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시메오네 감독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최근 리그에서 무패행진을 달리는 리버풀에 익숙지 않은 패배를 안겨주었다. 지난해 12월 17일 아스톤 빌라와의 리그컵 8강전 패배 이후 약 2달 만에 리버풀에 패배를 안겨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다. 참고로 당시 리그컵 8강전에서 리버풀은 2군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지난 19일 새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리버풀을 1-0으로 누르고 먼저 승리를 가져갔다. 최근 분위기가 좋지 못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물오른 기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선제골을 넣으면서 치열한 승부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한때 유럽 내 최고의 방패, 철벽 수비라 불리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위상을 다시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리버풀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 이른 시간의 득점이 있었으나 무엇보다 시메오네 감독이 클롭 감독의 리버풀을 상대로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잘 갖고 나왔기에 가능했다. 최근 경질설을 비롯하여 비판받던 시메오네 감독이 전술적 역량을 뽐냈던 경기였다.
좌측 풀백 로디와 우측 풀백 브르살리코의 히트맵, 좀 더 수비적이었던 로디를 알 수 있다.
시메오네 감독이 리버풀을 상대로 가장 먼저 신경 쓴 부분은 리버풀의 우측면 봉쇄였다. 리버풀의 우측 풀백 아놀드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도움(12개)을 기록하고 있고, 살라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18골)을 올리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시메오네 감독 입장에서는 이런 두 선수를 가만히 두기는 어려웠다. 공간을 내주는 순간 날카로운 움직임과 킥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기에 리버풀의 주요 공격 루트인 오른쪽 측면에서 기회를 주지 않고자 좌측 풀백 로디와 좌측 윙어 르마를 완전히 수비적으로 기용했다. 두 선수를 보다 수비적으로 활용해 아놀드와 살라를 좀 더 집중적으로 막아내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른쪽 측면에서 묶인 아놀드와 살라는 공격 전개 시 원활한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하게 됐다. 아놀드는 3번의 드리블 돌파 시도 중 1회에 그쳤고, 무려 16번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성공시킨 건 2번에 불과했다. 살라의 경우 후반 27분 교체 아웃되기 전까지 2번의 슈팅을 때려내는 데 그쳤고 그마저도 1번은 수비 블록에 막히면서 의미 없는 슈팅이 됐다. 당연히 유효슈팅은 한 차례도 연결되지 못했으며, 살라 역시 드리블 돌파는 3번 시도 중 1회에 그쳤다. 주공격 루트에서 공격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리버풀은 당연히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 양팀 선수들의 주 위치, 중앙에 집중됐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볼 수 있다.
시메오네 감독이 리버풀을 상대로 들고나온 카드가 오른쪽 측면 봉쇄만은 아니었다. 시메오네 감독은 선수들 간격을 상당히 좁게 하면서 중앙을 두텁게 가져가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는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비롯하여 전방의 스리톱이 중앙에서 집중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는 리버풀의 공격 전개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된 코케를 중앙 미드필더에 가깝게 움직임을 부여하며 니게스, 파티와 함께 리버풀의 중원을 막아내는 데 활용했다.
이번에도 승부수는 적중했다. 리버풀은 중앙에서 볼 배급은 물론이고 전진 패스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공격 전개가 쉽사리 연출되지 못했고, 공간이 나오지 않아 무의미한 패스만 줄곧 이어졌다. 또 생각보다 중원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자 피르미누가 하프라인까지 내려오는 등 공격보다는 연계역할에 더 치중하게 되면서 공격이 무뎌지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리버풀은 이른 시간 선제 실점을 내주면서 마음은 급했지만, 중원에서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가 이어졌다.
물론 시메오네 감독이 이렇게 중앙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면서 어떻게 보면 약점도 존재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른 득점에도 걱정할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바로 중앙의 빈틈을 만들어내고자 측면을 계속해서 두드리는 리버풀의 공격 패턴이었다. 실제 리버풀은 중앙에서 풀리지 않자 양쪽 풀백을 계속 넓게 벌리면서 상대의 틈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애당초 아놀드를 철저히 봉쇄하는 전술을 들고나왔고, 여기다 시메오네 감독은 선수들의 기동성을 살려서 빠른 좌우 전환 및 수비 전환을 이끌어냈다.
선수 간격과 대형을 꾸준히 유지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그리고 공격수들의 장점은 기동성이다. 르마, 코케, 니게스, 파티, 코레아, 모라타 후반에 투입된 요렌테, 비톨로, 코스타까지 모두 기본적으로 속도가 빠르고 움직임이 유연한 편에 속한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들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나갔다. 선수들의 움직임에 큰 제약을 두지 않고, 서로가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효율적인 수비를 비롯하여 수비 전환을 가져가도록 했다. 다만 완전히 수비대형을 갖출 때만큼은 조직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 상대가 한쪽 측면으로 공격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두 줄 수비 전체가 한 번에 그쪽으로 이동하는 식의 움직임을 통해 대열이 쉽게 분열되지 않도록 했다. 상대에게 빈틈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메오네 감독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최근 리그에서 흐름이 좋지 못했으나, 이번 16강전에서 시메오네 감독이 본인들이 잘하는 부분을 최대화하고, 리버풀이 잘하는 부분을 최소화하였기에 승리를 거머쥐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아직 2차전 안필드 원정이 남았기에 안심할 수 없겠지만, 다시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다음 만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8강 진출을 기대해볼 수 있을 거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EF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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