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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 승리 후 기쁨을 표하는 맨유 선수들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최고의 빅매치 맨시티와 맨유의 맞대결이 맨유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로써 이번 시즌 맨 더비는 양 팀이 사이좋게 한 경기씩 나눠 갖게 됐다. 이날 90분 동안 박빙의 승부를 보여준 양 팀은 무려 5골이나 만들어냈고 팬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는 환상적인 경기를 만들어냈다. 이번 맨 더비는 역사에 남을 만큼 흥미진진했고 양 팀 모두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매치였다.


경기 전부터 맨 더비는 많은 관심을 모았다. 맨체스터 지역 라이벌을 떠나서 1위와 2위 간의 맞대결이기도 했고 과르디올라 감독과 무리뉴 감독의 지략대결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승부를 예상했다. 최근 양 팀의 상대전적은 6번 맞대결에서 맨유가 3승 1무 2패로 근소하게 앞섰는데 이번 시즌 전반기에 만났을 때는 맨시티가 2-1로 승리를 거두었었다.


맨유는 이번 에티하드 스타디움 원정길이 다소 부담되고 힘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고 역전에 성공하며 리그 5연승을 달리게 됐다. 승장 무리뉴 감독은 경기가 끝이 나고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에서 우리의 목표는 승점을 얻는 것이지, 맨시티의 우승 축하 파티를 망치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하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 맨시티는 이번 경기에서 패하면서 우승 확정을 다음 경기로 미루게 됐다. 맨시티 팬들로서는 이번 경기에서 맨유를 잡고 홈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 싶었지만 아쉬움이 큰 경기로 남게 됐다.



맨시티 vs 맨유 선발 포메이션


홈팀 맨시티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다. 에데르손이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델프, 오타멘디, 콤파니, 다닐루가 포백을 형성했다. 중원은 다비드 실바, 페르난지뉴, 귄도간이 호흡을 맞췄고 공격에는 사네, 스털링, 실바가 나섰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주중에 챔피언스리그 1차전을 치렀고 다음 주에 2차전 경기를 앞두고 있기에 워커, 데 브라위너, 제주스 등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가져갔다. 사실상 리그 우승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보인 선발 라인업이었다.


반면 원정팀 맨유는 4-1-4-1 포메이션을 들고나오면서 맨시티에 맞섰는데 4-3-3 전형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데 헤아가 키퍼 장갑을 꼈고 애슐리 영, 스몰링, 베일리, 발렌시아가 포백으로 나섰다. 중원은 포그바, 마티치, 에레라가 구성했고 산체스, 루카쿠, 린가드가 공격에 나섰다. 지난 라운드 스완지전과 비교했을 때 린델로프가 빠지고 베일리가 출전했고 마타가 빠지면서 에레라가 나섰다. 무리뉴 감독은 에레라를 선발로 내세웠는데, 이는 중원 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겠다는 계산이 드러나는 선택이었다.


전형적인 원톱이 없는 맨시티는 스털링을 활용한 제로톱이었다. 스털링은 본래 윙 포워드에서 뛰지만, 중앙 공격수로도 활용이 가능하기에 제주스와 아구에로에게 휴식을 부여한 상황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꺼내든 승부수였다. 반면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에서 맨시티가 드러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자 중원을 강화하면서 강한 압박전술을 택했다.


스몰링이 유니폼을 잡아당겨도 끝까지 헤딩골을 성공시킨 콤파니


경기 초반은 확실히 홈팀 맨시티가 주도해나갔다. 맨시티는 주중에 경기를 치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맨유를 상대로 압도적으로 경기를 운영해나갔고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특히 맨유가 들고나온 강한 압박 전술에도 잘 대처하며 빠져나왔고 수월한 공격을 펼쳤다. 맨시티는 전반전에 9개의 슈팅을 때리면서 5개의 유효슈팅을 가져갔다. 또한, 352번의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맨유보다 무려 2배가량 많은 기록을 가져갔다. 점유율도 당연히 압도적이었는데 맨시티는 전반전에 6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경기를 주도해나간 맨시티는 전반전에 여러 차례 기회가 찾아왔고 그중 2번을 골로 연결하면서 리드해나갔다. 전반 25분 코너킥 상황에서 사네가 올린 공을 콤파니가 치열한 몸싸움 끝에 뛰어들면서 헤딩으로 골문을 갈랐다. 당시 골 장면을 보면 스몰링이 콤파니를 놓치면서 마지막까지 저지하려고 유니폼을 잡아당기면서 점프를 뛰기가 상당히 어려웠는데도 불구하고 콤파니는 집념을 통해 골을 성공시켰다. 역시 팀의 주장으로서 큰 경기마다 한 번씩 터트려주는 콤파니였다.


콤파니의 골로 1-0 앞서나가는 맨시티는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고 불과 6분 만에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29분경 하프라인에서 공을 끊어낸 사네가 곧바로 역습에 들어갔고 스털링을 거쳐 귄도간에게 연결된 공은 환상적인 턴을 보여주면서 골로 연결시켰다. 스코어는 2-0.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이 제대로 먹혀들어 가면서 맨시티는 경기를 완전히 지배해나가게 됐다. 맨유는 두 번째 실점 장면에 데 헤아의 킥 미스가 너무나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스몰링에게 패스를 받은 데 헤아가 클리어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공이 끊겼고 곧바로 역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동안 맨유의 수문장으로 매 경기 맹활약을 보여준 데 헤아였지만 이번만큼은 너무나도 아쉬운 순간이었다.


한편 강한 압박 전술을 들고나온 맨유는 맨시티가 생각보다 잘 대처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포그바, 마티치, 에레라로 이어지는 미드필더 라인은 맨시티 미드필더진과 싸움에서 전혀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오히려 체력적으로 먼저 지치면서 전반 30분이 지나면서는 압박 정도도 느슨해졌다.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린 맨유는 당연히 공격도 될 리가 없었다. 미드필더진에서 볼 배급이 안되다 보니 공격수들이 볼을 만질 기회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공격 찬스를 가져갈 수도 없었다. 결국, 맨유가 전반전에 기록한 슈팅 수는 0개. 제대로 된 공격을 해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슈팅조차 아예 시도해보지 못하고 전반을 마쳐야 했다.


폴 포그바는 후반전 시작한 지 불과 10분 만에 두 골을 뽑아냈다.


전반전 극심하게 부진했던 맨유는 후반전에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맨유는 후반 시작하고 3분이 지나서 포그바가 첫 슈팅을 기록하면서 반격의 서막을 알렸고 후반 7분에 마침내 첫 골을 뽑아내면서 한 골 차로 추격하게 됐다. 첫 슈팅에 이어 첫 골의 주인공도 포그바였다. 우측에서 산체스의 크로스를 받은 에레라가 침투해 들어오는 포그바에게 연결해줬고 포그바는 침착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세 선수의 개인 능력, 센스가 합작을 이루면서 예술적인 골이 탄생했다. 오타멘디를 제치면서 크로스를 올려준 산체스의 움직임도 좋았지만, 페널티박스 안에서 포그바에게 공을 원터치로 연결해준 에레라의 가슴 트래핑 센스가 돋보였다. 포그바의 침투와 깔끔한 마무리도 당연히 최고였다. 반면 맨시티는 페널티박스 안에 골키퍼를 제외하고 6명이나 있었음에도 실점을 내주는 아쉬운 장면을 보여주었다.


만회 골을 뽑아낸 맨유는 기세를 이어나가면서 불과 3분 만에 동점 골을 성공시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골의 주인공은 이번에도 포그바였다. 포그바는 좌측에서 산체스가 올려준 얼리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시키면서 맨시티의 골망을 갈랐다. 산체스의 크로스, 포그바의 침투 그리고 헤딩 삼박자가 완벽한 골이었으며 에이스가 다시 돌아옴을 일깨워주는 임팩트있는 골이었다. 맨시티 수비수들은 침투하는 포그바를, 점프를 뛰는 포그바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맨유가 후반전에 연속으로 두 골을 뽑아내면서 살아난 이유는 바로 중원에 있다. 전반전에 부진하면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중원이 살아나면서 원활한 공격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데, 특히 그 중심에는 포그바가 있었다. 후반전에 맨유의 미드필더 라인을 살펴보면 마티치와 에레라가 밑으로 내려와서 움직임을 가져간 반면에 포그바는 전방으로 많이 올라가서 공격의 축을 담당했다. 전반전보다 자유롭게 움직임을 가져간 포그바는 볼 전개, 움직임이 매끄러웠고 두 골을 뽑아낼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후반전에 비로소 무리뉴 감독의 전술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역전골을 뽑아낸 크리스 스몰링


동점 골을 내준 맨시티는 수비에서 계속 흔들리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반대로 맨유는 기세를 이어나가면서 끊임없이 공격을 몰아쳤다. 그리고 후반 21분, 프리킥 상황에서 산체스가 날카롭게 올려준 공을 스몰링이 오른발로 밀어 넣으면서 역전 골을 뽑아냈다. 스코어는 2-3. 맨유가 역전에 성공했다. 수비 사이를 완벽하게 침투한 스몰링은 방해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골을 만들어냈다.


명백한 맨시티 수비의 실책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오프사이드 판정이 안 된 가운데 맨시티 수비는 스몰링을 놓쳤고 특히 콤파니와 오타멘디가 제대로 마크하지 못하면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번 시즌 맨티시가 리그에서 세 골 이상 실점한 경기는 23라운드 리버풀전 이후 두 번째이다. 안정화된 수비를 바탕으로 리그에서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맨시티였지만 중요한 맨 더비에서 흔들리고 말았다. 맨시티로서는 전반전에 스털링이 완벽했던 기회들을 놓친 게 두고두고 떠오를 만큼 아쉬운 순간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역전 골이 나오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데 브라위너, 제주스를 투입시키면서 공격에 변화를 주었다.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대비해서 되도록이면 체력안배를 더 주고 싶은 과르디올라 감독이었지만 맨 더비만큼은 절대 질 수 없다는 의지가 보였다. 데 브라위너와 제주스가 들어오면서 맨시티는 다시 공격에 활기를 찾아왔고 부상에서 회복해서 돌아온 아구에로까지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내던졌다.


하지만 단단하게 수비벽을 구축한 맨유의 골문을 쉽게 열지 못했다. 더군다나 무리뉴 감독은 후반 35분에 린가드를 빼고 맥토미니를 투입하면서 중원을 더 강화함과 동시에 수비에도 신경 썼다. 후반 막판에는 린델로프까지 투입하면서 굳히기 작전으로 들어갔다. 결국, 경기종료 휘슬이 울렸고 한 골차로 리드를 지킨 맨유가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시티를 꺾고 이번 맨 더비를 승리로 가져갔다.


무리뉴 감독은 지략싸움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사실상 이번 시즌 맨시티의 우승을 바라봐야 하고 전반기 맞대결에서도 패배한 맨유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다행히 자존심을 지켰다. 뿐만 아니라 리그 5연승을 기록했고 3위 리버풀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승점 4점 차를 유지하면서 2위를 지키게 되었다. 이번 시즌 맨유는 무리뉴 감독이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우승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다시 한번 더 좌절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점점 팀이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번 시즌은 긍정적이다. 지난 시즌에 부족했던 수비력, 조직력을 많이 끌어올렸고 전술적인 부분에서도 계속해서 해법을 찾아 나가면서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다음 시즌 필요한 포지션에 선수 보강을 통해 지금보다 더 단단한 팀으로 가꾸어 우승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다음 시즌에는 맨시티와 치열한 우승 레이스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맨유는 다음 라운드에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현재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은 20위에 머물러 있어 강등이 유력하다. 전력상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고 홈 경기이기 때문에 맨유가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며 2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맨 더비에서 두 골을 뽑아낸 포그바가 연속해서 골을 터트릴지도 지켜봐야겠다.


이번 시즌 우승이 유력한 맨시티는 리그에서 두 번째 패배를 기록하면서 우승 확정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주중에 열린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 이어 연이은 패배로 주춤하고 있는 맨시티는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챔피언스리그 2차전도 패배할 수 있고 리그 우승을 한다고 해도 시즌을 썩 좋지 못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그걸 알고 있기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시즌에도 강팀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맨시티 선수들은 집중해서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여야만 한다.


맨시티는 다음 라운드에 토트넘을 상대하러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떠나야 한다. 최근 토트넘은 리그에서 6연승을 기록하면서 매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맨시티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경기이다. 게다가 주중에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2차전 경기도 남아있다. 1차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맨시티는 2차전에 한 골도 내주지 않고 4골을 넣어야 한다. 한 골이라도 실점하는 순간 4강 진출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맨시티에게는 지옥의 일정이 될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4연패까지 빠질 수도 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전반기 맞대결에서 4-1로 이겼다는 점인데, 이 기억을 살려서 토트넘을 잡고 다시 '매직넘버 1'로 만들어야 한다. 과연 과르디올라 감독의 대처는 맨시티를 어떻게 구해낼지 지켜봐야겠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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