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고 있는 첼시
스카이 스포츠 “새 시즌을 앞두고 별다른 기대하지 않았던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첼시는 활기를 되찾고 더 매서워진 팀으로 거듭났다. 그의 전술적 유연성은 색다르면서 동시에 관심이 간다.”
지난 시즌 첼시를 이끈 사리 감독은 꽤 괜찮은 지도자였다. 첫 시즌인 만큼 팀을 만들기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음에도 UEFA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을 비롯하여 리그 3위, 리그컵 준우승 등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중,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빅6 중에서 경쟁력 있고, 충분히 두터운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속에서 더 이상의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다.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게 플랜B가 취약하고, 매번 똑같은 패턴의 적절하지 못한 교체 전술에 대한 것이었다.
첼시 팬들은 진전이 없음에도 라인업의 변화가 없고, 교체 카드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 속에 여느 팀 지지자들보다 조마조마하게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사리 감독 체제가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약점이 노출됐다며 전술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이유다.
이랬던 첼시가 올 시즌 완전히 탈바꿈했다. 전술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유연함은 물론이고 선수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달라졌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라운드 사우샘프턴전에 교체 투입되어 골을 합작한 바추아이와 풀리시치
사리 감독이 팀을 이끈 지난 시즌 첼시는 전반전 성적으로만 기록을 따졌을 때 38경기에서 15승 20무 3패를 기록했다. 이 기록을 후반전까지 모두 소화한 풀타임 경기로 따지면 21승 9무 8패다. 동점이던 상황을 승패(각각 6승 5패)로 나눠 가져갔으니 첼시로선 후반전에 이렇다 할 승부수를 던지지 못한 셈이다. 전력이 센 상위권 클럽으로 분류되는 첼시가 확률 면에서 후반전에 더욱 높은 승률을 끌어올려야 했으나 지지부진한 흐름 속에서 분명한 반전을 일궈내지 못했다.
특히 사리 감독은 줄곧 4-3-3 대형을 바탕으로만 경기를 치러왔으며 이외 전술을 선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부분이 컸다. 상대 팀이 첼시의 전술을 간파하고 맞춤 전략을 들고나왔어도 사리 감독의 선택은 변함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첼시는 전술적으로 무뎌지는 가운데 후반전에 반전을 일궈낼 수는 없었고, 같은 패턴이 막히게 되면서 상대에 역전을 허용하는 일이 잦아졌다. 실제 첼시는 후반기 들어 급격하게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전술적인 분석이 이루어지면서 낱낱이 파헤쳐지고 선수단의 적은 로테이션 문제까지 동시에 드러나면서 나타났다.
하지만 첼시는 올 시즌 램파드 감독체제에서 지난 시즌 약했던 후반전 뒷심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전반전부터 리드를 완전히 잡아나가면서 달라졌다. 첼시의 올 시즌 전반전만 따진 프리미어리그 성적은 3승 3무 2패다. 하지만 이를 후반전 포함한 전체 리그 성적으로 계산하면 4승 2무 2패다. 전반전을 완전히 내준 2경기를 제외하면 첼시는 리드와 균형을 계속 유지한 채 승점을 확보했으며, 비기고 있던 상황 한 차례를 역전시키면서 승리로 만들어냈다.
첼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램파드 감독
첼시가 이처럼 올 시즌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건 무엇보다 램파드 감독의 전술적 유연성과 다양한 선수 기용에서 나온다. 램파드 감독은 사리 감독과는 전술적인 부분과 선수 교체하는 스타일에 있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램파드 감독은 상대 전술에 따른 맞대응을 토대로 전술을 들고나오거나, 팀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계속해서 전술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선발 라인업에도 변화를 주며 선수 동기부여를 끌어올리고, 선발로 출전한 선수가 전술적으로 문제다 싶으면 주저 없이 교체하는 전술 변화에 적극적이다. 사리 감독 때와는 확연히 눈에 띄는 변화다.
전술적 변화와 교체 대상과 선택도 주효하고 있다. 램파드 감독 체제에서 치른 올 시즌 12번의 공식 경기 중 5-4-1 전술로 2승 1패, 4-3-3 전술로 2승 2무 1패, 4-2-3-1 전술로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다양한 전술 변화 속에서 승리를 계속 챙겨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교체 선수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여 골을 만든 경기는 5경기에 이른다. 확실히 적지 않은 수치이며, 교체 선수가 후반 경기를 뒤집거나 굳혔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지난 라운드 사우샘프턴전 후반 막바지에 교체 투입된 풀리시치와 바추아이가 완벽한 합작품 속에 골을 만들어낸 장면과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릴전에서 교체 투입된 허드슨-오도이가 드리블을 통해 수비를 벗겨내고 도움을 기록한 장면은 첼시 팬들에게 있어서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정도다. 확실히 램파드 감독의 교체 카드 한 장 한 장이 적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아직 8라운드밖에 치르지 않았고, 첼시가 앞으로도 연승을 이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전술과 선수교체 등의 변화로 전반전 리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후반전 뒷심을 발휘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난 시즌까지 변화 없이 매번 똑같은 전술과 라인업에 별다른 수를 써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궈야 했던 첼시는 더 이상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변화를 주더라도 이기고 지고의 희비는 나뉘겠지만 변화 없는 전술, 늦은 선수 교체와 똑같은 패턴 등으로 무기력하게 경기를 마무리하던 모습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어쩜 이 추세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한동안 첼시는 램파드 감독 지휘 아래에서 더 강해지는 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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