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떠나게 된 안드레 감독
안드레 감독은 FA컵 우승과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끄는 등 대구가 부흥기를 맞이하는 데 있어서 일등 공신으로 꼽을 만큼 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선수단 역시 안드레 감독을 지지하며 애틋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코치 시절부터 5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걸어온 만큼 대구와 안드레 감독의 관계는 끈끈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난 1일 안드레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알 하즘의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대구를 떠났다.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해온 안드레 감독은 결국 충격적이면서도 허탈한 이별로 끝맺음을 맺게 되었다.
안드레 감독이 대구와 갑작스레 이별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등장했다. 특히 안드레 감독이 떠난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그중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능성 있는 이야기는 연봉협상을 놓고 안드레 감독과 대구가 서로 간의 견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최종합의에 실패하면서 팀을 떠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구의 공식 입장 발표에서도 재계약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는 시민구단으로서 해외 구단과의 연봉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다며 안드레 감독을 잡을 수 없었다는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다수 팬들은 대구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과 동시에 안드레 감독을 향해서는 “결국 돈 보고 간 거네.”, “안드레 감독은 이미 떠날 예정이었다. 돈 앞에서 장사 없다.”라며 비난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떠나는 과정에 있어서 잘못된 추측에 억울함을 표한 안드레 감독
하지만 안드레 감독은 최근 SNS를 통해 보도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본인은 대구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대구가 재계약을 제시한 적은 없었으며 심지어 전지훈련에 합류한 뒤 10일 동안 재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로 일했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울러 돈 때문에 대구를 떠난 것이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하기까지 했다.
안드레 감독으로선 충분히 황당하고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해외 구단으로 떠나면서 연봉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애당초 대구가 재계약 협상조차 하지 않았고, 대구에 엄청난 금액의 계약을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여론몰이에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건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 시즌이 끝날 무렵부터 안드레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하겠다며 입장을 고수해왔다. 당시 대구는 그동안 훌륭한 업적을 이루고, 이번 시즌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안드레 감독을 전지훈련까지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떠나보내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밝히며 재계약에 대한 의사를 표시했다. 안드레 감독이 브라질에서 P급 라이센스 보충 교육을 받은 후에 재계약을 하겠다는 대구였다.
대구와의 동행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던 안드레 감독
그런데 막상 브라질에서 라이센스 보충 교육을 받는 동안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전지훈련에 합류한 후에도 안드레 감독과 재계약 협상 테이블을 꾸리지 않았다. 더욱이나 대구는 안드레 감독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베네디토 피지컬 코치에게 해임을 통보하면서 감독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까지 보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안드레 감독은 구단에 남고 싶어 대구 측의 재계약 제안을 기다리는 선택을 했다. 국내 선수들 재계약이 다 진행된 후에 마지막에 재계약을 제시하겠다는 구단 측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며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드레 감독은 브라질에 있을 때 중동 등 여러 해외 구단에서 좋은 제안이 들어왔음에도 이를 거절하고, 대구와 재계약을 맺으면서 함께하길 원하는 입장이기도 했다. 본인의 진가를 알아주면서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대구를 떠나고 싶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실제 안드레 감독은 브라질에서 돌아올 때 비자 갱신까지 하면서 한국에 남고자 했으며, K리그의 시장, 대구의 재정 등 어려운 환경을 알고 있었기에 적당한 선에서 재계약을 맺고자 했다. 하지만 전지훈련에 합류한 지 열흘이 지나도 재계약에 대해서 전혀 이야기가 없었고, 결국 본인을 존중하기는커녕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주지 않는 구단을 신뢰하지 못하면서 대구를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대구는 본인들이 내뱉은 말을 지키지 않으면서 안드레 감독을 떠나보내게 됐고, 본인들의 잘못은 뒤로 먼저 숨긴 채, 안드레 감독에게 잘못을 모두 뒤집어씌우면서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내세웠다고밖에 볼 수 없다.
흥행 중심에 서 있는 대구,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구단과 감독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결국 팀의 기강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선수들 역시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구단은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 써야 한다. 단순히 감독과 선수들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확실한 책임감을 갖고 그들을 감싸 안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대구는 이번에 그런 상황 속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게 됐다. 물론 대구 나름대로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겠으나 본인들의 행동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들이 더 많다는 걸 고려했을 때 반성을 토대로 달라져야 함은 분명하다.
대구는 지난해 DGB 대구은행파크 효과와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로 K리그 흥행 중심에 섰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대구는 기대를 많이 모았다. 하지만 이런 구단의 행동, 분위기 속에서는 기대는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어 보인다. 그렇기에 대구는 구단 운영에 있어 조금 더 책임감을 지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힘들게 잘 마련 해놓은 기반을 이제 와서 무너뜨리지 말고, 앞으로 몇 년을 잘 가꾸어서 명문 팀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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