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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주르베리와의 재경기를 갖게 되자 일정에 불만을 표했던 클롭 감독


지난 27일 리버풀과 슈루즈베리의 FA컵 4라운드 경기가 2-2 무승부로 끝나면서 재경기가 확정되자, 2월 4일 예정된 재경기에서 23세 이하 감독 닐 크리츨리를 비롯하여 2군 선수단을 내보내겠다고 선언한 클롭 감독을 향한 시선은 둘로 갈렸다. 먼저 2군 감독 및 선수단 출전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것은 물론이고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잉글랜드 FA컵 대회에서 무례한 행위라며 클롭의 발언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감독이라면 모든 경기에 참석해 지휘해야 하며, 만약 이를 어기는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기에 그에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클롭 감독을 지지하는 이들은 30년 만에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리버풀은 올 시즌 처음 도입되는 중간 휴식기에 쉬어야 하고, 클롭 감독 역시 그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게 옳다며 클롭 감독의 발언을 옹호하며 나서고 있다. 2군 선수단이 출전한다면, 그들을 더욱 잘 아는 2군 감독이 지휘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도 함께 내세우고 있다.



클롭 감독을 비판하고 나선 애크링턴 스탠리의 앤디 홀트 회장


이렇게 두 입장이 완전히 대립 되는 가운데, 논란은 계속 증폭되면서 잉글랜드 현지는 계속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 FA에서는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두 견해는 극에 치달을 정도로 입장 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잉글랜드 FA의 규정상 2군 감독 및 선수단 출전에 대해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은 측면에서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 그리고 갈등을 뒤로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면 잉글랜드 FA의 잘못과 책임을 우선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FA컵 재경기 일정을 놓고 봤을 때 잉글랜드 FA는 프리미어리그 휴식기를 무시하며 일정을 내놓았다. 프리미어리그는 이미 시즌을 앞두고 2월 중간 휴식기를 처음으로 돌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월 9일에 잡혀있는 10경기를 8일과 15일에 각각 나눠 경기를 치르게 하여 클럽들이 2주간의 휴식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


올 시즌부터 2월에 중간 휴식기를 도입하는 프리미어리그


하지만 FA는 프리미어리그 휴식기를 신경 쓰지 않고 FA컵 재경기 일정을 잡았고, 이는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을 비롯하여 사무국까지 무시한 꼴이 되었다. 클롭 감독의 발언이 상대 팀과 일부 축구 팬들에게 무례할 수도 있었지만, 어찌 보면 그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이미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는 휴식기를 도입한다고 발표했고, 리버풀 그리고 클롭 감독은 이에 맞게 일정을 조정해왔는데 갑작스레 재경기가 휴식기에 잡히면서 모든 게 뒤엉켜버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잉글랜드 FA가 다른 사항들을 고려하지 않고 내놓은 일정 탓에 논란이 불거졌고, 몇몇의 인원들이 희생을 감수하게 되어버린 셈이다. 잉글랜드 FA의 잘못된 선택 그리고 무책임함의 문제로 봐야 하며 이에 책임을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잉글랜드 FA는 FA컵 재경기의 일정을 떠나 이를 계속 추진해온 부분에서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프리미어리그 일정이 빡빡하고, 리그컵까지 병행하고 있는 가운데 FA컵 재경기를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물론 이번 시즌 5라운드부터 재경기를 폐지하면서 아집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은 부분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재경기 폐지를 추진하고자 했으면 5라운드부터가 아닌, 1라운드부터 시행을 추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애당초 재경기를 폐지할 때 모든 라운드에 적용했으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FA의 수많은 문제들과 잘못은 해결되어야만 한다.


또한 FA컵 재경기는 오래전부터 폐지를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점과 클롭 감독의 발언을 중심으로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섰음에도 입장을 표명하고 적절한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뒤로 물러서 있는 점을 보면 분명 잉글랜드 FA의 잘못된 문제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잉글랜드 FA에 잘못을 물어 마땅하다.


이렇듯 수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는 잉글랜드 FA는 변화가 절실하다. 본인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서 빡빡한 일정을 추구하던 고집을 내려놓고 적절한 휴식을 바탕으로 균형 있는 리그 및 컵 운영으로 바꿔나가야만 한다. 선수들과 감독은 기계가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고,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이 주어졌는데 쉬지 못하게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또 매 시즌 일정을 이렇게 빡빡하게 정해 놓으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선수들과 감독을 생각하고 변화해야 한다. 이들을 무시한다면 분명 얻는 것보단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끝으로 자국 리그를 흥행시키기 위해, 본인들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지 말고, 잉글랜드 FA 본인들 스스로가 먼저 달라지고, 노력했으면 한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말이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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