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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95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타이틀을 차지한 블랙번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우승팀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가장 먼저 13번의 우승으로 최다 우승팀 맨유를 떠올릴 것이다. 이후 무패우승의 추억을 지닌 아스날, 최소실점의 영예를 떠안고 있는 첼시, 최다승점을 기록한 맨시티 등을 떠올리기에 십상이다. 2015-16시즌 동화 같은 우승의 주역 레스터 시티도 기억 속에 남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잘 알지 못하는 하나의 우승팀이 또 있다. 바로 25년 전, 1994-95시즌 블랙번 로버스다.


1994-95시즌 블랙번은 많은 축구 팬들에게 생소할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잠깐의 좋은 활약 속에 우승 타이틀을 가져갔으나 그 이후로는 사실상 종적을 감추다시피 했고, 1999년에 강등이라는 최후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만큼의 블랙번은 정말 대단했고 지금에 와서도 다시 회자 될 정도다. (참고로 블랙번은 2011-12시즌 강등 이후 현재 챔피언십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1994-95시즌 리그 우승 당시 블랙번 베스트11


블랙번은 1992년 승격과 동시에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면서 팀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간 팀이었다. 그들은 승격 후 곧바로 거액을 투자했고, 대표적으로 영국 최고 금액 450만 유로의 이적료로 앨런 시어러를 데려왔다. 이 밖에 스튜어트 리플리, 그레임 르 소, 팀 셔우드. 헤닝 베르그 등 수준급 선수들을 데려오며 팀을 1부리그에 맞게 한 단계 성장시켰다.


여기다 2년 차에 접어든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팀을 한데로 모으면서 더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블랙번은 이전까지 2부리그에서 허덕이며 세월을 보내온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리그 출범 첫 시즌 맨유와 무승부를 거두고, 아스날과 리버풀을 잡아내는 등 생각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4위에 오를 정도로 확실히 달라졌다.


그다음 시즌에도 블랙번의 투자는 계속 이어졌다. 팀 플라워스, 데이비드 베티, 폴 워허스트 등 당대 기라성같은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스쿼드를 더욱더 탄탄하게 구성했다. 그리고 확실한 투자가 뒷받침되면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블랙번은 1993-94시즌에도 쉽사리 돌풍이 가라앉지 않더니 맨유에 이어 2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고의 투톱으로 회자되는 시어러와 서튼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엿본 블랙번은 자신들이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곧바로 2위의 아쉬움을 달래면서 동시에 우승 타이틀 도전을 선언했다. 블랙번은 가장 먼저 자신들의 야망을 보란 듯이 보여주듯 당대 최고 이적료 750만 유로를 지불하면서 크리스 서튼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 잉글랜드 내 최고의 공격수 시어러를 데리고 있었던 블랙번이 서튼을 데려온 것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서튼의 합류로 블랙번은 더욱더 강력한 투톱을 보유하게 됐다.


무엇보다 1990년대 초중반 에릭 칸토나, 앤디 콜, 테디 셰링엄, 레스 퍼디난드, 이안 라이트, 로비 파울러, 딘 홀즈워스, 맷 르티시에 등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공격수들이 즐비했지만, 이들을 모두 뛰어넘은 시어러와 서튼은 막강한 호흡을 자랑했다. 일명 'SAS(Shearer And Sutton) 파트너' 칭호를 얻으면서 그들은 블랙번의 공격을 이끌었다.


실제 두 선수는 프리미어리그를 집어삼키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1994-95시즌 리그에서 각각 34득점, 15득점 총 49득점을 합작하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블랙번은 확실한 투자와 리그 내 최고의 투톱을 앞세워 기어이 프리미어리그 우승 타이틀을 가져가면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맨유의 기세를 뚫고 우승을 차지한 블랙번


사실 블랙번의 이 시즌 우승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당대 최고의 팀이자 3시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맨유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고, 블랙번의 투톱이 최고의 전성기에 있었다 할지라도 여타 팀들도 쟁쟁한 순위 싸움을 걸어온 만큼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블랙번은 맨유를 상대로 두 차례 맞대결 모두 패배하면서 무릎을 꿇었고, 선두 자리를 맨유, 뉴캐슬 등에 내주면서 뒤처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블랙번은 시즌 중반 무렵 이후 집중력을 되찾으면서 자신들의 페이스를 바탕으로 대부분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고, 승점을 잃을뻔한 상황에서는 시어러와 서튼 투톱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해결을 해주었다. 이 밖에 주전급 선수들 역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고, 달글리시 감독도 선수들의 기량을 잘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블랙번은 맨유가 잠깐 흔들리는 틈을 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선두를 굳건하게 지키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몰락의 길에 접어들게 되면서 1999년 결국 강등을 당하는 블랙번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내 최정상급 투톱을 비롯하여 수준급의 선수들이 포진한 블랙번은 리그 정상에 올랐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으며 예상외로 흘러갔다. 1995-96시즌 블랙번은 주축 선수들의 건재했음에도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보여주지 못했고, 단숨에 7위로 떨어졌다. 결국 달글리시 감독이 떠나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블랙번의 악몽은 시작됐다.


1996-97시즌을 앞두고 감독 교체와 함께 블랙번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여기서 블랙번의 문제가 단순히 감독 교체에 있지 않다는 걸 말해줬다. 한 번 우승을 맛본 그들은 더욱더 확실한 투자가 이루어졌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팀 내부적으로 선수단과 경영진의 갈등 문제가 비롯되면서 사실상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 결과는 1996-97시즌 무려 13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됐으며, 팀의 주축 공격수 시어러를 비롯하여 르 소, 베르그, 기븐, 콜먼, 피어스가 차례대로 팀을 떠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됐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서 서튼, 셔우드, 헨드리, 윌콕스까지 팀에 대한 애정을 잃고 모두 떠나면서 블랙번은 1998-99시즌 강등을 면치 못했다. 결국 우승에서 2부리그 강등까지 4년 만에 모든 것을 잃으며 블랙번은 찬란했던 과거를 추억으로만 영원히 간직하게 됐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 블랙번 로버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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