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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9번'으로 변신한 손흥민


지난 주말 손흥민의 플레이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멀티골을 비롯하여 나머지 2골에도 모두 관여하면서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모든 경기를 통틀어 놓고 봤을 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경기 중 하나에 뽑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실제 현지 BBC, 스카이스포츠, ESPN 등 대다수 언론은 손흥민의 활약에 대해 “손흥민이 크리스탈 팰리스를 파괴했다.”, “슈퍼손, 그의 활약은 환상적이었다.” 등 극찬하면서 최고 평점을 비롯하여 MOM, 주간 베스트11에 선정했다.


손흥민은 이날 기막힌 뒷공간 침투를 기반으로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드리블까지 더하며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오리에의 크로스를 논스톱 발리슛으로 마무리하면서 멀티골을 뽑아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프라인에서 공을 받은 뒤 치고 올라가다 돌아 들어가는 케인에게 연결한 반 박자 빠른 패스는 경이로웠다. 조금이라도 패스가 늦었더라면 케인이 오프사이드에 걸릴 수도 있었지만, 손흥민은 타이밍을 완벽하게 잡아내면서 연결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패스는 케인이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완벽한 위치에 도달했고, 케인의 크로스를 라멜라가 골로 연결했다. 손흥민이 직접 어시스트를 하지 않았지만, 손흥민에게 0.5골을 부여해도 될 정도로 완벽한 공격 전개 및 연계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오리에가 자책골을 유도할 당시에도 손흥민의 스루패스는 결점 하나 없이 깔끔했고, 26번의 스프린트를 기록할 정도로 상대 수비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데도 성공했다.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9번 역할을 톡톡히 한 손흥민


이처럼 손흥민이 이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올 시즌만큼은 다소 다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던 데는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과 손흥민에게 부여되는 역할이 변화했기에 가능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할 때마다 손흥민을 종종 원톱에 세우면서 많은 재미를 봤다. 손흥민은 본래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와 수준 높은 드리블을 바탕으로 상대의 수비를 흔드는 역할을 잘 수행해왔지만, 원톱으로 나섰을 때도 마무리, 배후침투, 퍼스트 터치, 연계 등 다양한 면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9번 역할도 소화해냈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 기억을 떠올리며 시즌 초반 답답했던 공격에 변화를 주고자 손흥민을 케인과 함께 투톱 혹은 처진 공격수로 세워놓고 있다. 다시 말해, 올 시즌 손흥민은 측면 공격수보다 중앙의 전방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가짜 9번으로도 볼 수 있던 셈이다.


아스날전 손흥민 히트맵(왼쪽), 크리스탈 팰리스전 손흥민 히트맵(오른쪽) 


실제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측면보다 중앙에 계속 머무르며 공격 전개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가져가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슈팅(5회)을 가져간 데도 중앙에서 더 많은 움직임을 가져갔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손흥민의 이러한 움직임은 케인이 손흥민 주위에서 시선을 끌어주면서 동시에 이타적인 플레이로 도와주고, 양 측 풀백들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측면을 커버해주면서 가능했다. 에릭센과 라멜라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적극적으로 공격을 전개해준 점 역시 손흥민이 보다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었다.


선수를 믿고 전술에 변화를 주며 탁월한 선택을 한 포체티노 감독, 매 시즌 변화 속에서도 빠른 적응을 통해 활약을 이어나가는 손흥민,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동료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 토트넘 공격에 변화를 일궈냈다.


대표팀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날 손흥민의 활약, 토트넘 공격의 변화를 보고 아쉬운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표팀에서의 손흥민 활용법, 좀처럼 진전없는 대표팀의 공격력이 그렇다. 사실 이 문제는 토트넘과 대표팀의 환경 및 선수 구성 자체가 다르고, 손흥민에게 주어지는 부담감도 다른 만큼 다루기에는 민감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날 포체티노 감독이 활용하는 손흥민을 보고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더욱이나 최근 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이 투톱으로 나서고 있고, 이전보다 자유를 부여받으면서 전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하프라인까지 내려오면서 공격 전개에도 신경을 쓰면서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기에 아쉬움이 더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벤투 감독이 포체티노 감독처럼 전술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대표팀 선수들이 토트넘 선수들처럼 움직였으면 좋겠다.’가 아니다. 물론 환경을 유사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변화를 한다 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는 보장도 없고, 많은 시간과 조건이 따른다. 그보다는 손흥민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좀 더 자유롭게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팀 선수들이 집중력을 찾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경기에 임했으면 한다.


축구는 결코 혼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닌 11명이 함께 하는 스포츠, 함께 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스포츠다. 토트넘 경기를 보면 알다시피 손흥민의 개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이뤄낸 것이 아니다. 케인, 에릭센, 라멜라, 시소코 등 동료들과 함께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대표팀에서 ‘손흥민 활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동료들이 우선 좋은 모습을 바탕으로 손흥민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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