리그 잔류에 필사적이다. 그렇기에 현재 강등권에 놓인 레스터 시티가 라니에리 감독을 경질한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굳이 꼭 경질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어야 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레스터 시티가 현재 25라운드까지 17위(5승 6무 14패) 강등권과 승점 차는 불과 1~2점 차밖에 나지 않고, 최근 리그 6경기 무득점, 챔피언스리그 16강 패배 등 힘든 시기를 보낸 건 맞다. 하지만 라니에리 감독만큼 팀을 위해 헌신한 감독은 없을뿐더러 한 시즌 반 동안 팀에 공헌을 많이 한 감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런 감독을 이번 시즌 부진에 허덕인다고 곧바로 경질한다는 건 정말 충격일 수밖에 없다. 구단으로서는 부진한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프리미어리그'라는 경쟁력 있는 무대에서 강등당하는 것도 생각하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회를 줄 수 있고 믿고 기다려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감독을 데려와 팀을 재빠르게 수습해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적을 믿었다면, 레스터 시티는 더욱이나 아쉬운 판단이다.


더군다나 레스터 시티는 1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 클럽이고, 이전까지 2부, 3부리그에서 머물렀던 팀이다. 지난 시즌 우승을 했다 하더라도 빅 클럽들에 비해서 자금력, 선수단, 시설 등이 아직 한참 부족하다. 또한, 프리미어리그는 험난하고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없는 무대이다. 그렇기에 부진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라니에리 감독도 팀의 부진에 대해서 계속 고민했을 것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을 것이다. 구단이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분명 나중에 라니에리 감독을 경질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결코 라니에리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사실 많은 이들은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을 듣고, 라니에리 감독에게만 잘못을 따지는 데 이는 명백히 잘되었다. 그렇다고 라니에리 감독의 잘못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전술에 큰 변화를 가져가지 못했다. 매 경기마다 같은 패턴으로 나오면서 상대 팀에게 완벽하게 분석 당하면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다시 말해, 상대 팀에 맞는 전술, 상대 전술 변화에 따른 대안이 부족했고 전술의 유연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


하지만 전술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라니에리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레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 유럽대항전에 참가하게 되면서 조별예선 6경기가 추가되었다. 생각해보면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일주일 동안 경기를 준비하는 팀과 주중에 경기를 한 번 치르고 3일 뒤 주말에 다시 경기하는 팀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상대적으로 체력, 컨디션이 많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원정길에 오르면 심리적으로도 힘들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선수는 몇 명이나 되는가. 7명밖에 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많아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떠나보낸 선수 5명도 생각하면, 사실상 2명밖에 스쿼드에 추가가 안 된 셈이다. 스쿼드의 폭이 별로 증가하지 못하다 보니 당연히 주전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드러났고,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우승을 하고도 전력보강에 신경을 못 써준 구단의 잘못이 크다.


부진의 원인이었던 선수단의 기량 하락을 생각하면 선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레스터 시티는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지난 시즌과 너무 달랐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24골을 넣은 바디는 25라운드까지 5골밖에 넣지 못했다. 11경기 연속골을 기록할 정도로 빼어난 스트라이커였는데 한 시즌 만에 폼이 너무 떨어졌다. 나름 반짝이었다고는 하지만 지난 시즌과 너무 차이가 난다.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마레즈도 지난 시즌 공격포인트에 절반도 못 미치면서 부진에 빠졌다. 특유의 측면에서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는 드리블도 상대 수비에게 번번히 막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공만 질질 끌면서 공격 흐름만 다 끊었다. 이밖에도 울브라이턴, 드링크워터, 모건, 후트 등 주전 선수들은 지난 시즌과 놓고 봤을 때 경기력이 많이 달랐고 기량이 하락했다. 스스로 부진의 문제를 찾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잘못은 명백히 있다.


기자회견장에 라니에리 감독을 존중하는 티셔츠를 입고 나온 무리뉴 감독


앞서 말했듯,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로 축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감독들은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을 듣고 심히 안타까워했다. 무리뉴 감독은 SNS에 "잉글랜드 챔피언. FIFA 올해의 감독. 경질. 이게 새로운 축구인가 봐요, 클라우디오 그래도 미소는 잃지 마세요. 당신이 쓴 역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라고 글을 올렸다. 콘테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불과 몇 달 전에 우승했던 감독이다. 무척 슬프고 안타깝다. 이게 우리의 운명이다."라고 말하며 라니에리 감독을 옹호했고, 포체티노 감독은 "불과 한 달 전에 FIFA 올해의 감독을 수상한 감독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 몹시 실망스럽고 슬프다."라고 의사를 밝혔다.


팬들과 레전드들도 충격에 빠졌다. 팬들은 "구단의 결정은 잘못되었다." "배은망덕한 레스터 시티"라며 경질에 대해서 비판을 했다. 레스터 시티가 우승하면서 속옷 방송을 했던 게리 리네커는 눈물까지 흘렸다. 리네커는 "굉장히 슬프다. 받아들일 수 없다. 레스터 시티는 현재 강등권이 아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건 잘못된 선택이다."라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결론적으로 놓고 봤을 때, 레스터 시티가 선택한 라니에리 감독 경질 판단은 정말 아쉽고 잘되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라니에리 감독이 어떤 팀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감독이기 때문에 새로 맡은 팀을 잘 이끌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라니에리 감독의 앞길을 응원하는 바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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