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전술로 승리를 가져온 모라이스 감독
축구에서는 ‘감독놀음 혹은 전술놀음’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감독의 전술적인 능력이 훌륭하면 아무리 팀 전력이 뒤처지더라도 극적인 경기를 연출하면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에 전력이 뛰어난 팀 역시 감독의 전술 능력이 출중하다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더 막강해질 수도 있다.
전북이 지난 주말 서울 원정에서 2-0 완승을 거두었다. 3시즌 연속 리그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전북이 위기라면 위기가 될 수 있는 서울 원정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지난 27라운드 성남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팀 분위기가 한 층 떨어진 상황 속에서 전북은 서울을 잡고 분위기를 되찾으면서 동시에 단독 선두까지 올라서게 됐다.
그리고 이날 페널티킥을 선방한 송범근, 득점을 기록한 호사, 로페즈 등 여러 선수가 승리에 공을 세우면서 칭찬받을 만 하지만, 이날 만큼은 무엇보다 모라이스 감독이 들고나온 전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모라이스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이날 서울과의 차이를 만들어냈고, 승리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올 시즌 리그에서 처음으로 스리백을 꺼내든 전북
모라이스 감독은 이날 서울 원정에서 예상치도 못한 전술을 꺼내 들었는데, 바로 스리백 카드였다. 전북은 올 시즌 리그에서 주로 4-1-4-1 대형으로 경기에 나섰고, 4-2-3-1, 4-4-2, 4-4-1-1 대형을 간간이 활용한 적은 있어도 스리백 전술은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모라이스 감독은 서울에 맞춤 전략으로 스리백을 들고나왔고, 이는 이날 승리의 완벽한 대응책이 되었다.
모라이스 감독이 이날 스리백을 꺼내는 이유는 분명했다. 올 시즌 3-5-2 대형을 활용하며 수비에 중심을 두고, 역습 시에 최전방 공격수 두 명의 개인 기량으로 득점을 가져가는 형태를 취하는 서울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기본적으로 축구의 전술 형태를 놓고 봤을 때 수비에서 한 명의 공격수에는 두 명의 수비수, 두 명의 공격수에는 세 명의 수비수, 항상 공격 숫자보다 수비 숫자를 많게 하는 게 전술의 기본으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서울의 투톱을 완벽하게 묶어내기 위해서 모라이스 감독은 스리백 전술을 꺼내 들은 셈이다.
전북의 스리백이 서울의 투톱을 막는 형태
실제 이날 전북은 김민혁, 최보경, 권경원으로 이어지는 스리백이 선발로 나서 서울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특히 전북의 스리백은 앞서 말한 대로 수비 시에 수적 우위를 점한 상태 속에서 쉽게 안정감을 찾으며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반면 서울의 공격라인은 전북의 탄탄한 스리백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답답함만 유발했다. 선발로 나선 페시치는 슈팅을 한 번도 때리지 못했고, 박동진만 슈팅 1회를 기록했다. 후반 교체로 들어온 조영욱과 윤주태 역시 슈팅은 없었다.
서울의 공격을 완벽히 차단하면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전북, 이날 승리는 모라이스 감독의 전술적 변화에 의해 가능했고, 모라이스 감독의 전술적 능력은 인상 깊었다.
더 날카로운 공격으로 2골을 성공시킨 전북의 공격진
이날 모라이스 감독의 스리백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격의 날카로움에서도 나타났다. 전북은 이날 리그에서 처음으로 스리백을 활용하면서 수비에 무게감을 두었음에도 그동안 보여줬던 날카로운 공격이 전혀 무뎌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실제 스리톱으로 나선 로페즈는 슈팅 6회(유효슈팅 5회), 문선민은 슈팅 3회(유효슈팅 1회), 호사는 슈팅 2회(유효슈팅 2회)를 기록하면서 서울의 골문을 수시로 공략했다.
이는 모라이스 감독이 수비에 무게감을 두었음에도 공격수들에게는 수비가담을 최소화하고 공격에만 매진할 수 있게끔 개인 전술을 따로 부여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문선민과 로페즈는 기존과는 달리 하프라인 근처에만 머물렀고, 호사 역시 수비 가담보다는 전방 압박 혹은 상대 수비수와 경합에만 신경 썼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양쪽 윙백, 이용과 김진수 역시 스리백을 믿고선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이는 공격에서 많은 찬스를 만들면서 동시에 상대의 수비 간격을 벌어지게 하도록 유도까지 해냈다.
결국 모라이스 감독이 꺼내든 스리백이 서울의 약점을 완벽하게 파헤친 상황 속에서 더 날카로워진 공격, 더 안정적인 수비가 되면서 완벽한 전술로 탄생했다. 앞으로 전북이 남은 경기에서 오늘과 같은 스리백 전술이 몇 차례 더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한 건 모라이스 감독도 전술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상황에 맞춰 승리를 가져올올 줄 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추가로 탄탄한 스쿼드 역시 어느 전술을 활용하든지 선수들이 전술에 맞춰갈 수 있다는 점도 전북에게는 긍정적이지 않나 싶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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