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 판정을 하고 있는 크레이크 포슨 주심
VAR(Video Assistant Referees) : 축구 경기에서 카메라를 통해 찍은 영상으로 경기 중 일어난 상황에 대해 주심의 판정을 돕는 시스템.
요즘 현대 축구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몇몇 시스템들이 경기장에 도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VAR이 도입됐고,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호크아이(골라인 판독기)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경기 내 오심들을 바로 잡아주고, 주심이 판정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VAR 시스템에 대한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VAR을 도입해도 오심이 발생하는 건 마찬가지고, VAR로 인해 경기 흐름이 끊기는 등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잉글랜드 FA컵 경기에서 VAR 시범 운영을 하고 있는데, 많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지난 18일 열린 첼시와 노리치 시티 경기에서 첼시는 수차례 페널티킥을 선언할 수 있는 반칙을 당했지만 정작 주심은 외면했다. VAR로 판독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주심은 자신의 의견을 고수했다. 또한, 연장 후반 모라타가 페널티 박스안에서 넘어진 부분에 대한 VAR 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주심은 모라타의 시뮬레이션 액션을 선언하면서 경고 누적으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대로 28일 열린 리버풀과 웨스트브로미치 알비온 경기에서는 도슨의 헤딩골 무효 판정, 살라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장면, 웨스트브로미치 알비온의 3번째 골 판정 등 3차례 이상의 VAR 판정이 나오면서 오히려 VAR이 경기를 지배한 꼴이 되었다.
이처럼 VAR이 도입되어도 적합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판독 결과에 있어서도 오심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잉글랜드 전역은 VAR 도입에 대한 찬반논쟁이 계속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는 VAR이 원활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VAR 상황실에서 상황을 보고받는 주심과 지켜보는 선수들
사실 VAR 도입은 최대한 공정한 판정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만큼 더 널리 도입되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계속해서 끊는 건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축구는 전, 후반 45분 동안 진행되는 스포츠다. 경기에 들어서면 경기 템포와 선수들의 신체 리듬은 꾸준히 지속되어야만 한다. 하프타임에도 선수들이 작전타임 이외 시간을 워밍업으로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VAR 판독에 들어가면 경기가 중단되고, 그에 따라 경기 템포와 선수들의 신체 리듬은 자연스레 깨지게 된다. 선수들의 부상 빈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고, 경기 분위기와 양상도 어떻게 뒤바뀔지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쉽게 말해 이기고 있거나, 유리하게 흘러가던 팀이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역전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리버풀과 웨스트브로미치 알비온 경기에서 VAR은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날 경기에선 주요한 세 차례의 판정 동안 7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판정이 진행되는 동안 경기는 중단됐고 선수들은 마냥 기다려야만 했다. 높은 템포로 뛰고 있던 선수들이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전반 37분경 깁스가 VAR 이후 햄스트링이 올라오면서 교체되어 나왔고, 리버풀은 한참 경기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결국 양 팀 모두 VAR로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특히 이날은 불필요한 장면까지 VAR이 사용되면서 경기가 조금씩 루즈해졌고, 팬들도 기다림에 지치는 등 좋지 못한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모라타에게 내려진 판정은 여러 관점을 놓고 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다.
VAR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건 경기를 끊는 것만이 아니다. VAR 판정을 해도 오심이 계속되는 부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은 VAR 도입으로 오심이 줄어드는 걸 기대했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여전히 오심이 나오는 건 매한가지다. 아무리 VAR을 한다고 하더라도, 최종판정을 내리는 사람은 결국 주심이다. 판정에 있어서 주심의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론 주심은 언제든지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마련이다. 주심도 사람이다. 아무리 VAR을 신중하게 본다고 하더라도 주심의 실수는 나올 수 있다.
또한, 오심이 나와도 주심이 VAR을 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도 뭐라 할 수 없다. 앞서 말했지만, 첼시와 노리치 시티 경기에서도 VAR을 받을 상황에서 주심은 그냥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언제까지나 주심 개인의 재량이고, 주심의 개인적인 견해를 존중하지만 많은 이들이 오심이라고 의견을 내비칠 정도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결론적으로 VAR로 인해 중단되는 시간, 계속되는 오심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현시점에서 아직은 VAR 시스템 운영은 잠깐 미뤄져야 하지 않나 싶다. 아직 시범운영이라고는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리그에서 VAR 도입을 준비하고 있고, 올해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VAR이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이처럼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 문제들을 해결할 대책이 없다면 도입을 미루거나 도입을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피파 그리고 각국의 협회들은 신중에 또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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