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대로 디에고 시메오네, 마르셀리노, 호세 보르달라스
그간 유럽 내 전술은 다양했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흐름은 4-3-3, 4-2-3-1 대형 속에 높은 위치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빠른 공수전환 혹은 높은 점유율이 주를 이루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버풀, 맨시티 등이 대표되었고, 토트넘, 파리 생제르망, 아약스 등도 이러한 전술 속에 좋은 성적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유행시킨 스리백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새로운 전술 트렌드의 한 축이 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전술을 제치고, 지난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리버풀을 잡아내며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이 세계적으로 다시 집중 조명됐다. 과거 유럽 내 전술 트렌드를 뒤흔들 만큼 파격적인 등장을 알렸지만, 점점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전술 정체성을 되찾아 4-4-2 전술을 재차 알렸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라리가 내의 4-4-2 전술 체계까지 다시 주목시키면서 선두주자로 올라서려는 중이다.
라리가는 그동안 4-4-2 전술이 꾸준하게 활용되어왔다. 지난 몇 년간 확고한 철학을 유지했던 시메오네 감독을 비롯하여 발렌시아를 다시 상위권에 올려놓았던 마르셀리노 감독, 올 시즌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는 헤타페의 호세 보르달라스 감독 등이 대표적인 전술가들이다. 이들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버풀, 맨시티 등과는 또 다른 축구를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확고한 전술을 유지하면서 라리가 그리고 유럽의 판을 흔들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측면 미드필더와 최전방 투톱, 그들의 또 다른 임무'
먼저 시메오네 감독을 살펴보자. 시메오네 감독의 4-4-2 시스템은 흔히 말하는 '두 줄 수비'로 대표되는 전술이다. 전체적인 수비 대형의 움직임부터 시작해 포백라인의 좌우 간격, 미드필더와 수비의 앞뒤 간격이 흐트러짐 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상대의 공격을 철저하게 틀어막는다. 그 어떤 전술보다 수비를 최우선시하는 시메오네 감독 체제는, 특히 중앙에서 단단함을 갖고있다. 득점이 나올 수 있는 공간에 최대한 많은 선수를 배치해 실점을 최소화하고, 애당초 빈틈을 주지 않고자 수비 시에 대다수의 선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대형을 유지하는 형태로서 말이다.
전술적 움직임 - 측면 미드필더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좌우 측면 미드필더'와 '최전방 투톱'이다. 시메오네 감독은 4명의 선수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철옹성 같은 수비를 유지한다. 수비 상황이 되면 좌우 측면 미드필더의 포지셔닝을 측면에만 한정 짓지 않고,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수비라인을 형성하도록 지시한다. 이는 촘촘한 간격 유지와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중앙에만 머무른다 해서 측면을 커버하지 않는 건 또 아니다. 측면 미드필더들은 중앙에서 수비 대형을 유지하다가도 상대가 공을 좌우로 넓게 벌리면 곧바로 측면으로 달려나간다. 때문에 상대가 측면을 넓게 벌려 수비 간격의 틈을 만들고자 해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수비 간격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
전술적 움직임 - 투톱
최전방 투톱 역시 수비 시에는 새로운 움직임이 부여된다. 이는 시메오네 감독이 가장 중요시하면서 동시에 왜 그들의 수비가 쉽게 뚫리지 않는지를 말해주는 전술적 움직임이기도 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투톱은 공격수가 이 정도로 내려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수비 시에 끊임없이 하프라인 밑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탄탄한 수비라인을 구축하는 데 일조한다. 특히 빈공간 커버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간다. 상대 공격 전개 방향에 따라 수비 대형의 움직임으로 인해 생기는 빈틈을 투톱이 내려와 채워주는 형태다. 앞서 말한 측면 미드필더들이 측면으로 이동해도 중원에서 촘촘한 간격 유지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투톱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수비를 요구하며 두 줄 수비를 더욱더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 체계라 할 수 있다.
'풀백들의 오버래핑, 공격 숫자는 여섯 명 그 이상'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 시스템은 공격에서도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이는 과거 공격 방식과는 다른 형태로서 최근 몇 년간 공격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이에 전술적 비판을 받아왔던 부분을 해결하고자 시메오네 감독이 새롭게 택한 방식이다.
전술적 움직임 - 풀백 및 측면 미드필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공격 시에 양측 풀백들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측면을 커버하고, 최전방 투톱과 측면 미드필더가 중앙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공격 시 총 6명의 공격 숫자가 만들어지는 형태를 취한다. 이는 최근 전술의 흐름대로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고, 공격 시 전방에 5명 내지는 6명의 공격 숫자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공격의 효율성을 되찾고자 함이다. 실제 이러한 변화로 역습과정에서 날카로움을 되찾고, 특히 4명의 공격수가 자유로운 움직임 속에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내면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술적 움직임 - 전방 압박
여기다 전방에 6명의 공격 숫자는 강한 전방 압박으로도 연결되는 효과도 함께 나타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높은 수비라인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격 전개 과정에서 볼을 빼앗겼을 경우 곧바로 6명의 공격 숫자와 그 뒤를 받쳐주는 2명의 미드필더까지 8명이 상대에게 달려들어 전방 압박을 가한다. 이는 전방에서 공을 바로 빼앗아 내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수비의 안정화까지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6명의 숫자를 올림으로써 공격은 공격대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추가로 수비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는 체계적인 전술 짜임새가 갖춰져 있는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이라 볼 수 있다.
2편과 3편에서는 발렌시아를 이끌었던 마르셀리노 감독과 현재 헤타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보르달라스 감독, 두 감독의 4-4-2 전술 시스템이 어떠한지를 살펴봅니다. (30일 게재 예정)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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