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튼은 올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적 시장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적 시장을 잘 활용해 선수를 보강한다면 지난 시즌보다 팀의 전력이 더 강해질 수 있고 상위권으로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팀은 이적시장 때마다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이번 여름 유독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구면서 바쁘게 보내는 프리미어리그 팀이 있다. 바로 에버튼이다. 그동안 자금난에 시달려 이적 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과 매번 주요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모습만 보여주었던 에버튼이 폭풍 영입을 하면서 팀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이번 시즌 에버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에버튼은 한화 약 1470억 원을 투자하면서 선수보강을 했다.
에버튼은 올여름 무려 10명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1470억 원을 투자했다. 그동안 이적시장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에버튼의 이러한 행보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뿐만 아니라 쿠만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구르드손, 벤테케, 지루, 비에라, 비르사, 부데부즈 등을 영입리스트에 올려놓으면서 추가적인 영입도 고려 중이다. 이적시장이 마감되기 전까지 에버튼의 영입은 계속 지켜볼 만한 흥미로운 관심사다. 그렇다면 에버튼이 이적시장에서 이렇게 적극적인 영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새롭게 부임한 대주주
새롭게 대주주로 부임한 파하드 모시리(왼쪽)와 기존의 구단주였던 빌 켄라이트
에버튼이 이적시장에서 활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주주가 새롭게 부임했기 때문이다. 에버튼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빌 켄라이트가 대주주로 있었다. 켄라이트는 축구팬이라면 잘 알다시피 구단에 투자를 아끼고 소극적인 영입정책만 내세워 크게 비난을 받아온 구단주였다. 팀의 핵심 선수들을 라이벌 클럽에게 팔면서 '셀링클럽' 이미지를 심어준 장본인 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란 출신의 영국 기업인 파하드 모시리가 지분 약 50%를 인수하여 대주주가 되면서 에버튼은 이전과 달라진 행보를 걷게 되었다. 철광과 에너지 사업으로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모시리는 에버튼을 인수한 뒤로 막대한 투자를 통해 팀을 성장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켄라이트와는 상반되는 행동을 보여주며 적극적인 영입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 쿠카쿠의 이적
맨유로 떠나면서 약 1500억 이적료를 남기고 간 루카쿠
루카쿠가 맨유로 떠나면서 남기고 간 이적료를 두 번째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한화 약 485억 원으로 클럽 레코드를 기록하며 에버튼 유니폼을 입은 루카쿠는 올여름 맨유로 이적하면서 무려 한화 약 1500억 원의 이적료를 달성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이적료 2위에 해당할 정도이며, 에버튼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 수입이다. 이번 여름 에버튼이 지출한 이적료와 비교해봤을 때도 거의 동등한 금액이다. 다시 말해, 루카쿠를 판매한 금액으로 10명의 선수를 영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에버튼에서 뛰면서 팀의 주포로 맹활약해 준 루카쿠는 마지막까지 이적료를 떠안겨주며 에버튼에게 좋은 선수로 남게 되었다.
㉰ 어렵게 진출한 유로파리그
2014-15시즌 당시 유로파리그에 참가한 에버튼
세 번째 이유는 3시즌 만에 다시 유로파리그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에버튼은 앞서 2014-15시즌, 무려 5년 만에 유로파리그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 16강 벽을 넘지 못했고, 이후 리그에서 11위, 11위, 7위를 기록하며 유럽대항전은 더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운 좋게도 지난 시즌 맨유가 유로파리그 우승과 리그컵 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면서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에버튼 입장으로서 오랜만에 찾아온 유럽대항전이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가져가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리그, FA컵, 리그컵에 유로파리그까지 겸하려면 선수단이 두터워야 하기 때문에 에버튼에게 선수보강은 필수요소였다.
쿠만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의 선수들의 조화를 이뤄내야한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많은 선수를 영입하면서 대변화를 가져온 에버튼은 구디슨 파크를 더 뜨겁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단, 그 뜨거운 분위기는 쿠만 감독이 주어진 과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가장 먼저 쿠만 감독이 해결할 문제는 기존의 선수들과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조화이다. 아무래도 선수단에 변화가 많다 보면 가장 걱정해야 하는 부분은 조직력이다. 어떤 팀이든지 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일은 항상 우선시 되어야 한다. 축구가 아니더라도 야구, 농구, 배구 등 단체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은 어디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가 영입돼도 하나로 뭉쳐진 팀보다는 위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에버튼은 무려 10명의 선수가 새로 합류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2~3명의 선수가 더 합류할 수도 있다. 쿠만 감독으로서는 앞으로 개막전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최대한 조직력을 끌어올려 선수들 간의 호흡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과거 토트넘을 떠올려보면 알 것이다. 당시 베일을 레알 마드리드에 한화 약 1470억을 받고 판 토트넘은 솔다도, 파울리뉴, 샤들리, 카푸에, 에릭센, 라멜라 등을 영입하면서 스쿼드를 보강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시즌이 되었다. 당시 토트넘은 영입된 선수들이 제대로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고 팀 조직력에서도 문제가 많이 나타났다. 쿠만 감독은 에버튼에서 계속 성공을 이어나가려면 조직력을 극대화해야만 한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적한 루카쿠의 공백이다. 에버튼은 그동안 득점 부분에서 루카쿠에게 많은 의존을 해왔다. 루카쿠가 에버튼에서 4시즌 동안 기록한 수치(87골 29도움)만 봐도 나타난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더욱더 심했다. 에버튼이 지난 시즌 리그에서 넣은 골(62골) 중 루카쿠가 넣은 골만 25골이다. 무려 팀 득점의 40%를 차지할 만큼 루카쿠는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루카쿠는 동료들과 좋은 시너지를 보여주면서 팀을 이끌어가는 역할도 행했다. 쿠만 감독도 이런 루카쿠의 활약에 기뻐하며 거듭 칭찬한 바 있다.
새 시즌부터 루카쿠를 잊어야하는 쿠만 감독
하지만 이제부터 쿠만 감독은 머릿속에서 루카쿠를 지워야 한다. 루카쿠는 더 이상 에버튼 선수가 아니다. 루카쿠를 잊고 새로 영입된 선수들을 중심으로 공격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영입된 선수들이 얼마나 공격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지는 시즌에 돌입해봐야 알겠지만, 충분히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쿠만 감독으로서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고 있는 만큼 전술적으로 여러 가지의 모습을 선보이며 경기를 운영해 나간다면 팬들에게 루카쿠의 빈자리가 생각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번 시즌 에버튼의 공격은 쿠만 감독의 전술적 능력에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쿠만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상위권 도약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에버튼은 빅4를 위협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중하위권까지 처지는 클럽이 돼버렸다. 또한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은 지도 어느덧 13년이 흘렀다. 다행히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 나가게 되면서 한시름 덜긴 했지만, 팬들은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쿠만 감독에게는 어려운 과제이고 상당한 부담감이 따르겠지만, 구단에서 많은 투자를 해준 만큼 성적을 내야만 한다. 여기에 상위권 도약을 발판으로 '셀링클럽' 이미지도 탈바꿈시켜야 한다. 새로운 구단주가 부임하고 유로파리그에도 진출하면서 이전보다는 확실히 선수들이 떠나려는 모습은 적어졌지만 아직은 '셀링클럽'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상위권으로 도약해 선수들이 에버튼에 남고 싶어 하도록 변해야 한다.
이번 시즌 에버튼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쿠만 감독도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해 더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자 한다. 과연 리그에서 에버튼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하며 지켜봐야겠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에버튼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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