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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적 실패로 대패를 당한 포체티노 감독


지난 2일 새벽 생각지도 못한 스코어가 나오면서 런던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야말로 ‘런던 대참사’였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 토트넘이 바이에른 뮌헨에 무려 7골이나 내주면서 2-7로 대패를 당했다. 아무리 토트넘이 최근 거듭되는 부진 속에 팀 분위기가 급락해있다고는 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스코어다.


이날 대패의 원인으로 선수 개개인의 역할 수행능력 부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적 패착에서부터 비롯됐다. 포체티노 감독이 후반에 무리하게 변경한 전술이 대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양 팀 선발 라인업


토트넘이 이날 뮌헨을 상대로 꺼내든 전술은 시즌 초반부터 자주 선보이곤 했던 다이아몬드 4-4-2 대형이었다. 포백을 기반으로 윙크스가 다이아몬드 형태에서 아래 꼭짓점에 선 가운데 시소코, 은돔벨레, 알리가 각각 왼쪽, 오른쪽, 위 꼭짓점을 맡고 케인과 손흥민이 투톱으로 나서는 형태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다이아몬드 4-4-2 대형을 들고나온 의도는 분명했다. 홈 경기인 만큼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볼 소유권을 지닌 채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공격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4명의 미드필더가 유기적인 움직임 속에 중원을 지배하고자 하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최근 득점 감각과 움직임이 좋은 손흥민을 케인과 함께 배치하여 공격에서의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한 선택도 있었다. (이때 윙어가 따로 배치되지 않은 가운데 측면 공격의 책임은 양쪽 풀백들의 몫이었다)


전반전 양팀 선수들의 평균적인 위치


포체티노 감독의 의도는 생각보다 잘 맞아떨어졌다. 비록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으나, 올 시즌 리그 평균 63%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뮌헨을 상대로 토트넘은 팽팽한 볼 소유권 싸움을 이어나갔다. 여기에 초반부터 중원에서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공격 전개 속에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어냈고, 투톱으로 나선 손흥민이 선취골을 뽑아내기까지 했다. 전반전에만 5개의 슈팅을 때려내면서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에게 공급된 패스는 은돔벨레, 알리, 시소코의 발밑에서 나왔는데, 이는 포체티노 감독이 의도한 전술적 선택이 적중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선제골을 넣고도 수비의 불안함을 씻어내지 못하면서 2골을 허용한 점은 토트넘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전반을 1-2로 끝낸 가운데,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하여 전열을 재정비한다면 토트넘은 충분히 동점을 넘어 역전까지 노려볼 수 있었기에 후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었다.


후반전 양팀 선수들의 평균적인 위치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토트넘은 전술의 변화를 가져갔다. 기존의 다이아몬드 4-4-2 대형에서 윙크스와 은돔벨레를 중앙에 놓고 손흥민과 시소코를 각각 좌, 우 윙 자리, 케인과 알리를 투톱으로 배치하는 4-4-2 대형으로 바꿨다. 알리를 세컨 스트라이커로 내세우는 4-2-3-1 대형에 더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포체티노 감독이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점했음에도 점유율 싸움에서 뒤처졌고, 수비에서 문제가 나타나자 택한 전술의 변화였다.


다시 말해,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수비에 좀 더 치중하면서 역습을 통해 한 방을 노리겠다는 의도, 좌, 우를 더 넓게 벌리면서 토트넘의 측면을 공략하는 뮌헨의 공격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는 전반전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던 팀 상황을 오히려 더 최악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대패로 이어지는 결과밖에 얻지 못했다. 전반에만 5차례 슈팅(3번의 유효슈팅)을 때려내면서 1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측면으로 빠지게 되자 단 한 번의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고, 원톱에 위치한 케인은 고립되면서 토트넘의 공격은 자연스레 무뎌졌다.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볼 점유율을 완전히 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쿠티뉴, 티아고, 톨리소로 구성된 뮌헨의 미드필더진의 강한 전방압박에 흔들리면서 불안함을 자주 노출하기도 했다. 실제 후반 9분 4번째 실점은 윙크스가 압박에 의해 공을 빼앗기면서부터 비롯됐다. 여기에 토트넘은 측면 수비마저 무너졌다. 두 줄 수비를 내세우면서 측면 공격을 막겠다는 의도를 내보였지만, 오히려 비효율적인 움직임 속에 나브리, 코망, 페리시치에게 흔들리면서 위협적인 장면을 계속해서 노출했다.


결과적으로 전반전에 팀의 전체적인 흐름이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손흥민의 움직임은 최고였는데, 후반전에 포체티노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전술적 패착으로 이어지면서 후반에만 무려 5골을 허용한 채 대패로 이어지게 됐다. 뮌헨 선수들이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며 토트넘을 상대로 후반에 더 강하기도 했지만, 이번만큼은 토트넘의 전술 변화가 뮌헨의 승리를 도왔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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