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은 파울루 벤투 감독을 신임감독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대표팀 감독이 새로 선임됐다.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파울루 벤투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4년 6개월. 2022년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무대까지이다. 이제부터 대한민국 대표팀은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서게 됐다.
김판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4년 동안 인내하고 잘 지원한다면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감독이라고 확신했다. 편견을 갖지 말고 앞으로 벤투 감독을 지지해주고 향후 발생하는 일들로만 평가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벤투 감독은 20일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며 다음 달 7일에 열리는 코스타리카전과 11일에 펼쳐질 칠레와의 평가전 때부터 대표팀을 지휘하게 된다.
한국 대표팀의 새로운 지휘봉을 잡게 된 파울루 벤투 감독
한국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1승 2패의 성적표를 거두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과 비교해보면 나아졌지만, 팬들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결국 월드컵이 끝나고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는 쪽으로 무게가 많이 기울었다. 신태용 감독은 독일전을 승리하면서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지만, 이전부터 엔트리 기용 문제, 전술과 훈련방식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결국 대표팀 감독을 새로 선임하자는 의견이 많았고 많은 감독이 거론됐다. 거론된 감독들은 전부 외국인 감독이었다.
우선 3년 동안 일본 대표팀을 이끌다가 월드컵을 앞두고 경질된 할리호지치 감독과 7년 동안 이란 대표팀을 맡은 케이로스 감독이 가장 유력하게 떠올랐다. 아무래도 아시아 무대 경험이 풍부하고 지도력도 인정받아왔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감독들도 후보에 있었다. 크로아티아를 이끌고 준우승을 시킨 다리치 감독, 멕시코 대표팀의 오소리오 감독, 모로코 대표팀의 레나르 감독 등이 거론됐다.
이외에도 라니에리 감독, 스콜라리 감독, 이에로 감독 등 유명세를 떨치는 감독들이 연결됐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빌리치 감독과 키케 플로레스 감독까지 거론되었다. 많은 감독이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외국 감독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선임 기간이 길어질수록 팬들의 기대치는 계속 높아져만 갔고 한편으로는 답답함을 불러일으켰다. 이뿐만 아니라 외국인 감독들은 오히려 한국 대표팀과 협상을 한다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속셈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긴 시간 끝에 김판곤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후보를 추렸고 감독들과 면담을 하기 위해 8일 다시 한번 유럽으로 향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벤투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기자화견에서 "벤투 감독은 면담에서 가장 진정성 있고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면담 당시에 자신의 코치진을 모두 동반하면서 가장 적극적이었고 한국축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키케 플로레스 감독은 가장 최근에 대표팀 감독과 연결 되었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이번 감독 선임에 있어서 다소 실망한 팬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후보에 올랐던 감독들의 명성과 김판곤 위원장이 밝힌 감독 선임조건(월드컵 예선 통과 또는 대륙컵 우승을 지도한 감독, 세계적인 리그 우승을 경험한 감독, 아시아 축구를 잘 이해하는 감독)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하지만 팬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는 아직 축구변방이다. 유럽과 남미를 따라잡으려면 한참을 더 투자하고 발전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만 봐도 아시아 대륙에서 참여한 나라 중 16강에 진출한 나라는 고작 일본뿐이다. 일본도 16강에서 무너졌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별예선에서 전부 탈락했다. 이게 아시아 축구의 현주소이다. 피파랭킹에서도 30위권 안에 드는 국가는 없다. 물론 피파랭킹 점수로 판단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하더라도 아시아 축구는 성장하려면 더 많은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명한 감독들은 아시아 팀 감독을 맡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당연한 거다.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커리어를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아시아로 올 동기부여도 없다. 또한 축구변방은 둘째치고 언어, 문화부터 완전히 다르고, 적응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빈번하다. 그나마 막대한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이나 중동 국가, 체계적인 시스템이 잡혀있는 일본으로는 향하는 감독은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머무는 경우가 드물다.
벤투 감독도 얼마나 오래 지휘봉을 잡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제 막 지휘봉을 잡았기에 아직 비판하기는 이르다. 시간을 두고 벤투 감독을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협회도 뒤로 숨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벤투 감독을 지원해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뒤에 똑같은 실패를 다시 맛보게 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월드컵에서 실패의 맛을 보지 않도록 한국 축구는 변해야 한다.
한국 축구는 2002년 4강 신화를 이뤄낸 이후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물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열린 4번의 월드컵에서 3번의 조별예선 탈락을 경험했고 4번의 아시안컵이 열리는 동안 우승컵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매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를 경험했지만, 한국 축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실패를 경험했으면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나아갈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협회는 실패하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면서 시선 돌리기에 바빴고 감독에게 책임을 회피하고 뒤로 물러나 있는 무책임한 행동만 보여주었다. 결국 한국 축구는 매번 제자리만 맴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한국 축구가 제자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협회는 말로만 하지 말고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은 없다.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었으니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믿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언제까지 감독에게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축구 팬들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은 월드컵 9회 연속 진출하면서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 정작 월드컵 기간을 제외하면 국내 축구에 관심 있는 팬들이 많지 않다. 자국 리그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온갖 비난은 다 쏟아붓는다. 이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비난하더라도 최소한의 관심은 갖고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알고 비난을 해야지 무작정 달려는 건 옳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 비난보다는 응원을 부탁한다. 선수들은 비난보다 응원을 더 받고 싶어 한다. 응원은 선수들이 더 힘이 나고 경기력도 좋아지게 해주는 보약이다.
한국 축구가 앞으로 더 발전하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새로 부임한 대표팀의 더 멋진 앞날을 기원하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한다.
글=강동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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