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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적 변화로 무승부를 이끌어낸 클롭 감독


지난 새벽 열린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최고의 빅매치, 노스웨스트 더비에서 맨유와 리버풀이 무승부를 거두며 나란히 승점 1점씩 가져갔다.


맨유로서는 선취 득점에 성공하며 1점 차로 앞서나갔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아쉬움이 가득한 경기로 남았고, 반면 리버풀은 칠전팔기 끝에 종료 5분을 남겨놓고 가까스로 동점에 성공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엔 적재적소의 전술 변화로 리버풀을 무승부를 이끌어낸 클롭 감독이 버티고 있었다.


사실 이날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전술적인 부분에서 솔샤르 감독의 맨유에 완벽하게 무너졌다. 클롭 감독은 솔샤르 감독이 예상과는 다르게 들고나온 스리백 전술에 당황했고, 실제로 리버풀은 선제 실점을 허용한 뒤 좀처럼 맨유의 골문을 공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전술적 패착을 인정하고 빠른 판단하에 이루어진 전술적 변화를 통해 무승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양팀 선발 라인업


리버풀은 이날 전반전 동안 맨유를 상대로 본인들의 주 무기로 불리는 측면에서 공격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전체적인 공격 진행 역시 무뎌졌다. 맨유의 스리백이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가는 가운데, 솔샤르 감독이 좌, 우 풀백으로 나선 애슐리 영과 완-비사카에게 오버래핑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기보다는 하프라인과 그 밑에서 주로 머무르며 수비를 우선시하도록 했고, 그에 따라 맨유는 사실상 5백에 가깝게 운영을 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리버풀의 공격은 중앙 집중형에 가까운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스리톱이 측면보다는 중앙에 위치하는 시간이 길고, 풀백들의 오버래핑을 통해 비어있는 측면 공간을 채우는 체제다. 하지만 이는 수비 시에 5백으로 전환되는 전술을 만나면 취약점을 드러낸다. 스리톱은 상대 스리백에 일대일로 대응하게 되면서 꽁꽁 묶이게 되고, 풀백들의 오버래핑 역시 상대 윙백에 막히게 되는 구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리버풀은 전반전에 4번의 슈팅밖에 때려내지 못했고,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오리기와 마네의 드리블 돌파 성공은 도합 1번이 전부였던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양 측면 풀백 아놀드와 로버트슨 역시 드리블 돌파 성공은 1번뿐이었고, 무엇보다 크로스 시도는 각각 3번, 2번으로 상당히 저조한 모습을 보여줬다.


4-3-3 대형에서 4-4-2 혹은 4-2-3-1 대형으로 전환한 리버풀


이에 클롭 감독이 택한 전술 변화는 오리기를 빼고 체임벌린을 투입함과 동시에 대형의 전환이었다. 리버풀은 체임벌린을 투입하면서 기존의 4-3-3 대형에서 4-4-2 혹은 4-2-3-1 대형으로 변화를 꾀했다. 체임벌린을 왼쪽 윙으로 두고,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던 헨더슨을 우측 윙으로 돌려세우는 가운데 마네와 피르미누를 투톱 혹은 원톱과 처진 공격수 형태로 배치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선발 출전했으나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오리기를 빠르게 교체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리버풀 공격이 맨유의 5백에 계속 막히게 되면서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한 클롭 감독의 의도였다. 다시 말해, 측면 윙어를 중앙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측면에 그대로 놓고 넓게 벌려 풀백과 함께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맨유 수비수들 간의 간격을 벌려 공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결과적으로 클롭 감독의 전술적 변화는 이전까지 풀어내지 못했던 측면에서 리버풀이 적극적으로 공격 전개를 시도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종전까지 드리블 돌파를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했던 헨더슨이 측면으로 빠지면서 2번의 드리블 돌파를 시도 속에 2차례의 크로스를 기록했고, 아놀드와 로버트슨은 각각 7번, 6번의 크로스를 시도하면서 측면 공격에 힘을 보탰다.


전술적 변화에 성공한 클롭 감독과 동점골을 넣은 랄라나


이후 측면에서도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자 리버풀은 압도적인 점유율 속에 맹공을 퍼부어 나갔고, 후반 전술 변화 이후 6차례의 슈팅을 기록하는 등 전반전과는 상반된 모습 속에 맨유를 압박했다. 그리고 여기서 클롭 감독이 두 번째로 꺼내든 랄라나 카드가 측면에서 활기를 더하면서 동시에 천금 같은 동점골까지 기록하면서 팀을 패배로부터 구해낼 수 있었다. 클롭 감독의 전술적 변화와 용병술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리버풀이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비록 클롭 감독이 올드 트래포드만 오면 부진해 이번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서 원정 5경기 4무 1패를 기록하게 되었지만, 이날 만큼은 클롭 감독을 질책하기보다는 그가 보여준 적재적소의 전술 변화로 무승부를 이끌어낸 만큼 칭찬이 우선이 되어야지 않을까 싶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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