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경질을 피하지 못한 에메리 감독


프리미어리그에 감독 경질 칼바람이 불고 있다.


아스날을 이끌던 에메리 감독이 전격 해임됐다. 아스날은 지난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스날 감독을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아스날은 에메리 감독과 함께 후안 카를로스 카르세도, 파블로 비야, 하비 그라시아, 율렌 마사크, 빅토르 마나스 코치진과도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아스날의 보드진은 “최근 성적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모두가 기대하고 요구했던 수준의 클럽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에메리 감독과 그의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에메리와 그의 동료가 앞으로는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로써 에메리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18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되면서 벵거 감독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채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맞이했다.


에메리 감독의 해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최근 아스날이 공식 대회 6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고, 결정적으로 지난 29일 유로파리그에서 프랑크푸르크에 역전패를 허용하면서 해임을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난 1년 6개월 시간 동안 팀을 이끌면서 좀처럼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에메리 감독의 해임을 이끌었다.



스스로 해임을 자초한 에메리 감독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에메리 감독 스스로가 자초한 책임이 있다.


에메리 감독으로선 이제 1시즌하고 절반가량 지난 가운데 팀을 완성 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못한 부분에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부임 직전 시즌 아스날이 무관에 그친 부분을 생각하면 에메리 감독 역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책임에 대해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메리 감독 스스로 자신의 전술 경쟁력과 지도력에는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에메리 감독의 전술적 문제는 지난 시즌부터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상대 전술에 따라 대처하는 플랜B는 뛰어나지만, 팀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명확한 플랜A가 없었다는 게 대표적이다. 도대체 어떤 축구를 보여주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이도 저도 아닌 전술 속에 팬들의 답답함만 불러일으켰고, 성적은 당연히 좋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플랜B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더욱 경쟁력을 잃은 전술로 몰리고 말았다. 상대는 아스날의 플레이를 예상하고 맞춤 선수를 내보내면서 대응 전략을 갖고 나오는 반면 에메리 감독은 전술 및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한 게 그렇다. 그렇다고 경기 중에 전술의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지난 프랑크푸르트전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꺼내 들면서 전술적 변화를 완벽하게 일궈내며 역전승을 거두었지만, 에메리 감독은 동점, 역전을 허용하기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고 패배를 가만히 바라만 봐야 했다. 빠르게 변해가는 축구와 전술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면서 뒤처지고만 에메리 감독이다.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두 사람, 에메리 감독과 외질


선수단 장악, 리더십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최근 흘러나오는 보도에 따르면 에메리 감독은 경기 방식과 보수적인 철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선수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오바메양과 라카제트 등 주축 선수들이 재계약을 거부할 정도로 에메리 감독의 선수단 장악 문제는 심각했다. 부진한 성적, 전술적 문제에서부터 야기됐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확실하게 팀의 기강을 잡지 못한 부분과 최근 들어 부족한 리더십 속에 잘못된 선택들이 문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올 시즌 가장 논란이 됐던 외질의 출전 문제와 자카의 주장 선임 및 박탈 문제는 에메리 감독의 부족한 리더십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외질은 지난 6년간 팀의 주축 선수로서 좋은 활약을 이어왔고,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아왔던 선수다. 경기력에 비난을 받아도 다시 재기하면서 클래스를 보여왔고, 결과적으로 팀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선수였다. 하지만 에메리 감독은 전술상 맞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외질을 기용하지 않았다. 팬들은 답답한 공격 전개 속에 외질의 기용을 원했지만 에메리 감독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아스날은 외질이 없는 가운데 제대로 된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기가 대다수였다.


에메리 감독과 자카


자카의 주장 선임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단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신중을 가하고, 팬들과의 의견도 어느 정도 수렴했어야 했지만 에메리 감독은 그러지 않았고, 본인의 주장을 밀고 나가면서 자카를 끝내 주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자카는 주장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가운데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논란까지 빚으면서 결과적으로 주장직에서 박탈됐다.


물론 외질을 기용하고 안 하고는 언제까지나 감독의 고유권한이며 우리는 이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자카가 주장으로서 역할을 다 수행하지 못한 것 역시 무조건 에메리 감독의 잘못으로만 볼 수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에메리 감독의 판단과 결정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팀에 더 큰 위기를 불러온 걸 생각하면 에메리 감독의 리더십은 부족했고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에메리 감독이 해임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라면 더 많은 이야기와 논거가 있을 수 있겠다. 다만 그보다는 전술적 문제와 선수단 장악 문제가 보다 확실하게, 직접적으로 해임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이 된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면서 ‘해임’이라는 씁쓸한 결과물을 받아들였다는 뜻이 되겠다.


아스날은 이제 에메리 감독 체제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준비한다. 당분간 융베리 대행체제 속에 경기를 치러나가겠지만, 당장 순위를 끌어 올려야 하는 만큼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지 않을까 한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울버햄튼 감독, 아르테타 맨시티 코치, 알레그리 전 유벤투스 감독, 마르셀리노 전 발렌시아 감독,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 등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연 아스날은 어떤 감독의 선임 속에 어떻게 변화를 가져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피드백 환영합니다. 공감 많이 눌러주세요.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방문자수
  • Today :
  • Yesterday :

축구를 좋아하는, 칼럼리스트를 꿈꾸는 대학생의 블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