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대로 디에고 시메오네, 마르셀리노, 호세 보르달라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4-4-2 전술을 유행시키면서 라리가 판도를 흔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면, 그 시스템을 점점 더 고착화시켜나간 건 마르셀리노 감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2017-18시즌을 앞두고 발렌시아 지휘봉을 잡은 뒤 2년 넘는 시간 동안 4-4-2 전술 시스템을 활용해오면서 팀 컬러를 변화, 재확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발렌시아는 리그 4위로 올라섰고, 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되찾았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비록 지난해 9월 구단주와의 갈등으로 해임되면서 끝이 좋지는 못했지만, 그의 전술이 오랜 시간 부진에 빠진 발렌시아를 다시 위로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르셀리노 감독
'풀백과 측면 미드필더의 유기적인 움직임, 공수의 핵심'
마르셀리노 감독의 4-4-2 전술은 시메오네 감독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의 전술 역시 앞뒤와 좌우 간격 유지를 중요시하는 ‘두 줄 수비’를 활용하여 상대에게 공간을 최대한 내주지 않는 걸 최우선의 목표로 한다. 수비할 때만큼은 극단적으로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며 언제든지 곧바로 수비 대형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데, 특히 집단적인 방어체계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대형을 유지한 채 여러 방면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도록 한다.
전술적 움직임 - 풀백과 측면 미드필더 1
다만 시메오네 감독과 비교했을 때 마르셀리노 감독은 '측면'을 더 강조한다. 그는 지역 방어와 함께 대인 방어를 활용하면서 수비를 극대화한다. 그중에서도 풀백과 측면 미드필더의 유기적인 움직임 속에 역할 분담이 키 포인트다. 당시 발렌시아는 수비 간격이 좁아 측면 미드필더가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수비하고, 이때 풀백이 상대 측면을 봉쇄하고자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대인 방어를 했다. 대신 측면 미드필더는 곧바로 풀백의 위치로 내려가 뒷공간을 커버해주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뿐만 아니라 마르셀리노 감독은 높은 위치에서부터 전방 압박을 추구하는데, 이때 풀백과 측면 미드필더가 함께 압박 및 커버하도록 지시했다. 때문에 상대가 측면에 많은 숫자를 두더라도 측면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더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다.
전술적 움직임 - 풀백과 측면 미드필더 2
풀백과 측면 미드필더는 볼을 소유하고 공격 시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높은 위치에 있는 풀백은 공격 시에 더 높게 올라가 상대의 측면을 공략하는데, 이때 측면 미드필더는 측면에 위치하지 않고 하프 스페이스 공간에서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는 발렌시아 공격의 핵심이기도 했는데, 이러한 대형 속에 그들은 유기적인 움직임과 2대1 플레이와 같은 공격 전개를 통해 상대를 흔들어 찬스를 만들어냈었다. 다시 말해 측면 미드필더를 중앙에서 움직이게 하면서 상대 수비가 중앙에 집중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풀백들을 측면에서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발렌시아는 이러한 간단한 움직임 속에 상대가 수비에 있어 훨씬 까다롭게 만들어냈고, 공격의 효율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 측면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두 줄 수비를 더 효율적으로 운용해냈던 마르셀리노 감독이다.
'볼 소유보단 효율적인 역습, 전방으로의 직선적인 패스'
마르셀리노 감독의 전술에서 발렌시아는 상대의 수비를 뚫어내기 위해 후방 빌드업을 비롯한 볼 점유율은 포기하고, 대신 효율적이고 빠른 역습이 주를 이뤘었다. 그러한 점에서 선수들은 얼마나 빨리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지가 중요하며, 공을 가진 동료보다 재빠르게 앞선 위치로 움직임을 가져가야 했다. 풀백들이 높은 위치에서부터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바탕으로 공격 전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술적 움직임 - 역습대형 1
발렌시아는 공을 탈취하여 소유권을 가져온 후에는 항상 직선적인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볼 소유권을 잃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위험요소가 많지만, 대신 투톱과 측면 미드필더, 풀백이 전방으로 빠른 움직임을 가져가며 뒷공간을 노려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면서 그 위험부담을 줄여 나갔다. 또한 상대가 전열을 재정비하기 전에 날카로운 역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위협을 가했다. 실제 발렌시아는 투톱과 좌우 측면 미드필더가 빈 공간을 찾아서 끊임없이 움직였고, 그곳에서 모두 훌륭하게 볼을 받아내면서 찬스를 만들어냈다. 후방에 있는 선수들 역시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볼을 넣어줄지도 점점 익숙해지면서 그들의 역습은 마르셀리노 감독 체제에서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전술적 움직임 - 역습대형 2
여기다 오히려 이런 직선적인 축구 형태가 수비에 안정화를 가져다주는 효과도 얻어낸 바 있다. 발렌시아는 공격 시에 적은 숫자로도 효율적인 공격을 가져가는 가운데,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지 않고 다이렉트 패스 공급에만 신경 쓰기에 수비적으로 더 안정적인 운용을 보여줄 수 있었다. 아울러 공격이 실패하더라도 수비 대형을 곧바로 구축하여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공격의 효율성과 수비의 안정화,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마르셀리노 감독의 전술이었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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