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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런던 더비에서 패배한 아스날


챔피언스리그는 유럽리그에 소속된 클럽이라면 모두가 원하는 무대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데 모이는 무대인 만큼 특별하기도 하고, 구단 입장에서는 수익도 많이 낼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 19년(챔피언스리그가 본선 32개 팀으로 진행된 1998-99시즌부터의 통계) 동안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던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과 멀어져 가고 있다. 그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하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아스날은 어떻게 해서든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어려워 보인다.


한국 시각으로 1일 새벽에 열린 아스날과 토트넘의 35라운드 경기에서 아스날이 완전히 무너졌다.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사실상 멀어지게 된 셈이다.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펼쳐진 아스날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고 기대가 되는 매치였다. 특히 아스날과 토트넘에서 뛰었던 솔 캠벨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북런던 더비에서 패배하는 팀은 사실상 모든 것이 끝난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이다."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벵거 감독에게는 역대 50번째 북런던 더비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스날은 승점을 가져가지 못했고, 4위권 진입 장벽을 넘지 못했다. 또한, 아스날은 22년 만에 토트넘보다 낮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아스날 그리고 벵거 감독에게 있어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다.


35라운드가 끝이 나고, 아스날은 현재 6위에 순위를 올리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남은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고, 맨시티, 맨유, 리버풀, 토트넘이 패배하기만을 간절히 바래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물론 100%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4위권 안에 순위한 팀들의 레벨을 고려해봤을 때 많이 힘든 가정이다. 다음 시즌부터는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챔피언스리그 오프닝 음악을 들을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아스날과 챔피언스리그 19년간 함께해온 여정은 이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그동안 벵거 감독은 아스날을 이끌고 19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벵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아스날만큼 챔피언스리그 단골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맨유, 맨시티, 리버풀, 첼시, 토트넘 모두 중간중간 진출이 끊겼지만, 아스날은 달랐다. 아스날은 19년 동안 꾸준하게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아왔다. 팬들이 봤을 때, 쉬운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는 일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나 프리미어리그 무대처럼 매 시즌 치열하고 뜨거운 경쟁 속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아스날은 끝까지 성적을 내면서 어렵사리 4위에 들었고,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해 왔다.


아스날이 더욱더 대단한 건, 벵거 감독 고군분투하면서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거다. 벵거 감독은 구단이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면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어냈다. 물론 10년 넘게 리그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는 대가를 받아들여야 했지만, 구단에서 요구하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꾸준하게 이뤄냈다는 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아스날도 이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 위기에 놓여있다. 그동안 홀로 고군분투했던 벵거 감독이 무너지고, 아스날도 함께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은 물론이고 그 다음 시즌도 계속해서 챔피언스리그와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스날에게는 대책이 필요하다. 아니 변화가 필요하다.


아스날의 스리백 변화는 오히려 수비 불안만 증가시켰다.


아스날은 그동안 벵거 감독 체제에서 변화에 약했다. 벵거 감독은 변화를 두려워했고, 선뜻 변화를 주지 못했다. 그로 인해서 벵거 감독은 최근 몇 년간 아스날이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전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 "몇 년째 같은 전술만 사용한다." 등 수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올 시즌은 정교하고 세밀한 축구를 고집해온 벵거 감독이 패스 중심의 플레이를 과감하게 내려놓고 단단한 수비축구, 스리백을 꺼내 들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직은 스리백이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보여주었듯, 아스날의 스리백은 많은 불안 요소를 드러냈다. 이전까지 선수들이 스리백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수비수들은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실수도 연달아 나오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윙백으로 나선 깁스와 체임벌린은 공, 수 양면에서 제대로 된 활약이 없었다. 사실상 스리백은 아스날에게 맞는 옷이 아닌 셈이다. 벵거 감독으로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근 많이 사용하는 스리백을 따라가고자 했지만, 실상은 아스날과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변화를 주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벵거 감독은 스리백이 아닌, 아스날에게 어울리는 변화, 팬들이 만족하고 승리할 수 있는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 괜히 유행만 따라가다가는 승리는 물론 벵거 감독만의 특유의 스타일마저 잃을 가능성이 크다. 벵거 감독 본인이 잘 해낼 수 있는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산체스


아스날에게 필요한 건 변화만이 아니다. 현시점에서 선수영입이 필요하다. 스리백을 활용하던, 포백을 활용하던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선수단 보강이다. 이번 시즌 산체스가 아스날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해당한다. 아스날은 다른 빅 클럽들과 비교했을 때, 선수단의 뎁스가 상당히 얇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이다. 이날 새벽만 봐도 아스날은 수비 후 역습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역습을 진행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스날은 산체스, 외질을 제외하면 역습 시에 빠르게 공을 운반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특히 산체스와 같은 크랙형 윙어가 많이 부족한 아스날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아스날은 제대로 된 영입이 없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카, 무스타피 같이 나름 괜찮은 자원은 있었지만, 페레스, 홀딩, 타쿠마 등 아스날 클럽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이었고, 실제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구단의 지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아스날은 성적을 낼 수 없는 건 당연지사이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해주지도 않고 성적을 내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고, 잘못된 행동이다. 아스날은 스스로 이 모든 상황을 자조했고,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고 싶으면 그만큼 투자를 하고, 변화를 일궈내야만 한다. 아스날의 올 시즌은 사실상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는 달라지기를 바란다. 색다른 변화를 통해 다음 시즌부터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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