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감독으로 선임된 김남일
올겨울 K리그에는 유난히 사령탑 변화가 많다. K리그 1과 K리그 2의 22개 팀 중 7개 팀이 이미 새 시즌을 위한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추가적인 사령탑 교체는 더 나올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성남과 경남의 감독 교체다. 성남은 남기일 감독과 이별하고 김남일 감독을 제5대 감독으로 선임했고, 경남은 김종부 감독을 떠나보내고 설기현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맡겼다. 설기현 감독은 경남의 제8대 감독으로 임명됐다.
두 감독에게 눈길이 가고, 관심이 가는 건 아무래도 이전까지 프로 구단 감독이 전무하다는 부분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서 볼 때 확실히 파격적인 선임이고,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두 감독이 지금까지 지도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별다르게 보여준 부분이 없다는 부분에서 더 그렇다.
경남의 지휘봉을 잡은 설기현
하지만 K리그가 젊은 지도자들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탄생하고, 변화해간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젊은 감독들의 선임은 전술적인 부분이나 운영적인 부분에서 팀을 트렌드에서 뒤처지지 않게 변화시키고,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언제까지 이런 선임을 두려워하고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럽 무대를 살펴봐도 젊은 감독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자리를 꿰차는 추세다. 특히 선수 생활을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감독들은 누구보다 선수들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있고, 최근까지 그라운드의 분위기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어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팀에 좋은 영향을 불러온다. 이러한 점에서 구단들은 과감하게 젊은 감독들의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성남과 경남 역시 이런 부분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봤기에 가능한 선임이었다.
물론 앞서 말했듯 두 감독이 프로 감독을 지내본 적이 없다는 건 분명 새 시즌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맞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김남일 감독의 경우 장쑤와 전남에서 코치를 맡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고, 설기현 감독은 성균관대 감독을 지냈다는 점에서 경험적인 측면을 높게 살 수 있다. 이 둘은 과거 대표팀 코치진으로 지내면서 경험을 쌓기도 했다. 코치와 감독의 구분에 있어서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대학 무대와 프로 무대 역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충분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 대해 벌써부터 의구심을 품고 비판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경호 수석코치를 비롯하여 코치진을 새롭게 구성한 성남
더욱이나 두 감독 모두 부임 이후 기자회견에서 부족한 점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동시에 본인들의 부족한 점들을 경험 많은 코치진을 인선하면서 함께 채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김남일 감독은 정경호 수석코치를 데려오면서 팀의 전반적인 전술 부분을 맡겼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신은 큰 틀의 방향성을 잡은 뒤 소통 능력을 기반으로 팀 분위기를 만들고, 세부적인 전술의 완성은 정경호 수석코치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실제 K리그에서 전술적인 부분까지 전부 떠맡는 감독은 손에 꼽힌다. 이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전술적 영역은 폭이 넓고, 방대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에 김남일 감독은 본인의 부족한 전술 분야를 정경호 수석코치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다른 부분에서 역량을 발휘하여 팀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설기현 감독의 경우에는 본인보다 7살 많은 김종영 코치를 수석코치로 선임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노련한 운영을 배우면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국내 특유의 나이에 따른 서열 문화로 인해 일반적으로 선후배가 위치를 바꿔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일은 극히 드물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설기현 감독은 본인의 부족함을 빠르게 인정하고 김종영 수석코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결코 이번 선임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좋은 성적을 내서 자신을 선임한 경남과 팬들에게 떳떳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이다.
김종영 수석코치를 비롯하여 코치진을 새롭게 구성한 경남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볼 때 두 감독 모두 새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감독에 앉은 만큼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팀을 이끌고,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굳은 의지와 결심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도 두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우려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실 여러가지 이유를 따져봤을 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언론과 여론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건 아직 시즌이 시작하기 전이라는 거다. 시즌 전부터 두 감독을 흔들고, 비판하기 시작한다면 부담감과 압박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아직은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볼 필요가 있으며, 시즌이 시작되더라도 섣부른 판단보다는 믿음과 응원으로 함께 곁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끝으로 2020시즌 새롭게 출발하는 성남의 김남일 감독과 경남의 설기현 경남 감독, 두 감독의 앞으로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며, 좋은 결과물이 함께 하기를 응원한다.
글=강동훈
사진=성남 FC 공식 홈페이지, 경남 F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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