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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했던 맨유를 떠난 애슐리 영


지난 4일 FA컵 3라운드 울버햄튼전이 사실상 애슐리 영이 맨유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가 됐으며, 이제는 올드 트래포트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유럽 대항전에서 인테르와 맨유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는 한 말이다.


1985년생, 한국 나이 36세인 애슐리 영이 1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했던 맨유를 떠나 인테르로 새 둥지를 틀었다. 잉글랜드 무대를 떠나 새로운 무대(이탈리아 세리에)에 도전하는 건 18년 만이다.



애슐리 영을 맨유로 데려온 퍼거슨 전 맨유 감독


애슐리 영은 처음 맨유를 입단했을 당시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아스톤 빌라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었던 터라 맨유 팬들은 물론 잉글랜드 현지에서도 애슐리 영을 주목했다. 당시 퍼거슨 감독도 애슐리 영 영입에 직접적으로 나서기까지 했었다. 참고로 애슐리 영은 맨유로 이적하기 전 시즌 리그에서 7골 9도움을 올리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었다.


기대에 부응이라도 한 듯 애슐리 영은 첫 시즌 빠른 적응을 하면서 괜찮은 경기력을 선사했다. 아스톤 빌라 시절만큼은 아니었지만 모든 대회 통틀어 33경기(27경기 선발) 8골 12도움을 올리면서 본인의 입지를 넓혀나갔고, 주전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맨유에서 주전을 따내면서 동시에 활약하기란 혹독했다. 데뷔 시즌 꽤 괜찮은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감에 부응했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아스톤 빌라 시절부터 장기였던 날카로운 킥은 좀처럼 볼 수 없었고, 걸핏하면 볼을 빼앗기는 데다 수비 가담마저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주전에서 조금씩 밀려났다.


퍼거슨 감독 은퇴 후 모예스 감독 체제에서도 영의 부활은 볼 수 없었다.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는 동료에게 연결되기는커녕 상대 골키퍼 손에 들어가거나 아웃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왼쪽 측면에서 뛰는데 오른발잡이 특성상 볼을 한 번 잡아놓고 크로스하는 패턴이 완전히 읽히면서 크로스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했다. 리그 출전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방출 순위 0순위에 오르는 등 애슐리 영의 맨유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반 할 감독 체제에서 포지션 변경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애슐리 영


그러나 애슐리 영은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새롭게 부임한 반 할 감독 체제에서 스리백의 왼쪽 윙백으로 나선 애슐리 영은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하면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하더니 점점 폼을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의 킥력이 돌아오면서 동시에 단점이었던 왼발 크로스 능력도 크게 향상되면서 공격 옵션을 한 가지 더 장착하기까지 했다. 이후 애슐리 영은 풀백으로 완전히 포지션을 전환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베테랑으로서 주장으로 임명되어 팀원들을 독려하는 등 팀 내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윙어로 뛸 때는 말이 많았으나 풀백 변신에 성공,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잘한다는 평가를 받은 애슐리 영이었다.


올 시즌 역시 애슐리 영은 주전에서는 조금 밀리기는 했지만, 리그 10경기 선발, 2경기 교체로 뛰는 등 준수한 활약을 계속 이어왔다. 무엇보다 팀 내 최고참, 주장으로서 애슐리 영은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며 잘 이끌었다. 하지만 인테르와 콘테 감독이 애슐리 영 영입을 강력하게 원하면서 끝내 맨체스터 생활을 마감하고 인테르로 향하게 됐다. 참고로 애슐리 영은 통산 261경기에 나서서 19골 43도움을 기록했다.


팀을 위해 헌신했던 애슐리 영


애슐리 영이 보여준 기량을 맨유 축구사에서 역대 최고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가 뛴 포지션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기도 쉽지 않다. 중간중간 부족한 모습, 잦은 실수 등 팀 위상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오랜 시간 맨유에 남아 끝까지 본인의 기량을 유지하고자 노력했고, 애슐리 영 같은 선수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큰 교훈도 남겼다. 우승을 위해서는 각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도 필요하지만, 애슐리 영처럼 팀에 헌신하고 동료를 챙기면서 팀을 뭉치게 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걸 봤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FA컵, 리그컵 그리고 유로파리그까지 함께 우승했다는 것이 증명을 한다. 또한, 애슐리 영은 역대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가 아님에도 맨유 그리고 잉글랜드 축구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자격을 입증하기도 했다.


"맨유는 나에게 전설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 우승 트로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 팀이다. 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들 밑에서 일할 기회를 줬다. 8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맨유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갈 때마다 올드 트래포트의 팬들은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팬들의 지지에 감사드린다. 지금은 여러분 곁을 떠나지만, 곧 다시 맨유 유니폼을 입고 올드 트래포트에서 볼 날이 있기를 바란다.”


애슐리 영은 떠나는 마지막까지 SNS을 통해 맨유 그리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가 얼마나 맨유를 위해 헌신하면서 맨유에 애정을 쏟아부었는지, 팬들 역시 그에게 얼마나 큰 응원을 쏟아 부었는지 말해준다.


맨유를 떠나는 애슐리 영, 앞으로의 길을 응원한다.


이제 맨유 유니폼을 입고 뛰는 애슐리 영의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떠나는 날 그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애슐리 영이 맨유로 다시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며, 맨유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준 그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끝으로 인테르에서 또 다른 모습의 애슐리 영을 기대하며 그가 가는 길을 응원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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