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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에 패했지만, 빛바랜 무리뉴 감독


경기 전만 하더라도 토트넘이 리버풀에 고전하며 대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올 시즌 리그 20경기 무패를 달리며 그야말로 미친듯한 활약을 보여주는 리버풀의 화력을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토트넘이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토트넘은 리버풀의 화력을 잘 막아냈다. 오히려 중간중간 역습 찬스를 통해 리버풀을 압박했다. 근래 들어 리버풀의 공격이 잘 안 풀리면서 동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적은 오래간만일 정도였다. 물론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리버풀이 피르미누의 골을 지켜내며 1-0 승리를 거두었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 토트넘이 이날 보여준 모습은 어떻게 하면 리버풀의 공격을 조금이나마 무력화하고 당황하게 만들 수 있을지 보여준 경기였다.


무리뉴 감독이 리버풀을 상대로 들고나온 맞춤 전술이 이날 리버풀과의 차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게 만들었고, 토트넘이 패배 속에서도 빛날 수 있게 했다.



토트넘의 수비 시 4-4-2 대형


토트넘이 이날 꺼내든 선발 라인업, 특히 탕강가, 산체스, 알더베이럴트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내세운 것을 보면 사실 3백 전술에 가까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 들어갔을 땐 3백 전술이 아닌 4-4-2 대형 속에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한 변칙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리버풀을 당황하게 했다.


무리뉴 감독이 전술에 변화를 가져간 첫 번째 부분은 중앙 수비수 탕강가를 우측 풀백으로 돌리고, 오리에를 탕강가 바로 앞선에 위치하여 사실상 두 명의 풀백을 놓는 전술이었다. 리버풀의 왼쪽 공격라인, 로버트슨과 마네를 막아내겠다는 무리뉴 감독의 의도가 분명한 전술적 변화였다.


탕강가(왼쪽)와 오리에(오른쪽)의 히트맵


그리고 이는 생각보다 잘 맞아떨어졌다. 리버풀의 마네는 드리블 돌파 성공 2회, 슈팅 2회에 그치면서 공격에서 생각보다 활발하지 못했고, 로버트슨은 드리블 돌파 성공은커녕 5번의 크로스 중 1번밖에 성공시키지 못하는 등 좀처럼 공격 작업에서 더딘 모습을 보였다. 반면 토트넘의 탕강가와 오리에 라인은 도합 클리어링 11회, 가로채기 4회, 태클 성공 3회, 블록 1회를 기록하면서 오른쪽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오리에는 유효슈팅 1회, 키 패스 3회, 크로스 2회 등 공격에서 눈에 띄는 활약도 선보였다.


이처럼 오른쪽 라인은 수비적으로 나서면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면, 반대로 왼쪽 라인은 공격적으로 나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로즈를 왼쪽 풀백으로 내리면서 앞선에 손흥민을 놓는 전술, 그것이 바로 무리뉴 감독의 두 번째 전술적 변화였다.


무리뉴 감독으로선 최근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놀드를 막아내기 위해 승부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카드가 바로 손흥민이었다. 아무래도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간다면 리버풀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감을 떠안게 된다. 때문에 클롭 감독은 아놀드에게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게 해야 했고, 이는 자연스레 아놀드를 묶어낼 수 있는 전술로 이어졌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로버트슨(왼쪽)과 아놀드(오른쪽) 히트맵 비교, 아놀드가 수비적인 움직임이 더 많은 걸 알 수 있다.


실제 아놀드는 이날 1번의 드리블 돌파 성공에 그쳤고, 크로스는 단 한 차례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올 시즌 평균 크로스 성공 2.5회, 키 패스 2.9회 등 공격 작업에서 눈에 띄는 모습 속에 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던 아놀드가 이날만큼은 힘을 쓰지 못한 건 무리뉴 감독의 맞춤 전술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걸 말해준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공격수가 없는 무리뉴 감독은 역습에 최적화되어 있는 모우라를 중심으로 카운터 전술을 통해 리버풀을 당황하게 했다.


완전히 내려섰다가 한 번의 패스로 이어지는 모우라 역습 장면


기본적으로 토트넘이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완전히 내려서게 되면 리버풀로서는 라인을 더 끌어올리게 되는데, 무리뉴 감독은 이때 리버풀의 뒷공간을 공략하고자 모우라를 중심으로 역습 찬스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실제 이날 다이렉트 패스를 통한 모우라 역습 찬스가 몇 차례 연출됐고, 모우라는 슈팅 4회, 키 패스 3회, 드리블 돌파 3회 등 공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리버풀을 위협했다.


비록 토트넘은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을 막아내지 못하고, 골 결정력에서 부재를 나타내면서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날 무리뉴 감독이 들고나온 맞춤 전술 속에 토트넘은 충분히 잘 싸워낸 경기였다. 리버풀의 최근 기세와 분위기가 상당했을 뿐이지 생각 이상으로 리버풀을 힘들게 했고,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엔 본인의 역량을 재차 보여주면서 동시에 전술적으로 빛바랜 무리뉴 감독이 있었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카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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