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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2차 예선


남북 월드컵 공동개최가 정말 최선인지 모르겠다. 이번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2차 예선을 보면 의구심은 더 든다. 남북 공동개최의 추진이 정말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와 화합의 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아가 통일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월드컵 2차 예선을 제3국이 아닌 평양에서 개최하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은 북한이다. 이는 최근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화합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북한의 의도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을 불허하고 선수단의 자율성마저 통제했다. 경기를 중계하고자 한다면 무려 중계권료로 17억 원을 지급하라고 할 정도로 적반하장의 행동을 보였다.


결국 월드컵 예선전인데 텅 빈 경기장에서 중계와 취재도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고, 선수들은 식사는 물론이고 화장실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뛰어야 했다. 북한의 태도가 180도 바뀌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존중은커녕 본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한 것이다. 심지어 대한축구협회(KFA)에서 제공한 짧은 경기 영상을 보더라도 북한은 우리나라를 상대로 상당히 거친 플레이의 연속이었고, 심한 욕설을 내뱉는 등 같은 축구인으로서 배려와 존중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 그 자체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대우를 받지 못하는 데도 우리나라는 계속 북한과 공동개최 및 단일팀을 꾸려 평화와 화합의 장을 만들어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평창올림픽 여자 하키 단일팀이 있었고, 4년 뒤 열리는 2023년 여자 월드컵 공동개최 추진이 그렇다. 북한의 경우 어떻게든 본인들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바쁘고,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에는 앉으려 하지 않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혼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나라가 북한에 이용당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봐도 될 정도로 안타까움이 크다.



피파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정치적 중립 조항


더욱이나 스포츠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잘못되었다. 월드컵을 비롯한 국가 간 축구 경기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각국 축구협회, 리그,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정치적 발언 및 행위와 관련하여 중립적 의미를 위반하면 벌금과 최대 2년간 축구 활동을 정지시킨다. 하지만 남북은 축구를 관계 개선의 도구로 활용하며, 정치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추진 중에 있다. FIFA에서 제정한 규율을 어기면서 동시에 그것을 넘어 우리의 계획을 기어이 밀어붙이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이러한 행동들을 삼가고 스포츠 대회의 공동유치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전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북한과 공동개최를 어떻게든 유치하겠다는 모습이 걱정스러운 것은 그래서다. 단독 유치와 개최도 감당이 쉽지 않은데 정치적인 부분이 개입되고,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신뢰할 수 없는 북한과 공동개최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을 떠나 더 큰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도 공동개최로 개선될 남북 관계였다면 진작에 통일이 되고도 남지 않았을까? 그러니 더는 남북 관계를 위한답시고 북한과의 공동개최 및 단일팀 추진을 진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이지 이번 사태를 보고 안타까움의 연속임에도 북한과 계속해서 공동개최를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이 나온다면 한국 축구 팬들을 모욕하고 기만하는 것밖에 더 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축구는 그저 축구 그 자체로, 스포츠로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글=강동훈

사진=대한축구협회, 피파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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