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에버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해 스쿼드를 보강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에버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많은 선수를 영입하면서 상위권으로 발도움하겠다고 선언했던 쿠만 감독은 지난달 24일 경질되었고, 현재 리그에서는 3승 2무 6패로 15위에 올라있다. 다행히 11라운드 왓포드전을 승리하면서 강등권은 벗어났지만, 18위 웨스트햄과 승점 차가 불과 2점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참가한 유로파리그에서는 4경기 동안 단 1승도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탈락을 확정 지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에버튼이 많은 선수를 영입하고도 경기력이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 갖춰지지 않은 조직력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 에버튼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에버튼은 올 시즌 한화 약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면서 무려 11명의 선수를 영입했고, 루카쿠를 비롯해 데울로페우, 맥기디, 톰 클레버리, 코네, 갤러웨이 등을 이적이나 임대로 떠나보냈다. 다시 말하면 스쿼드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바뀐 셈이다. 당연히 개막 전부터 우려했던 조직력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팀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적시장에서 한꺼번에 많은 선수를 사들인 만큼 조직적으로 다져지기에 시간이 부족했으니 당연했다.
기본적으로 축구라는 단체 스포츠에서 팀 조직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조직력이 없으면 공격과 수비 제대로 될 수가 없다. 특히 수비 조직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수비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 맞춰 온 호흡이 중요하다. 수비 조직력이 안정되지 못하면, 팀 전체적인 경기력 또한 저하된다. 실제로 에버튼은 지금까지 리그에서 22골을 실점했다. 수비의 조직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점은 증가하고, 팀의 균형 또한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다. 적어도 기존의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이 최소 1시즌 이상을 같이 뛰면서 호흡을 맞춰봐야지 완성되가는 '조직력'을 무시한 채 선수단에 큰 변화만 주면서 시즌에 돌입한 에버튼은 결국 초반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 선수단을 장악하면서 조직력을 잘 가꾸면 한층 나아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쿠만 감독은 팀 조직력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고, 에버튼을 위기에 빠트리면서 결국 경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프리미어리그는 냉정한 승부 세계이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만 바라본 쿠만 감독의 패착이다.
㉯ 루카쿠의 공백
루카쿠의 빈자리는 쉽게 메울 수 없었다.
"어정쩡한 선수 여러 명보다는 확실한 선수 1명이 필요하다"
올 시즌 에버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이다. 그동안 에버튼은 득점 부분에서 루카쿠에게 많은 의존을 해왔다. 루카쿠가 4시즌 동안 에버튼에서 기록한 수치(87골 29도움)만 봐도 나타난다. 특히 지난 시즌은 더욱더 심했다. 지난 시즌 루카쿠는 리그에서만 25골을 기록하면서 팀 득점의 40%를 차지했다. 에버튼에 없어서는 안 될 에이스이자 주포였다. 루카쿠 없는 에버튼의 공격은 '속 빈 강정'과 다름없었다.
이런 루카쿠가 떠난 자리를 프리미어리그 무대가 처음인 산드로, 전성기가 지난 루니, 1군에서 쫒겨난 니아세로 채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에버튼은 11라운드까지 치르면서 10골을 넣었는데, 이 중 페널티킥 두 골을 제외하면 필드골은 8골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지난 시즌에는 11라운드까지 14골(필드골 12골)을 기록했다. 물론 일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난 시즌에 4골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0경기 동안 7골을 넣은 루카쿠가 있었다. 결국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주고 팀의 공격을 이끌어줄 선수가 없는 에버튼은 루카쿠의 공백을 쉽게 메울 수 없었다. 아무리 다양한 옵션들이 있다고는 하나, 확실한 첫 번째 옵션이 없는 상황에서 에버튼은 루카쿠가 그리울 뿐이다.
㉰ 부상자의 빈자리
지난 시즌 부상을 입으면서 시즌 초반부터 나오지 못하는 볼라시에와 콜먼
에버튼은 시즌 시작 전부터 푸네스 모리, 볼라시에, 콜먼 등 주요 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많고 기존에 있는 선수들로 대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부상자들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특히 에버튼에서 무려 9시즌을 보낸 콜먼의 부재는 에버튼에게 뼈아팠다. 콜먼은 그동안 미친 활동량, 적극적인 움직임, 파워풀한 공격력을 자랑할 만큼 핵심선수였다. 이런 콜먼이 부상으로 아웃되자 에버튼의 수비는 흔들렸다. 쿠만 감독은 마르티나, 홀게이트, 존조 케니 등을 내세워 봤지만, 콜먼이 보여주었던 활약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시즌 초반 스리백을 자주 사용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윙백 역할에 있어서 콜먼의 빈자리는 쉽게 잊혀지지 않고 있다. 에버튼으로서는 콜먼의 복귀가 간절한 상황이다.
복귀가 간절한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볼라시에다. 지난 시즌 팀 내 최고 이적료를 갱신하면서 데려온 볼라시에는 빠른 발과 화려한 개인기, 탄탄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왼쪽 측면에서 팀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중요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칼버트 르윈, 미랄라스 등이 대체로 나오고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부상 자원들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에버튼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 전술적 문제
공격과 수비 모두 안되는 에버튼의 전술적 문제
유난히도 공격자원을 많이 영입한 에버튼은 이번 시즌 경기마다 다양한 전술을 들고나왔다. 4-4-1-1, 4-2-3-1, 4-3-3, 3-5-2, 3-4-1-2, 3-1-4-2 무려 6가지의 포메이션을 사용하면서 변화를 가져갔지만, 사실상 모두 빛을 보지 못했다. 특히 공격을 원활하게 풀어나가고자 전술적 변화를 많이 주었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리그에서 10골밖에 넣지 못했다. 득점 1위 맨시티와 무려 28골이나 차이가 난다. 이는 올 시즌 영입한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산드로, 루니, 시구르드손, 클라선 모두 중앙 지향적인 선수들이다. 전술적인 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중앙에서 뛰고 싶어 하는 선수를 측면으로 배치하니 효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공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노릇이다.
스리백 전술도 패착의 요인 중 하나이다. 스리백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윙백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나야 하고 체력소모가 많은 만큼 중요한 자리이다. 에버튼은 콜먼이 없는 가운데, 윙백으로 나온 홀게이트와 마르티나의 활약은 최악이었다. 실제로 홀게이트가 맨시티전과 첼시전에서 기록한 패스 성공률은 각각 52%, 60%였다. 이는 당시 선발로 나선 에버튼 선수 중 가장 낮은 수치였으며, 두 경기 동안 한 번의 크로스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마르티나도 별다를 바 없었다. 맨유전에 선발 출전한 마르티나는 패스 성공률 78%로 루니와 윌리엄스 다음으로 최저를 기록했고, 크로스도 2번밖에 올리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선수들의 문제도 있지만, 프리시즌부터 확실한 전술을 정하고 오지 못한 쿠만 감독의 전술적 실패가 에버튼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닌가 싶다.
끝도 없이 추락하는 에버튼은 쿠만 감독을 경질한 가운데,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면서 출발선에 다시 설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남은 시즌 동안 전술의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지,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에버튼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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