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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샘프턴을 9-0으로 대파한 레스터 시티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는 많은 골이 터지면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총 38골이 나왔는데, 이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후 한 라운드 최다 득점기록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기록이 있다. 바로 레스터 시티(이하 레스터)의 한 경기 9득점 경기다.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경기에서 9-0 스코어가 나왔다. 레스터가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무려 9골이나 넣으면서 제압했다. 레스터는 바디와 페레스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칠웰, 틸레만스, 메디슨이 득점을 기록하는 등 압도적 경기 흐름 끝에 사우샘프턴을 대파했다. 축구에서 한 팀이 9골을 넣는 것은 결코 흔한 기록이 아니고 진기한 기록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대단한 결과물인데, 레스터가 이를 해낸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다시 돌아봐도 9-0 승리가 나온 건 24년 만이다. 1995년 맨유가 입스위치를 9-0으로 이긴 뒤 처음 나온 스코어다. 9-1 승리는 2009년에 한 차례 나왔었고, 8-0 승리 역시 5번 나오긴 했지만, 9-0 승리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리고 여기서 레스터의 9-0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건 원정팀이 9골을 넣었다는 점이다. 24년 전 맨유는 홈에서 9골을 넣었지만, 레스터는 원정이었다. 다시 말해 프리미어리그에서 원정팀이 9-0으로 이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레스터가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9골을 몰아넣으면서 이날만 경기력이 좋았던 건 아니다. 올 시즌 레스터는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력 속에 뛰어난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가 10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레스터는 6승 2무 2패로 3위에 올라있다. 2위 맨시티와는 승점 차가 2점밖에 나지 않는다. 리버풀과 맨유에 패배하긴 했지만, 토트넘을 잡고 첼시와 비기는 등 초반 어려운 일정을 잘 헤쳐나가면서 만만치 않은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시즌 10라운드 성적(4승 1무 5패)과 비교하면 확실히 올 시즌 초반 페이스는 뛰어나다. 그렇다면 올 시즌 레스터가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 로저스 감독의 영향


로저스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


레스터가 변화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로저스 감독이다. 지난 시즌 도중에 레스터 지휘봉을 잡은 로저스 감독은 조금씩 본인의 전술과 철학을 팀에 입히기 시작했고, 비로소 올 시즌부터 그 빛을 보고 있다.


기존에 레스터라 하면 라니에리, 셰익스피어, 퓌엘 감독이 거쳐 가면서 선 굵은 축구를 바탕으로 선 수비 후 역습 위주의 전술이 전부였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잉글랜드식 전통 축구를 그대로 유지했고 이는 사실상 수비적이고 실리적인 전술, 즉 중위권 팀에 걸맞은 전술이었다. 하지만 로저스 감독은 달랐다. 과거 스완지, 리버풀, 셀틱 등을 거쳐서 보여온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한 점유율 축구 전술을 레스터에 안착시키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배하는 축구를 선보이며 시즌 초반 레스터가 강팀 반열에 올라서는 데 일조했다. 특히 올여름 매과이어를 맨유로 보내는 대신 그 돈으로 틸레만스, 페레스, 프라에 등 본인의 전술에 맞는 선수를 영입하면서 기존의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며 지금의 색깔을 만들어내면서 돌풍을 가능케 했다.


㉯ 공격적인 레스터 시티


레스터의 파괴적인 공격


로저스 감독이 팀을 바꿔놓으면서 지배하는 축구를 선보이기 시작한 레스터는 보다 공격적으로 팀이 바뀌었다. 앞서 말했듯 이전까지 수비를 우선으로 했다면 이제는 전체적으로는 공을 점유하고 경기를 지배하면서 상대를 끌고 가는 형태의 공격을 주도적으로 하는 형태이다. 특히 득점 선두 바디를 비롯하여 페레스, 매디슨, 프라에, 틸레만스, 반스 등 공격적 재능이 뛰어났던 선수들이 로저스 감독 지휘 아래 더 폭발하게 되면서 레스터 공격은 더 매서워졌다.


실제 스탯에서도 말해주지만, 레스터는 지금까지 평균 55.8%의 점유율(전체 3위)을 유지하면서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가져온 가운데, 팀 득점 25골로 2위에 올라있다. 이는 리그 선두 리버풀보다 2골 더 앞서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여기에 경기당 슈팅 숫자는 6위, 드리블 돌파는 3위에 오르는 등 공격적인 부문에서 확연하게 달라졌다.


㉰ 안정적인 수비


쇠윈쥐의 안정적인 수비력


그렇다고 공격만 잘해서 지금의 레스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레스터는 올 시즌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레스터는 10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8골밖에 내주지 않으면서 리버풀,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함께 팀 실점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는 팀 스타일의 변화로 경기를 지배하고,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수비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 부분도 어느 정도 있지만, 그보다는 포백의 안정적인 수비력 속에 가능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올 시즌 레스터가 내세우고 있는 칠웰, 쇠윈쥐, 에반스, 페레이라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의 견고함은 상당하다. 이들은 매 경기 상대에게 쉽게 뚫리지 않는 모습은 물론이고 오히려 상대 공격을 완전히 묶어내면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그중에서도 쇠윈쥐의 활약은 대단하다. 매과이어를 떠나보내면서 걱정했던 부분에 있어 그가 빈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하면서 레스터는 수비에서 안정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터키 출신의 만 23세 쇠윈쥐는 상대의 경로를 미리 파악해 끊어내는 영리함과 준수한 스피드와 몸싸움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로저스 감독이 중요시하는 후방 빌드업을 매끄럽게 전개하는 공격력까지 두루 갖추었다. 실제 쇠윈쥐는 중요 수비 스탯 부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평균 패스 성공률 87%를 유지하고 있다.


㉱ 돌풍은 계속 이어지나?


레스터의 돌풍, 기대되는 다음 라운드


레스터의 돌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라운드에 레스터는 크리스탈 팰리스와 만난다. 크리스탈 팰리스도 올 시즌 6위에 올라있는 등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는 만큼 레스터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이다. 더욱이나 최근 두 팀의 맞대결 속에 레스터는 1무 4패로 열세에 있고, 무려 5경기에서 15골을 내주는 등 어려운 경기의 연속이었던 만큼 레스터가 돌풍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지난 라운드 사우샘프턴을 잡아냈을 때 레스터의 모습이 다시 연출될지는 지켜봐야겠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매 시즌 박빙의 순위 싸움이 펼쳐지는 프리미어리그라 레스터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장담할 순 없다. 리버풀과 맨시티 빼고는 4위 수성을 쉽게 장담할 팀이 없는 게 사실이다. 시즌이 끝난 뒤 최종 순위를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레스터를 보면 확실한 건 로저스 감독 지휘 아래 무섭게 달라졌고, 충분히 빅6 클럽들과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과연 레스터의 바람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번 시즌 돌풍의 레스터는 유심히 지켜봐야 할 클럽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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