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 4백? 예측불허한 성남은 더 높은 비상을 꿈꾼다 [강동훈의 펄스나인]

올 시즌 돌풍의 주역, 성남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남일 감독

시즌 시작 전만 하더라도 여론에서 평가한 성남의 성적은 강등권에 머무를 거라는 예측이 대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즌 팀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었던 남기일 감독이 떠나고, 감독 경험이 전무한 김남일 감독의 선임은 불안감으로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축 선수들의 이탈 역시 큰 문제였다. 영원할 줄 알았던 수문장 김동준과 지난 시즌 수비의 핵심 임채민이 떠나면서 뒷문에 문제가 생겼다. 공민현, 문지환, 이은범 등과 같이 좋은 활약을 보여준 자원들의 이적 역시 성남으로선 뼈 아픈 전력손실이었다.

물론 양동현, 권순형, 임선영, 김영광 등 베테랑을 영입하면서 안정화에 나섰고, 유인수, 윤용호, 마상훈 등을 영입하며 전력손실을 최소화했기에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다만 한 번에 너무 많은 변화 탓에 조직력 문제를 비롯하여 여타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려운 시즌이 될 거라는 예측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시즌 초반 4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성남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성남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개막전에서 승격팀 광주를 2-0으로 제압했고, 인천, 강원, 서울을 상대로 탄탄한 경기력을 바탕으로 승점 5점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강원-서울로 이어지는 원정 2연전은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강원전에선 오히려 더 위협적인 모습을 연출했고, 서울전에서는 극적인 결승골을 만들어내면서 승점을 챙겼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고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며 시즌 초반부터 4경기 무패행진을 이어나가는 성남은 올 시즌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 중심적인 축구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여기에 안정적인 수비까지 더해지며 성남은 5년 만에 1부에서 파이널A 진출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렇다면 4경기 무패행진을 이어나가며 올 시즌 다크호스로 떠오른 성남의 상승세 원동력은 무엇일까? 베테랑들의 안정감, 신인선수들의 예상치 못한 활약이 있지만, 그 전에 전술적인 부분을 빼놓고 성남의 상승세를 이야기할 수 없다.

전술적으로 다채로워진 성남 그리고 김남일 감독

사실 성남은 김남일 감독이 선임되면서 전술적으로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거라는 예측이 있었다. 때문에 스리백을 활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김남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시즌 성남이 잘해왔던 스리백을 그대로 안고 가고자 했다. 선수들이 스리백에 적응되어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한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 하에 내린 결정이다.

여기다 공격 중심의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김남일 감독은 스리백에 이어 포백까지 활용하며 다채로운 전술을 보여주었다. 실제 성남이 지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보여준 전술은 각양각색이었다. 3백과 4백 혹은 5백을 오가면서 라운드마다 색다른 전술을 꺼내 들었는데, 전반적인 큰 틀은 물론이고 세부적으로도 전술은 다양성을 띠었다.

특히 선발 라인업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가져가게 되면서 상대에 혼란을 주고, 성남은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본래 4-4-2 대형을 들고나온 줄 알았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3-5-2 대형이 눈에 들어왔고, 5-3-2 대형으로 보였으나 4-4-2 대형으로 동선을 가져가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지난 3라운드 강원전 선발 라인업(왼쪽), 실제 선수들의 움직임

아울러 성남은 상대 맞춤 전술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전력상 우위에 있는 강원과 서울을 상대로 그랬다. 일명 '병수볼'로 불리는 강원은 중원에 많은 숫자를 두고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전방으로 공격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김남일 감독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중원에 숫자를 많이 두면서 원천봉쇄 했고, 상대 공격 기회를 최소화했다. 실제 이날 강원은 앞선 2경기와 비교했을 때 패스횟수와 볼 점유율이 확연하게 줄었다. 오히려 볼 점유율은 성남에 내주기도 했다.

서울전에서는 중원이 아닌 측면을 막고자 전술에 변화를 주었다. 올 시즌 공격적인 스리백을 선언한 서울은 좌우에 선 수비수가 윙백처럼 깊숙하게 전진하며 공격 작업을 돕는 만큼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에 김남일 감독은 측면을 두텁게 가져갔다. 기존의 최지묵과 이태희를 좌우 풀백에 놓는 것에 이어 최오백, 이재원, 이스칸데로프도 측면으로 넓게 벌렸다.

물론 중원에 숫자가 부족해 성남은 빌드업에선 약점을 보였으나 서울의 측면 공격만큼은 확실하게 저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승골 득점 당시 측면에서 이스칸데로프의 패스에 이은 이태희의 오버래핑 속에 득점을 만들어냈다.

더 높은 비상을 꿈꾸는 성남

이렇듯 성남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전술 혹은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하며 가져온 맞춤 전술을 앞세워 상대를 당황하게 했고, 본인들만의 축구를 선보일 수 있었다. 시즌 초반이라 상대 팀들의 분석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부분도 고려해야 하나 그보다는 성남 전술의 유연성을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놓고 봤을 때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이 앞으로 얼마나 더 변칙적인 전술을 보이며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올 시즌 성남의 축구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강동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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