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패배한 첼시 선수들
디펜딩 챔피언 첼시가 올 시즌은 선두자리를 빼앗기면서 우승권과는 다소 멀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콘테 감독의 스리백 전술을 바탕으로 철벽같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더블을 달성했지만, 이번 시즌 수비에서 불안감을 계속 노출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현재 리그 9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4위에 올라있는 첼시는 벌써 10골을 실점했다. 지난 시즌 같은 라운드를 놓고 비교했을 때 실점이 더 많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대항전에서도 AS 로마에게 3골을 내주는 등 실점의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점이 적고 수비 안정화를 추구하던 콘테 감독의 첼시가 왜 이번 시즌은 수비에서 자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지 살펴보자.
㉮ 수비수들의 부진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첼시 수비진
첼시는 수비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데, 수비 상황에서 선수들 간의 간격이 유지되지 않거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마크맨을 자주 놓치는 등 불안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된 케이힐은 생각보다 경기력이 저조하다. 케이힐은 나이가 들면서 수비에서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무리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1라운드 번리전에서 공을 빼앗긴 뒤, 무리한 태클로 퇴장을 받은 바가 있다. 예전부터 단점으로 꼽혔던 느린 발도 올 시즌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상대 팀들은 케이힐의 느린 발을 공략해 오른쪽으로 집요하게 공격을 전개하고 있는데, 케이힐은 이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서 위험장면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올 시즌부터 주전 경쟁을 시작한 크리스텐센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경험이 부족한 크리스텐센은 수비에서 잦은 실수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생각만큼 성장이 더디고 아직은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루이스, 아스필리쿠에타, 뤼디거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커버를 해주고는 있지만, 이들도 언제 흔들릴지는 모른다. 특히 지난 시즌을 보면 알다시피 콘테 감독은 로테이션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나면 첼시의 수비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콘테 감독으로서는 중앙 수비를 탄탄하게 가져가기 위한 묘책이 필요하다.
측면 윙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스리백은 확실한 윙백 없인 소화하기 어려운 전술이다. 지난 시즌 첼시 스리백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알론소와 모제스의 활약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비에서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오른쪽 윙백 모제스는 위치 선정, 수비력 등 수비 시에 불안감을 자주 노출한다. 뒤에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커버를 해준다고는 하지만 불안감이 계속되는 건 사실이다. 또한, 모제스를 계속 중용하면서 체력적인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스리백에서 윙백은 체력 소모가 가장 큰 포지션인 만큼 콘테 감독으로서는 로테이션 자원으로 데려온 자파코스타를 활용하던지, 혹은 모제스 활용에 대한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차라리 아스필리쿠에타를 윙백으로 돌리는 게 더 나아 보인다.
㉯ 마티치 공백
마티치 대체 자원으로 영입된 바카요코는 생각보다 활약이 저조하다.
첼시는 중앙에 4명의 선수를 배치하고, 전방에 3명의 공격수를 두는 다소 공격적인 스리백이다. 물론 후방에 세 명의 수비수가 있기 때문에 수비 밸런스는 유지되지만, 중원에 2명의 미드필더가 얼마만큼 수비 커버를 잘 해주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혹여나 중원 싸움에서 밀리거나 수비 가담이 늦어지면 수비수들의 부담감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다행히 지난 시즌은 활동량이 많고 수비력이 좋은 캉테, 마티치 두 선수가 중원을 잘 장악해내면서 공격과 수비 모두 안정감 있게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지난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마티치가 맨유로 떠나면서 중원의 안정감이 떨어졌다. 마티치 이적을 대비해서 영입한 바카요코는 생각보다 적응이 느려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적시장 막바지에 데려온 드링크워터는 부상으로 경기에 못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콘테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캉테를 주전으로 기용하는 가운데 바카요코와 파브레가스를 번갈아가며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수비력이 부족하고 기동성도 떨어져서 수비 커버가 늦다. 결국 캉테 혼자서 넓은 범위를 수비해야 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면서 중원이 무너져 버렸고 수비밸런스 마저 무너졌다. 실제로 캉테가 A매치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고 와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 8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1-2 패), 9라운드 왓포드전(4-2 승) 모두 2실점을 기록하는 등 불안감을 노출했다. 콘테 감독으로서는 바카요코, 파브레가스, 드링크워터의 부진한 활약을 보면서 아마도 마티치가 그립지 않을까 싶다.
㉰ 떨어진 공격의 무게감
공격에서 홀로 분투하는 아자르
중원에서 불안하다 보니 공격 전개 또한 원활하게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물론 수비수 1~2명을 제칠 수 있는 아자르, 윌리안, 페드로가 있지만, 이들에게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지난 시즌 리그에서 20골을 넣으면서 공격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코스타 공백도 뼈아프다. 현재 코스타는 콘테 감독과 마찰을 빚으며 사실상 팀을 떠나기로 기정사실화 되었다. 대체자로 모라타가 영입됐지만, 아직 코스타만큼의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첼시의 공격이 무뎌지자 상대 팀들은 수비하기 좀 더 수월해졌고, 그에 따라서 수비 숫자를 많이 배치할 이유도 사라졌다. 오히려 맞불 작전을 내놓는 경우가 더 증가했다. 실제로 패배를 기록한 8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동안 4-4-2 혹은 4-2-3-1 전술을 사용해온 크리스탈 팰리스는 4-1-4-1 포메이션을 꺼내 들면서 공격적인 전술로 첼시를 꺾었다. 첼시로서는 공격력을 되찾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경기들은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 분석된 스리백 전술
콘테 감독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상대 팀들에게 간파당한 스리백 전술이다. 지난 시즌 첼시는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별로 볼 수 없었던 스리백 전술을 사용하면서 더블을 들어 올렸다. 상대 팀들이 포백을 사용하던 첼시가 스리백 전술로 바꾸자 당황했고, 전술에 대한 분석이 늦어지면서 첼시는 운 좋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 시즌이 끝날 무렵 상대 팀들은 콘테 감독의 전술을 서서히 파악하기 시작했고, 프리시즌 동안에 거의 완벽하게 분석을 마친 뒤 시즌에 돌입했다. 이제는 콘테 감독의 전술을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 상대 팀들은 첼시를 만나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한 가지의 플랜만 계속 집요하게 고집하다 보니 이런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콘테 감독으로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현 전술을 유지하되 수비에 무게감을 더 두던가 혹은 전술에 변화를 주면서 스리백이 아닌 포백으로 변경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변화가 없다면 순위를 끌어올리기는 힘들다. 앞으로 첼시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을 갖고, 콘테 감독의 대처능력 또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첼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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