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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차 예선 4차전에서 레바논과 무승부를 거둔 대표팀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서 놓고 봤을 때 한국축구는 아시아 무대에서 강팀이 되려면 아직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 시각으로 14일 밤 10시에 펼쳐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대한민국이 부진한 경기력 속에 레바논과 0-0 무승부를 거두면서 승점 1점만 가져가는 데 그쳤다. 이로써 우리 대표팀은 객관적인 전력상 우위에 있는 가운데 지난 투르크메니스탄전, 북한전 그리고 이번 레바논전까지 3경기에서 확실한 격차를 보여줬어야 했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고 현실은 1승 2무밖에 거두지 못하면서 답답함만 불러일으켰다.


사실 투르크메니스탄전이야 불안했으나 어찌 됐든 승리를 거두었고, 북한전은 당시 말도 안 되는 통제 등 여러 문제점 속에 경기를 치른 점을 생각하면 무승부를 거둔 게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레바논전은 다르다. 아무리 무관중 속에 잔디 상태에도 문제가 많았다고는 하나 이는 이미 알고 있었던 변수였고, 피파랭킹부터 상대 전적, 전력 차 등 모든 부분에서 우위에 있는 레바논을 상대로 득점 없이 답답한 경기력만 보여준 건 분명 대표팀이 부족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나 벤투 감독은 이번 레바논 원정의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했지만, 이들을 상대로 무득점 속에 무승부를 거둔 건 분명 우리 대표팀이 더는 아시아 무대에서 압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답답했던 대표팀의 경기력


레바논전은 대표팀이 70%에 달하는 볼 점유율, 상대 2배에 달하는 패스 숫자, 16차례의 슈팅에도 불구하고 득점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내용도 압도적으로 지배하지 못한 경기였다. 오히려 레바논이 경기 주도권을 우리에게 내줬지만, 조직적인 수비를 펼치며 자신들의 수비 공간을 지배했고, 8개의 슈팅 중 4번의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더 위협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실제 대부분 지표에서 대표팀은 레바논을 압도했지만 정작 개인 전술의 근간이 되는 드리블과 찬스를 여는 파이널 써드에서의 침투 패스 숫자는 레바논을 압도하지 못했다.


물론 상대가 철저하게 내려앉으면서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했기에 공격 쪽에서 쉽사리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고, 골을 넣기 위한 완벽한 득점상황을 연출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대표팀이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면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보는 게 더 맞다. 우리 대표팀 자체적으로 경기력이 상당히 부족했다는 뜻이다.


특히 밀집 수비를 전술로 택하는 팀들을 상대로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결국 창의적인 침투 패스 한 방인데, 우리 대표팀은 미드필더에서 적극적인 전진 패스, 침투 패스조차 제대로 시도하지 못했고, 잦은 패스미스와 볼 관리 미흡 등만 보여주면서 무득점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반 동안 중원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부진한 모습만 계속 보여준 황인범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교체된 이유도 여기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스스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지난 몇 차례 아시아 팀들과 맞대결을 펼쳤을 때 계속해서 나타난 문제점이 이번에도 또다시 드러나면서 우리 대표팀은 시원시원하지 못한 답답한 경기력 속에 아쉬움만 보였다.


아쉬움이 남았던 벤투 감독의 전술적 선택


레바논전이 더욱더 아쉬웠고, 답답했던 이유는 대표팀의 전술적 선택에서도 나타난다. 변수가 많은 원정이라고는 하지만 플랜A 속에 본인의 철학을 강조한 벤투 감독의 전반적인 접근 방법에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지금의 그것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벤투 감독은 이번 레바논전에서도 빌드업을 강조하며 후방에서부터 천천히 풀어 나오는 전술을 택했다. 그에 따라 우리 대표팀은 높은 점유율 속에 더 많은 패스를 가져가면서 경기는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는 의미 없는 볼 소유에 불과했다. 물론 볼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벤투 감독의 전술에서 중요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높은 볼 소유 속에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한다면 정말 볼 소유가 필요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더욱이나 이날 경기장 잔디 상태는 결코 빌드업에 유리한 조건도 아니었고, 선수들 역시 잦은 패스 미스 속에 빌드업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게다가 빌드업을 통한 적극적인 전진 패스, 창의적인 공격 전개 등이 이루어지기는커녕 측면으로 볼을 전개하면서 크로스 공격만 주구장창 이루어진 부분을 보면 의문은 더 든다. 실제 이날 대표팀은 무려 25개의 크로스를 시도한 가운데 6개를 성공시켰다. 대체적으로 내려선 상대 수비 뒷공간을 찾지 못해 약속된 플레이 혹은 창의적인 플레이보다는 측면으로 공을 돌려 크로스에 의존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생각했더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전술적인 선택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갔다던가, 아니면 선발 명단에 변화를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잔디 상태를 고려해 빌드업이 원활하지 않을 것 같더라면, 크로스를 통한 공격을 진행할거라면 김신욱을 활용하여 높이 싸움으로 실리를 택하든지, 드리블과 전진 패스로 밀집 수비를 깨고자 했더라면 황희찬, 이강인 카드를 택하든지 말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기존에 신임하던 선수들에게 그대로 기회를 주었고, 결국 플랜A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똑같은 양상만 되풀이됐다.


이러한 점에서 놓고 봤을 때 전술적 선택에 있어 감독의 권한을 건드려서는 안 되지만, 매번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팬들도 벤투 감독에게 전술적인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명목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여러 변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결과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종예선에 진출하더라도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차 예선에서 막강한 모습을 보였던 슈틸리케 감독의 대표팀도 최종예선에서 크게 고전하며 탈락 위기까지 갔었다. 그렇기에 아직 2차 예선 4경기가 남았고, 다음 예선 경기까지 무언가를 바꿔볼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대표팀은 잘못된 점을 되짚어 보고 변화해야한다. 지금까지 벤투호가 가동한 플랜A의 현주소는 어땠는지, 그리고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조금 더 다양하고 폭넓게 전술을 가져갈 수 있지는 않은 것인지 말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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