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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웨스트 더비가 돌아오는 월요일 203번째 경기를 치른다. 사진은 1996년 FA컵 노스웨스트 더비


치열하고 처절한 라이벌이 만나는 건 언제나 이런 식이다. 누군가 미리 판을 짜 놓은 것처럼, 서로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길목에서 그들이 만난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더비를 상징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100년을 넘은 역사의 노스웨스트 더비가 돌아오는 월요일에 열린다. 월요일 새벽 12시 30분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싸움이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라이벌답게 오랜 세월 감정의 폭을 좁히지 못한 채 지독하게도 싸워온 두 팀인데 맨유와 리버풀의 최근 흐름은 갈려 있다. 시즌 초반의 흐름은 리버풀의 압승이다. 리버풀은 개막 이후 8연승 중이다. 지난 시즌 포함하면 무려 17연승 행보이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선두를 유지하며 올 시즌 리그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위 맨시티와도 벌써 8점 차를 벌리면서 미친 듯이 폭주하고 있는 리버풀이다.


맨유는 반면 조금은 힘겨운 시즌 초반이다. 개막전에서 첼시를 4-0으로 대파할 때만 하더라도 올 시즌 맨유는 달라지는 줄 알았으나 이후 1승밖에 더 추가하지 못하면서 반전을 꾀하지 못했다. 8경기에서 2승 3무 3패를 기록하면서 승보다 패가 더 많은 맨유의 현 상황이다. 순위마저 14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번 라운드에 자칫 패배라도 한다면 강등권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을 만큼 맨유는 절대적 위기에 놓여있다.


최근 분위기는 갈려 있지만, 경기는 흐름만으로 싸울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경기력 외의 심리적 변수가 크게 영향을 끼치는 더비 매치라면 지난 흐름은 그렇게 유의미한 분석 자료가 되지 못한다. 맨유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최근 5경기에서 2승 3무로 앞서있는 등 라이벌 매치에서는 어떤 결과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경기 당일 감독의 전술, 라인업 선택과 출전 선수들 간의 육체적, 심리적 정면 승부다. 두 팀 모두 부상 선수들의 회복과 출전 여부를 두고 나온다 못 나온다식의 연막작전과 심리전이 가열되고 있는 이유도 다 이와 같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지는 맨유와 리버풀전 예상 라인업


매 시즌 벌어지는 노스웨스트 더비지만 올 시즌 첫 번째 맞대결을 두고는 유독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선수 보강으로 변화를 꾀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한 두 팀을 보면 알 수 있다. 맨유는 지난 6년간 4번의 감독 교체를 비롯하여 선수 보강 비용으로 9억 7600만 유로(한화 1조 2800억 원)를 지불했다. 프리미어리그 20팀 중 맨시티 다음으로 많은 투자액이다. 리버풀은 4위에 해당하는 7억 1500만 유로(한화 9400억 원)를 쏟아부어 선수단 보강을 해왔다. 두 팀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 선수단을 꾸려왔다. 이번 노스웨스트 더비 예상 라인업 22명의 이적료 총액이 7억 3288만 유로(9700억 원)에 달할 만큼 스쿼드가 새롭고 강해진 두 팀이다. 우리 돈으로 1조 원에 육박하는 라인업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여러 가지 변화를 뒤로하고 두 팀은 엇갈린 행보를 걸어왔다. 맨유는 지난 5년간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1조를 넘게 투자했음에도 선수단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빅6 클럽들과 비교했을 때 현재 맨유의 스쿼드는 경쟁력이 한참 부족하다. 확실히 명성보다 많이 아쉬운 모습을 계속 보내온 맨유다. 한편 리버풀은 맨유와 상황이 정반대로 투자한 만큼 성과를 냈다. 최근 리그에서 꾸준히 우승에 도전하는 모습을 비롯하여 지난 시즌 유럽 정상에 오르고, 스쿼드 역시 탄탄한 최고의 클럽으로 발돋움했다. 리버풀은 우승 횟수부터 상대 전적 등 여러 분야에서 항상 앞서면서 우상을 드높였던 맨유를 이제는 조금씩 역전하면서 뒤집으려고 준비 중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노스웨스트 더비가 승점도 승점이지만 라이벌에 의한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결코 밀릴 수 없는 대결이다. 두 팀에겐 정말이지 큰 승부다. 이유가 충분한 과열이다.


올 시즌 8경기 나선 매과이어와 반 다이크 스탯 비교


두 팀의 싸움이 불을 더하는 건 앞서 말한 막대한 선수 이적료 그중에서도 두 명의 수비수, 매과이어와 반 다이크의 맞대결에서도 나온다.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 수비수 역대 최고 이적료를 깬 수비수와 종전까지 기록을 보유했던 수비수, 이제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를 두고 싸우는 두 선수이다. 이번 시즌 매과이어가 본인의 몸값을 입증하고자 한다면 반 다이크는 이미 몸값을 입증하며 세계적인 클래스로 올라서면서 상반되기에 이번 매치에서 두 선수의 맞대결은 수많은 시선을 끌어모은다.


두 선수의 역대 프리미어리그 경기당 평균 스탯을 놓고 비교해보면 6개의 수비 분야(클린시트, 블록, 인터셉트. 태클성공, 클리어링, 공중볼 경합) 중 4개 분야(클린시트, 인터셉트, 클리어링, 공중볼 경합)에서 반 다이크가 우세하다. 올 시즌 8경기를 놓고 비교해봤을 때는 클린시트 부문 동률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 분야에서 반 다이크가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물론 팀의 상황을 고려하고, 8라운드까지 상대했던 팀들의 전력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리버풀은 반 다이크 한 명으로 수비의 안정감이 크게 늘었지만, 맨유는 매과이어 합류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안정감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상으로 인해 경기 출전이 불가능한 데 헤아와 포그바 


두 수비수의 싸움을 뒤로하고 시즌 전체의 판세까지도 흔들 수 있는 중요 매치 업이지만 한 팀은 만반의 준비가 가능하지만 다른 한 팀은 부상에 고민을 크게 하고 있다. 먼저 원정팀 리버풀은 부상 선수가 몇 없는 데다가, 오히려 부상 당한 주축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리버풀에 가장 반가운 건 알리송의 복귀다. 지난 8월 노리치 시티와의 개막전에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2개월째 경기에 나서지 못한 알리송이 돌아오는 리버풀은 골문에 안정감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마팁과 살라 역시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출전을 예고했다. 리버풀은 최정예 멤버로 나설 수 있는 가운데,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만반의 준비를 통해 개막 9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맨유는 고민이 상당하다. 안 그래도 선수단 무게감이 떨어지는데 이번 라운드에 나설 수 없는 선수들도 많게 되면서 팀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있다. 우선 맨유는 허리에서 핵심인 포그바 없이 노스웨스트 더비를 치러야 한다. 포그바는 7라운드 아스날전에서 발목 부상을 입으면서 나설 수 없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리버풀전에 출전이 예상됐지만, 복귀가 또다시 늦춰지면서 맨유로선 뼈아프게 됐다. 솔샤르 감독으로선 맥토미니를 고정으로 한 가운데 마티치 혹은 프레드의 기용이 대안으로 보이는데, 그나마 폼이 조금 더 좋고 리버풀을 상대해본 경험이 많은 마티치에게 선발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수문장이자 후방에서 중심을 잡아 줄 데 헤아가 A매치 경기에서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된 것도 맨유에겐 큰 위기다. 백업 골키퍼 로메로가 있지만, 이런 중요한 더비에서 데 헤아가 빠진 맨유의 후방 안정감은 확실히 불안감이 증대된다. 리버풀 역시 이 부분을 노릴 가능성이 큰 만큼 핵심 선수들이 부상 중인 맨유는 걱정이 태산이다. 여기에 루크 쇼, 마샬, 완-비사카, 린가드 역시 아직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완-비사카와 마샬의 복귀가 유력하다. 하지만 두 선수가 부상을 털고 복귀한다 해도 몸 상태가 온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 솔샤르 감독은 이번 승부에서 총 전력을 쏟아부어 결과를 잡아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도 언급했듯 두 팀 간 맞대결에서의 승리와 패배는 단순한 결과 그 이상의 파장으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다만 무리해서 출전을 감행했다가는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격 중심적인 두 감독의 맞대결


이번 주말 노스웨스트 더비가 더욱 기대되는 건 양 감독의 공격 중심의 축구가 서로 충돌하는 데 있다. 1조 원에 육박하는 선수들의 개인 능력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이들을 한 팀으로 묶어내 싸울 양 팀 감독들의 전술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솔샤르 감독과 클롭 감독 모두 빠른 속도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전술을 선호한다. 두 감독 모두 라인을 높게 가져가면서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공을 끊어낸 뒤 빠른 역습을 바탕으로 상대의 골문을 공략하는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라운드에 생각 이상으로 공격적인 전술 속에서 치고받는 싸움 속에 대량 득점 경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술의 세부적인 면에서 앞서는 건 아무래도 클롭 감독이다.


클롭 감독은 팀 지휘봉을 잡은 지 어느덧 5시즌째다. 그간 팀을 이끌면서 본인의 철학을 확실히 입히면서 전체적인 큰 틀을 변화하는 데 성공했고, 뒤이어 세세한 부분을 신경 쓰면서 리버풀을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 진가는 유독 잘 나타나면서 공격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드러내고 있다. 리버풀은 8경기 동안 20골을 넣으면서 맨시티 다음으로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아스날, 첼시를 상대로 각각 3골과 2골을 넣으면서 공격의 날카로움을 계속 유지 중이다. 이번 라운드에서도 폭발력을 내뿜는 공격력을 어김없이 보여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대된다.


이번에도 한 치의 양보 없는 경기가 될 두 팀


이에 반해 솔샤르 감독은 정식 지휘봉을 잡은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만큼 전술의 세부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뒤떨어진다. 특히 공격 전개 시에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최근 무뎌지는 공격력은 맨유가 이번 라운드에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래도 솔샤르 감독체제의 전술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한방은 존재한다. 더욱이나 홈 경기인 만큼 다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리버풀에 반해 초반부터 강공으로 나설 수 있는 맨유이기에 노스웨스트 더비가 더욱더 기대되는 바이다.


두 팀의 상황은 완전히 엇갈린 가운데 양 팀 감독과 선수단 그리고 팬들에겐 정말이지 큰 승부이자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다. 과연 부진에 빠진 맨유가 리버풀을 상대로 얼마나 잘 버텨내면서 승부를 뒤집을 수 있을지, 최근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는 리버풀이 맨유 원정에서 얼마만큼 파괴력을 뽐내면서 승부의 균형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노스웨스트 더비를 지켜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후드스코어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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